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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선애
“북에 계신 부모님 산소는 어찌 됐을지, 누가 있어 풀은 깎는지, 연고 없이 풀이 우북한 산소를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듭디다.”

이장호(81·예산읍 주교리 석탑아파트) 할아버지가 5년 전부터 무연고묘 벌초를 시작한 이유다.

외아들이었던 이 할아버지의 고향은 함경남도. 6·25 때 단신으로 월남한 뒤 휴전이 되는 바람에 고향의 부모님과 영영 이별하고 말았다.

“헤어질 당시 예순이던 아버님이 지금껏 살아계실 리 없고, 자식이 되서 제삿날도 모르는 불효는 어찌할지.”

분단된 민족의 비극 때문에 생긴 일, 그것이 어찌 이 할아버지 탓일까 마는, 이 할아버지는 연고 없는 무덤의 풀을 깎을 때마다 부모생각에 목이 멘단다. 이 일을 위해 아예 전동 예취기까지 구입한 이 할아버지는 추석 이틀 전까지 깎지 않은 산소를 찾아 정성껏 벌초를 하고 나면 그래도 좀 위로가 된다고.

그가 자주 오르는 봉대미산에 있는 무연고묘 20여기가 그 대상이다. 무남독녀 외동딸이 12년 전 세상을 달리하고, 부인과도 지난해 사별해 외롭게 살고 있는 이 할아버지는 “내 나이도 이제 부모님과 가족들을 만날 날이 가까워 오니 그 때까지 이렇게 봉사하고 살다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예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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