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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신문
[이미란 기자] 외환위기 여파로 가정 해체가 가속화되면서 방치된 아이들을 위한 대안으로 가시화된 '가정위탁'.

2000년 보건복지부 산하 '가정위탁지원센터'가 만들어지고 해마다 위탁아동 수가 증가(2003년 7565명, 2004년 1만198명, 2005년 1만3315명·보건복지부 통계 2003년)하면서 가정위탁된 아동의 권리 옹호와 제도적 지원에 대한 논의도 달아오르고 있다.

'2006 국제가정위탁협회(IFCO) 아시아 대회'(대회장 강순원 한국수양부모협회 회장·조직위원장 변주선 한국아동단체협의회 회장), 한국가정법률상담소(소장 곽배희) 주최 '자녀양육의 사회적 책임-가정위탁의 현황과 과제 심포지엄' 등 관련 행사가 대대적으로 열리고 있는 가운데 '가정위탁지원에 관한 특별법'(가칭) 제정도 추진되고 있다.

논의의 핵심은 가정위탁제에 대한 제도적·법적 지원의 부족, 위탁부모에 대한 권리와 의무 등의 명시가 빠진 현행 관련법의 한계, 친부모의 아동권 침해에 대해 친권 제한이나 상실 등의 제재를 가할 수 없는 현실적 한계 등이다.

지난 15, 16일 열린 'IFCO 아시아 대회'는 한국을 비롯해 일본, 필리핀, 대만, 인도 등 아시아 7개국의 실례와 함께 수양부모와 위탁아동 수백 명이 참가해 단연 시선을 끌었다. 특히 이번처럼 아시아 대회가 열린 것은 IFCO 역사상 처음이다. 여기서도 쟁점은 역시 가정위탁된 아동권의 보호와 가정위탁제의 활성화 방안.

안젤라 마리아 판간 IFCO 이사(필리핀)는 "필리핀의 경우 가정위탁제를 좀 더 발전시키기 위해 (친부모가 부모로서의 역할을 못할 때) 아동의 강제 위탁 법안 통과를 추진 중"이라며 "정책 입안과 프로그램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대체 양육 중인 아동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 연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우리나라는 위탁가정이 증가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가정위탁제도를 지원하는 제도적·법적 장치가 미흡하다는 공감대 속에 대안 논의도 활발하다.

가정법률상담소의 '가정위탁의 현황과 과제' 심포지엄에선 현행법이 위탁부모의 책임이나 권리, 의무 등을 명시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 위탁제도 활성화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문제가 중점 제기됐다.

가정위탁제는 입양제도와는 달리 친권은 여전히 친부모가 가지고 있다. 일례로 위탁자녀가 급히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경우 현행 민법으로는 위탁부모가 할 수 있는 역할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또 친부모가 경제력이 있음에도 위탁부모에게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경우, 친부모가 장기간 행방불명된 경우 등엔 친권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문제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김상용 교수(부산대 법대)는 "친부모가 자녀를 양육할 가능성이 없어지거나, 친부모에게 보내는 것이 오히려 자녀에게 해가 될 때 친권을 아예 상실시키는 방안을 생각해 보는 등 가정위탁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포괄적 법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다.

이와 함께 위탁아동 1인당 월 7만∼13만 원씩 지급되는 양육보조금이 비현실적이기에 위탁가정에 경제적 부담을 안겨줄 수 있다는 점, 위탁아동과 위탁부모, 친부모에 대한 정기적인 관리, 감독을 어떻게 할 것이냐 등의 문제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허남순 교수(한림대 사회복지학과)는 "보호대상 아동을 가정위탁시킬 때 담당 공무원 혼자 단독 결정하기보다는 전문가의 의견을 구해 위탁가정을 결정하는 시스템을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가정법률상담소는 심포지엄에서 중점 논의된 사안들을 가지고 중앙가정위탁지원센터와 공동으로 관련 특별법 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 가정위탁제도란

'가정위탁제도'란 부모의 가출, 이혼, 수감, 사망 등으로 아이를 더는 보호할 수 없을 때 일반 가정에 위탁해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한국에선 90년 처음으로 가정위탁시범사업을 실시하였고, 2000년 처음으로 보건복지부 산하로 '가정위탁지원센터'가 만들어졌다.

