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춘 땅 예멘, 그곳에서 여자들의 삶은 그 얼굴만큼이나 베일에 싸여 있다. 거리의 경제활동도, 사회활동도 남자들을 중심으로 돌아갈 뿐, 어느 곳에도 여자들을 위한 공간은 없었다. 예멘에서 여자들은 철저히 격리되어 있고, 감추어져 있었다.
거리에서 마주치는 여자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면 종종걸음을 치며 달아나곤 했다. 사진을 찍기 위해 허락을 구할 때면 단 한 번도 "Yes"라는 말을 듣지 못해, 내 사진 속의 여자들은 늘 뒷모습이거나, 옆모습이었다.
폐쇄적인 만큼 보수적인 사회 예맨의 이슬람 사원은 들어가기가 쉽지 않았다. 여자이자 외국인인 나의 접근은 입구에서부터 가로막히곤 했다. 허탈하게 돌아서 나올 때, 사원 앞에 앉아 얼굴을 가린 여자들을 보았다. 구걸을 하는 여자들이었다. 대부분 미망인이거나 이혼 당한 여자들이라고 했다.
구걸 말고는 할 일이 없는 여자들. 식당도, 노점도 하지 못하는 닫힌 삶 앞에 그들은 놓여 있었다. "이혼하면 파출부라도 하지 뭐"라고 말할 수 있는 내가 자란 땅보다 훨씬 보수적인 이 사회에서 이혼은 오늘의 끼니를 걱정해야만 하는 막다른 골목을 의미했다.
옛전통이 고스란히 살아 있어서 여행자를 설레게 하는 땅 예멘에는 그토록 어두운 얼굴이 있었다. 나는 조금씩 헷갈리기 시작했다. 남자들이 칼을 차고 다니고, 오래된 건물들이 그대로 남아있어 나를 들뜨게 하는 이 나라. 나를 매혹시키는 것들이 어떤 이들에게는 삶의 굴레일 수도 있음을 이곳에서 다시 깨닫는다.
근대화를 이루지 못한 현실 뒤에 숨겨진 얼굴. 일하고 싶거나 차도르를 벗고 싶거나 다른 삶을 살고자 해도 방법이 없는 여자들의 눈물. 일자리가 없어 남의 가게 앞에 앉아 콰트를 씹으며 소일하는 남자들. 그 일그러진 얼굴들이 한없이 가볍고만 싶은 여행자의 발목을 잡아버리던 예멘.
'예멘의 사람들', 이 사진은 반쪽짜리, 오직 남자들의 얼굴에 대한 사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