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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김당

"임진각의 가을은 평화입니다."

파주시 문산읍 임진각에 가면 '평화의 기운'을 만끽할 수 있다. 교각의 앙상한 뼈대만 남은 옛 임진강 철교가 서 있는 '분단의 현장'은 지금 누런 황금들녘과 함께 평화의 기운이 무르익고 있다.

'서울 북방 40㎞, 개성 남방 12㎞'라는 지리적 특성이 보여주듯, 남쪽보다 북쪽이 더 가까운 이 곳 임진각의 '평화누리' 일대는 지금 '평화의 깃발'과 '평화의 물결'로 일렁이고 있다.

민간인의 도라전망대 도보행진은 53년만에 처음

ⓒ 오마이뉴스 김당
21일 시민 150여명과 분쟁지역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대학생 20여명 등 200여명이 경기도 파주시 민통선(민간인통제선) 안쪽의 도라산역에서 도라산 전망대까지 걷는 것을 시작으로 '2006 세계평화축전'이 대단원의 막을 열었다.

이날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열린 평화축전 개막식에는 2006 세계평화축전 조직위원장인 김문수 경기도지사, 미국 시사만화가 라난 루리, 패션 디자이너 앙드레 김을 비롯해 국내외 인사 20여명과 5천여명의 시민이 참석해 평화축전의 개막을 축하했다.

개막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민통선 체험. 김문수 도지사와 민간인 200여명이 걸어서 도라산전망대를 오르는 특별프로그램이다.

도라산역 근처 군부대 연병장에서 전망대까지의 파주시 2km(파주시 문산읍 군내면 백연리) 구간은 민간이 출입이 통제된 곳으로 자동차로는 갈 수 있지만, 걸어서는 갈 수 없는 곳이다.

놀라지 마시라. 민간인들이 이 곳을 도보로 행진하는 것은 53년만에 처음이란다. 물론 '전진'이라는 구호로 무장한 육군 제1사단의 도라대대 장병들은 매일 아침저녁으로 걷는 길이다.

이날 행사에는 천주교, 불교, 기독교, 이슬람교 등 각 종교계 인사들과 분쟁국 젊은이들의 우정과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 내한한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그리고 북한 출신 새터민 대학생과 우리나라 학생 등 40여명이 참석해 그 의미를 더했다.

김문수 조직위원장은 "분단된 땅, 갈라진 허리를 잇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면서 "세계와 한반도 평화의 첫걸음이 이곳 경기도에서 시작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한택 천주교 의정부교구 주교는 "세계에서 분단국가는 우리밖에 없다"며 "이와같은 행사를 통해 통일에 대한 논의가 정치적인 의미에서가 아니라 정직한 마음에서 시작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루리의 설치미술 'Peace Road' 기공식과 앙드레 김 패션쇼 '하얀 평화의 날개'

ⓒ 오마이뉴스 김당

개막식에 앞서 펼쳐진 라난 루리의 설치미술 '피스로드(Peace Road)' 기공식에서는 시민들이 보는 앞에서 평화의 상징 흰색 비둘기를 날리며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이 비둘기와 함께 북한까지 전달되기를 소망했다.

전세계를 하나의 띠로 묶어 평화메시지를 담는 그의 작품 '피스로드'는 2005년 11월 유엔 창설 6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기획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허드슨 강까지 설치한 바 있다.

라난 루리는 "분단의 상징인 임진각 평화누리에 설치된 피스로드가 휴전선을 걷어내고 북한 땅을 거쳐 중국, 러시아를 넘어 세계 각국까지 연결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루리와 김문수 지사 그리고 이스라엘(라믹)과 팔레스타인(우사마), 남한(나영희)과 북한(강원철) 출신 대학생이 함께 '평화의 물방울'에 색칠을 해 이 물방울이 물결이 되어 북녘으로 흘려보내는 의식을 가졌다.

이날 개막식은 식후행사로 진행된 앙드레 김의 패션쇼로 정점에 이르렀다. '앙 선생'이라는 애칭으로 더 사랑받는 이 세계적 패션 디자이너가 직접 기획한 패션쇼의 제목은 '하얀 평화의 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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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천년 역사를 가진 우리 민족의 역사와 평화를 위한 민족적 염원을 민족 고유의 흰색과 신라왕조의 찬란한 문명을 대비해 예술적으로 표현했다"는 앙 선생에 따르면, 이번에 준비한 세계평화축전 무대는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뒤에 두고 펼쳐졌던 지난 96년의 역사적인 패션 이벤트 이래로 가장 심혈을 기울인 무대라는 것.

경기도 홍보대사이기도 한 '앙 선생'이 심혈을 기울인 이날 패션쇼에는 박다안과 이재황 그리고 정동진 등 텔런트·모델들과 스탭을을 포함해 100명이 넘는 제작진이 참가해 초대형 무대를 연출했다.

국제평화단체 '전쟁 없는 하루(Peace One Day)' 등 참여

'모두가 함께 만드는 평화, 하나 되는 평화'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영국에 본부를 둔 국제평화단체 '전쟁 없는 하루(Peace One Day)'를 비롯해 월드비전, 유니세프, 유진벨, 평화 3000, 아름다운 가게, 경기도립예술단 등 10여개 평화 관련 단체와 시민사회단체, 문화예술단체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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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 이틀째인 22일에는 국제구호단체인 월드비전과 함께 하는 ‘기아체험’이 마련됐다. 저녁 7시30분부터 12시간 동안 음식을 먹지 않으며 전쟁으로 고통받는 전쟁 난민의 생활을 체험하는 행사. 기아체험 시간 동안 평화콘서트, 평화영화 상영, 세미나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23일(토)에는 한국, 팔레스타인, 이스라엘(KO·PA·IS) 청소년 40명이 참가하는 '평화친구 사귀기 Ⅱ' 행사가 열린다. 이 행사는 분쟁 당사국인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청년을 초청해 함께 평화 메시지를 공유하고 반전의 메아리를 전 세계에 전하는 행사이다.

축전 마지막 날인 24일(일) 오전 9시에는 '원 코리아'(One-Korea) 마라톤대회가 열린다. 민족화해협력위원회(민화협)와 함께 주최하는 이 대회는 정치적 배경과 성향을 떠나 평화를 염원하자는 의미에서 모든 조직과 개인이 참여하는 순수 평화마라톤 대회다.

이밖에도 안성 줄타기, 남사당패와 수원 살풀이, 승무, 양주별산대놀이 등 경기도 각지의 도민이 직접 참여하는 공연, 오카리나 공연, 경기무형문화재 공연 등 다양한 공연과 평화 3000의 솟대 만들기, 평화기원 풍등 날리기, 평화깃발 만들기 등 각종 부대행사가 축제 내내 펼쳐진다.

햇빛 좋은 이 가을에 아이들과 함께 '평화의 깃발' 속을 뒹굴며 황금들녘에서 너울거리는 '평화의 물결'을 만끽하는 기쁨을 누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서울 도심에서 고작 40~60분(자유로나 통일로 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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