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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일 서울시청 인근에서 열린 '한미동맹 파괴 저지 국민대회'.
ⓒ 오마이뉴스 남소연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반대 투쟁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반대를 외치는 목소리가 사회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보수진영 동원령'이라도 선포된 것처럼 퇴역 장성들을 비롯해 고위 관료, 재향군인회, 일부 기독교 단체, 심지어 탈북자들까지 보수 인사들의 외침이 줄을 이었다.

이달 초 서울시청 앞에서는 5만여명이 광장을 가득 매워 전시작통권 환수 반대의 기세를 올렸다. 일부 여당 의원들조차 환수 시기에 신축적인 조건을 달자고 나서게 할 만큼 그 기세가 높았다.

이들의 반대 이유는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로 인해 한미동맹이 균열되고 주한미군이 철수하게 된다, 그래서 전쟁억지 기능이 마비되고 대북 방위체제가 무력화됨으로써 북한의 무력 적화통일의 길을 열어주게 된다"는 것이다.

전작권 환수는 적을 이롭게 하고 아군을 해치는 '간첩'들이나 할 일이라는 색깔론까지 나왔다. 민족반역의 행동이라는 성토도 터졌다. 이들 말대로 보면, 전작권 환수는 심각한 안보위기다. 전작권 환수 반대는 목숨을 걸고서라도 지켜야 할 '애국 행위'였다.

이렇게 난리라도 날 것처럼 세상을 뒤흔든 '애국 행위'의 근거를 그들이 매달리는 미국이 뒤흔들어버렸다는 사실이 참으로 역설적인 일이다.

뭐든 '노무현 탓', 걸핏하면 '좌익 잘못'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대한 안보공약을 다짐하면서 작통권 환수 문제를 정치화하지 말라고 단호하게 말한 것이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도 한미동맹은 굳건하다고 강조했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 국방부가 2009년 작통권 이양은 이미 결정한 것이며 누가 한국 대통령이 되든 전작권 이양에 대한 재협상은 없을 것이라고 한다. 미국은 미국이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간다는 것이다.

전시 작통권 환수의 장본인이 미국인 셈이니, 보수진영은 그들 논리로 볼 때 '친북좌익 세력'으로 드러난 미국을 규탄하고 나서야 할 판이다. 전작권 환수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한국 안보 중시론과 함께 미국의 안보공약이 그들 주장과는 달리 확고한 것임이 밝혀진 터다. 목숨을 걸겠다는 '애국행위'가 세상을 시끄럽게 만든 '혹세무민 행위'가 돼버린 셈이다.

애초부터 미국의 세계전략 변화로 인한 전작권 환수 문제를 한미 동맹 약화와 주한미군 철수, 이에 따른 북한의 무력 적화통일이라는 '안보 위기론'으로 몰고간 것 자체가 잘못이었다.

더구나 한심한 것은 무엇이든 잘못되면 '노무현 정권 탓'으로 돌리고 걸핏하면 '친북 좌익세력'을 들먹여 재미를 보려는 '안보 상인들'의 시대착오적인 수법이다. 일부 극우 보수세력은 독재 세력의 후예들답게 지금의 현실을 과거 직선제 개헌운동을 잠재우려고 금강산 댐 건설 소동을 벌였던 1986년의 시절로 착각하는 것인가.

반세기에 걸친 권위주의 독재시절, 독재 권력에 저항하는 민주 세력을 '빨갱이 집단'으로 몰아 '숙청'하거나 탄압하던 수법이 아직도 횡행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미국까지도 '빨갱이 집단'으로 모는 꼴이기 때문이다.

▲ 지난 19일 오전 북한군 출신 탈북자 30여명은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앞에서 전시작전통제권 단독 행사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한반도 군사력, 북한·중국이 위협느낄 정도

앞에서 나온 얘기대로 미국은 미국의 갈 길을 갈 따름이다. 한미동맹 관계도 마찬가지다. 여러 차례에 걸친 주한미군 철수도 미국의 국익에 따라 일방적으로 단행됐다. 작통권 환수 문제로 공연히 엉뚱한 곳을 탓하며 삿대질할 일이 아니다.

미국이 한반도를 미국의 '극동 방위선'에서 제외한다는 애치슨 국무장관의 선언, 1949년 6월 30일 주한미군의 최종 철수 등도 미국의 일방적인 결정이었다. 이듬해 6월 한반도 전쟁이 터지자 미국은 즉각 군사적으로 개입했다. 당시는 한미상호방위조약과 같은 안보 공약의 틀조차 없었음에도 미국의 개입은 전격적으로 진행됐다.

미국이 올 3월 발표한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의 핵심은 대량살상무기 확산 저지와 폭정 종식 및 민주주의 증진이었다.

무엇보다도 주목해야 할 것은 세계의 7대 폭정 국가 중에서 북한을 가장 먼저 꼽았다는 대목이다. 이것은 미국이 정해놓은 '금지선'을 북한이 넘어설 경우 무력개입의 제1순위라는 뜻이다. 북한의 안보위협을 미국이 그냥 두고볼 리가 없다는 얘기다.

전작권 환수로 인해 한미 동맹 기축이 붕괴될 것이라는 주장도 지나친 우려다. 일본이나 호주·이스라엘·타이완·싱가포르 등도 전시 작전권을 공유하지 않으면서도 안보협력이 잘 되고 있지 않은가.

전쟁 억지력의 약화를 걱정한다고 하지만, 한반도 전쟁 억지력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오히려 높아 중국과 북한이 위협을 느낄 정도다.

미국은 올해까지 110억 달러 규모의 돈을 들여 150개 분야에 걸친 전력증강사업으로 첨단무기와 신속대응군 체제를 갖추게 된다. 한국군도 2011년까지 1조6천억원 규모의 전력증강계획이 진행된다.

무엇보다도 북한이 선제공격을 하고 나설 형편이 아니라는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일이다. 북한은 남한 국력의 몇십분의 일밖에 안 되는데다가 식량난, 에너지난, 전력난 등으로 전쟁수행능력이 매우 취약하다. 북한이 1차 공격 이후 당하게 될 가공스런 보복공격을 뻔히 알면서도 먼저 공격할 수 있겠는가.

아무리 차기 집권이 욕심나더라도

▲ 지난 14일 한나라당 의원들은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한미 정상회담에서 전시작전통제권 논의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였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사정이 이러한데도 극우 보수세력이 전시 작통권 환수 문제를 계기로 국민들의 안보불안 심리에 불을 지르는 이유는 무엇인가. 부시 대통령도 지적한 것처럼 정치적인 의도 때문이다. 잔여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현 정권을 뒤흔들고, 보수세력을 결집해 차기 집권을 노리겠다는 술수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한나라당 대변인의 쿠데타 발언에서도 그 속내가 드러난다.

극우 보수세력이 차기 집권 욕심을 아무리 부리더라도 민족의 운명이 걸린 안보문제를 정략대상의 노리개 감으로 삼는 것은 매우 위험천만한 일이다.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 다툼으로 한민족이 또 다시 희생물이 될 위험성이 여전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높아질 상황이기 때문이다.

우리 군의 진정한 목적과 존재 이유는 우리 민족의 평화와 안정, 나아가서는 통일의 역사 창조와 발전을 지켜줄 물리적 힘이라는 데 있다고 본다.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를 계기로 우리 군이 민족의 군대로서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기여할 전력으로 커 나갈 수 있도록 모든 지혜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야말로 근본적으로 중요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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