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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차없는 날 네트워크 홈페이지
ⓒ 김대홍
"자전거 타면 좋지. 건강에도 좋고 교통비 절약되고… 그런데 불편하잖아. 먼 거리는 못 가고 땀도 나고… 게다가 위험하니까. 아무래도 차가 편하지."

운전하는 사람들한테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자전거가 좋다고 말하면서도, 쉽게 자동차가 주는 편리를 포기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최소한의 노동으로 가장 빨리, 멀리 이동할 수 있는 게 자동차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전거를 타는 게 과연 단지 건강에 좋고 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않는 것 뿐일까. 전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차없는 날' 행사는 자동차를 포기하고 자전거를 타는 것은 삶을 바꾸는 혁명적인 행동임을 잘 보여준다.

1997년 프랑스 서부 항구도시 라로쉐에서 교통량 감축과 환경개선을 위해 시작한 '차없는 날' 행사는 2000년 유럽연합을 비롯 세계 각국(30개국 813개 도시)이 참가하는 대규모 행사로 확대됐다. 당시 내세운 구호는 '도심에서는 승용차를 이용하지 맙시다'(In town without my car!).

이후 2001년 전세계 1300여 도시가 참여하면서 좀 더 규모가 커졌고, 그 해 우리나라도 환경, 에너지, 소비자단체의 주도 아래 '차없는 날' 행사가 시작됐다.

2002년부터는 '차 없는 주간'으로 좀 더 범위가 커졌고, 40개국 1446개 도시로 참가 도시 수도 많아졌다. 올해엔 40개국 1500개 도시가 캠페인에 참가한다.

콜롬비아 보고타시... 꿈을 이루다
교통사고 사망자 0, 대기오염 10% 이상 감소


▲ 보고타시의 자동차 억제 정책이 설명돼 있는 <작은 실험들이 도시를 바꾼다>
ⓒ 시울
'차없는 날'과 관련, 가장 주목받는 도시는 남미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시다. 인구 600만 명이 넘는 이 도시는 엔리크 페냐로사 시장 재임시(1998-2000) 대대적인 자가용 제한 조치가 이뤄졌다.

"콜롬비아 보고타시는 1998~2000년 자전거 위주로 교통 정책을 바꿨다. 출퇴근 시간 자동차의 통행을 제한하고 300㎞에 이르는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들었다. 그러자 0.1%에 불과하던 자전거 출퇴근 인구가 5%로 늘었다. 같은 기간 승용차 출퇴근 인구는 17%에서 13%로 줄었다.

엔리크 페냐로사 전 보고타 시장은 "처음에는 거세게 반발하는 운전자들과 한바탕 '전쟁'을 치렀으며, 탄핵위기에 몰리기도 했다"며 "그러나 그 뒤 변화를 체험한 시민들이 정책에 만족하게 됐고, 도로 건설·유지 비용 수억 달러를 아낄 수 있었다"고 했다." - <중앙일보> 2006년 5월 7일


2000년 2월 24일(목요일)에 처음 실시된 '차없는 날'은 당시 비오는 날씨였음에도 90%가 넘는 시민들이 행사에 참여했다. 당시 시민들은 80만 대 이상의 자가용을 집에 두고 출근하거나 쇼핑을 했다. 눈여겨볼 점은 2000년 한 해 동안 교통사고 사망자가 단 한 명도 없었고 정오 대기오염 수치도 대폭 떨어졌다는 점이다.

보고타의 대표 일간지 <엘 티엠포>의 여론조사에서 약 80퍼센트의 시민이 '차없는 날'을 성공으로 평가했고, 2000년 10월에는 보고타시 유권자의 약 63퍼센트가 매년 2월 첫 번째 목요일을 '차없는 날'로 정해 지속 운영할 것을 지지했다.

2004년 '차없는 날' 직후 여론조사에선 지지비율이 좀더 높아져 82.7%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보고타시는 '차없는 날'이라는 캠페인성 행사와 함께 자동차 억제 정책을 동시에 실시했다.

▲ 유럽 리투아니아의 차없는 날 행사
ⓒ 유럽 차없는 날 행사
대표적인 게 '피코 이 플라카(Pico y Placa, 첨두와 번호판)'. 자가용을 모는 보고타 시민들은 주 2회 출퇴근 시간대에(오전 7-9시, 오후 5-7시) 자가용을 갖고 나올 수 없다. 이 시간대에 자가용 운전자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자전거를 타야 한다.

1982년부터 실시되고 있는 '시클로비아'(Ciclovia)도 유명한 행사다. 주1회 오전 7시부터 오후 2시까지 7시간 동안 주요 간선도로를 막아 자동차 통행을 금지시키는 행사다. 대신 그 전까지 자동차가 달렸던 도로는 자전거 이용자와 인라인스케이트 이용자 등에게 개방된다.

<작은 실험들이 도시를 바꾼다>(박용남 저)에 따르면 도로구간은 약 120킬로미터이며 매 주말마다 약 150만 명 이상의 보고타 시민들이 이 곳에서 산책, 자전거타기, 달리기 등을 한다. 또한 성탄절 전날에도 같은 거리에서 자동차 제한 정책이 이뤄진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펴낸 자료에 따르면 일요일에는 간선도로의 차량 운행을 제한하고, 보행자와 자전거, 롤러스케이트 이용자가 넘치면서 인간중심의 도시로 바뀌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2005년 보고타의 범죄율은 미국 워싱턴보다 낮았다.

▲ 일본 요코하마 '차없는 날' 포스터.
ⓒ 요코하마 차없는 날
그 외에도 수천 개 볼라드(차량 보도진입 방지 기둥)를 설치해 차량들이 보도에 불법 주차하지 못하게 막았다.

물론 시행 과정이 순탄하진 않았다. '피코 이 플라카'가 실시될 때 일부 운전자들은 심하게 반발했다고 한다. 수천 개 볼라드를 설치했을 때는 상점 주인들이 중심이 되어 시장을 탄핵하기 위한 주민투표를 시도했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시민들은 실제 자신들이 느낀 효과를 지지했다. <작은 실험들이 도시를 바꾼다>(박용남 저)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통행속도는 시속 10킬로미터에서 15킬로미터로 올라갔고, 대기오염 수준은 첨두시간대에 약 10퍼센트 감소했다. 또한 2005년 보고타의 범죄율도 미국 워싱턴보다 낮았다.

한편 2006년 9월 20-24일 콜롬비아 보고타에선 '세계 차없는 날 네트워크'(WCN) 회의가 열리고 있다. 이 기간 중 차없는 거리를 운영하면서 도시내 차량 경쟁 문화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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