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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스티에(castillet)에서 내려다본 시내 풍경
ⓒ 조영표
올해 프랑스의 여름은 무덥고 길었다. 더위가 한참이던 7월에는 수은주가 연일 37도를 오르내렸고, 무덥고 건조한 이곳 여름날씨에 무기력하게 지칠 수밖에 없었다.

8월에 접어들면서 무더위는 다소 수그러졌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초가을의 서늘함마저 느낄 수 있었다. 기나긴 여름을 보내고 9월이 되서야 우리 가족은 남프랑스 '페르피냥(Perpignan)'으로 뒤늦은 여름휴가를 떠났다.

동쪽으론 지중해를 끼고 있는 페르피냥은 내륙 쪽으로 피레네 산맥에 인접해 있는 작은 도시이다. 스페인과는 불과 1시간 이내의 거리에 접해 있다 보니 '까탈로뉴(Catalane)' 지방의 문화 색이 짙은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선 매년 '국제 포토저널리즘 페스티발'을 개최하면서 큰 명성을 얻고 있다. 사진 페스티발은 올해로 18회 째를 맞고 있다. 프랑스의 한 친구는 페르피냥을 프랑스의 다른 휴양도시와 비교하면서 매우 아름답고 서민적인 도시라고 소개했다.

파리 리용역에서 TGV(떼제베)를 타고 프랑스 내륙을 가로질러 5시간 여를 달리면 페르피냥에 도착한다. 휴가철이 지나 평일인 탓에 기차 안은 한적했고, 창문으로 내다보이는 시골 풍경은 초가을 햇살과 어우러져 평화롭고 아늑했다.

▲ 페르피냥행 떼제베(TGV) 열차안
ⓒ 조영표

▲ 열차에서 내다본 창밖 풍경
ⓒ 조영표
페르피냥이 가까워지자 창문 너머로 피레네 산맥의 줄기로 보이는 산들이 눈에 들어왔고, 반대편으론 푸른 지중해가 펼쳐져 있었다. 한국의 푸르고 울창한 산들과는 다르게 이곳의 산들은 다소 메마르고 거칠어 보였다. 산등성이에 줄지어 있는 새하얀 풍력발전기들은 가을 바람에 맞춰 천천히 육중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여행의 설렘 탓인지 5시간의 기차여행은 지루함을 느낄 새도 없었고, 어느덧 페르피냥 역에 도착했다.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는 페르피냥 역을 '세상의 중심'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역내를 나서자 길가에 늘어선 야자수들이 매우 이국적이었다. 우리 가족 모두는 낯설고 이국적인 풍경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 '세상의 중심'이라 불리우는 페르피냥역
ⓒ 조영표

▲ 역에서 바라본 거리 모습
ⓒ 조영표
거리 곳곳에 '국제 포토저널리즘 축제'를 알리는 홍보물들이 여행객들을 맞이하고 있었고 이미 전세계에서 찾아온 사진가들과 여행자들로 들썩이고 있었다. 파란 가을 하늘 아래로 붉은색 지붕들과 노란색 건물들은 조화를 이루면서 이곳이 지중해 연안임을 새삼 느끼게 만들었다.

우리 가족은 현지 민박집을 미리 예약했었고, 주인 아주머니는 파리에서 찾아온 낯선 외국인 가족에게 상냥하게 대해 주셨다.

오래된 프랑스식 아파트인 민박집은 빠듯한 일정 탓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온 우리 가족을 내 집처럼 편하게 했다. 특히 점심시간에 집 앞 골목의 식당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는 퍽이나 인상적이었다.

가을 바람에 실려오는 음악소리는 우리 가족 모두를 파란 가을 하늘로 실어갈 것만 같았다. 바야흐로 축제는 시작되었고 작은 도시의 편안함과 이곳 사람들의 상냥함에 어느덧 빠져들어 가고 있었다.

▲ 페르피냥 거리
ⓒ 조영표

▲ 페르피냥 거리
ⓒ 조영표

▲ 페르피냥 거리
ⓒ 조영표

▲ 민박집에 들어서는 우리 가족
ⓒ 조영표

덧붙이는 글 | 여행기는 네 차례에 걸쳐 연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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