민간 차원에선 박영숙 당시 주한 영국대사관 공보관이 95년부터 자신의 가정을 비롯해 지인들 가정에 수십 명의 아동을 위탁하기 시작, 98년 한국수양부모협회를 설립한 것이 그 시작이다.

위탁아동의 증가 원인에 대해 조흥식 교수(서울대 사회복지학과)는 "외환위기 이후 소득 양극화, 이혼율의 증가, 부부간의 갈등과 가정 내 폭력 등에 따른 가족 해체 현상이 증가함에 따라 사회적 보호를 필요한 아동의 수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경제·‘남의 자식’에 대한 부담감이 가장 큰 걸림돌
위탁부모 대상 설문조사 결과 들여다보니...

위탁부모들 역시 가정위탁의 가장 어려운 점으로 경제적 부담과 친권 행사의 한계를 꼽았다. 가정위탁제의 활성화를 위해선 사회적 관심과 소위 '남의 자식'에 대한 편견 일소, 그리고 제도 자체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도 필요하다.

이는 가정법률상담소가 위탁부모 256명(남 52명, 여 204명)을 대상으로 '가정위탁 실태와 위탁부모 욕구에 관한 기초조사'를 실시한 결과에서 드러났다.

우선, 위탁양육 시 어려운 점에 대해 전체 응답자 234명 중 '양육 자체'를 응답한 경우가 97명(41.5%)으로 가장 많았고, '경제적 지원 부족'이 72명(30.8%),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이 33명(14.1%), ‘친부모와의 관계’ 26명(11.1%), ‘친자녀, 배우자 등과의 갈등’ 6명(2.6%) 순이었다. 전체 응답자 241명 중 204명(84.6%)이 현재 아동 한 명당 7만 원씩 지급되는 정부 양육보조금에 대해 ‘적당하지 않다’고 답했으며, ‘적당하다’는 응답은 37명(15.4%)에 불과했다.

친부모가 위탁가정에 아동을 맡긴 후 아동을 다시 양육하기 위해 전혀 노력을 하지 않는 경우, 아동에 대한 친권에 대해 전체 응답자 245명 중 140명(57.1%)이 ‘친부모의 친권을 제한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서 ‘친부모에게 두어야 한다’ 55명(22.4%), ‘친부모의 친권을 상실시켜야 한다’ 46명(18.8%) 순으로 답했다.

가정위탁된 아동에 대한 후견인은 누가 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245명 중 148명(60.4%)이 ‘위탁부모’로 응답했다. 이어서 ‘가정위탁지원센터장’이 49명(20.0)%, ‘아동의 친부모’가 30명(12.2%), ‘지방자치단체장’이 18명(7.3%) 순으로 나타났다.

가정위탁이 활성화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위탁부모의 경제적 부담 때문에’ ‘사회적 관심이 부족해서’가 총 254명 중 각 51명(20.1%)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다음으로 ‘정부의 지원이 부족해서’ 45명(17.7%), ‘남의 자식을 키우는 것에 대한 거부감 때문’ 38명(15.0%), ‘중간에 친부모가 아이를 데려가는 등 위탁부모의 법적 지위가 불안해서’ 34명(13.4%), ‘위탁사업에 대한 홍보가 부족해서’ 31명(12.2%) 순으로 나타났다.

가정위탁 활성화를 위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로 ‘위탁아동의 양육비 현실화’가 전체 248명 중 84명(33.9%)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서 ‘사회적 편견 극복’이 49명(19.8%), ‘위탁아동에 대한 후견문제’가 42명(16.9%), ‘위탁양육에 대한 프로그램 마련’이 34명(13.7%), ‘위탁양육과 관련한 정보 제공’이 31명(12.5%)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지난 5월 25일∼6월 24일 한 달간 시행되었으며 표본 최대 한계허용 오차는 95%, 신뢰수준은 5.7%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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