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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여행자 몽도>
<어린여행자 몽도> ⓒ 조화로운삶
어느 날 갑자기 한 아이가 도시에 들어왔다. 사람들은 그 아이가 왜 어떻게 어디에서 왔는지 모른다. 그 아이의 가족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른다. 언뜻 보기에 그 아이는 불우하고 외로워 보인다. 그러나 그 아이는 건강하고 행복하다.

글을 읽고 쓰지도 못한다. 그러나 세상의 아름다움을 읽고 쓸 줄 안다. 아이의 하루는 문명 속에서 살아가는 어른들의 일상과는 동떨어져 있다. 바다와 해, 달과 별 그리고 바람과 함께 한다. 그래서 아이의 영혼은 푸른 물빛을 닮았다. 그 아이가 르 클레지오가 쓴 <어린 여행자 몽도>에 나오는 '몽도'이다.

<어린 여행자 몽도>(르 클레지오 지음·진형준 옮김)는 총 여덟 편의 중·단편 소설로 되어있다. 헌데 이 소설들은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소설의 주인공이 어린아이들이고 자연과의 교감이라는 주제의 일관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을 평자들은 '동양적 원시성'이라고 말한다.

그럼 몽도와 함께 잠시 여행을 떠나보자. 어린 몽도는 늘 푸른색 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약간 큰 초록색 티셔츠를 입고 도시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 그리고 사람들과 만나고 도시 곳곳을 구경한다. 그리고 채소 장수의 일을 도와 몇 푼의 돈을 벌고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말을 건다. 그러다 인상이 좋고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이렇게 묻는다.

"저를 아들 삼지 않으실래요?"

그리곤 듣는 사람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멀리 사라진다. 그런데 왜 몽도는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아들 삼아 달라'고 했다 그냥 사라지는 걸까? 몽도는 비밀스런 아이이다. 사람들이 몽도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이름뿐이다. 몽도가 아들 삼아달라고 하고 달아난 것은 누군가를 그리워하면서도 자신에 대해 사람들이 아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또 하난 그가 살아왔던 자연과의 아름다운 교감으로부터 멀어질까 하는 마음에서이다. 몽도는 부랑아처럼 살아간다. 그러면서도 우아함과 순수한 마음과 깨끗한 영혼을 소유한 소년이다. 바다를 꿈꾸고, 햇살과 바람과 구름을 더불어 호흡하며 살아간다. 그래서 사람들은 몽도를 만나 몇 마디 주고받다 보면 마음이 맑아짐을 느낀다.

몽도와 함께 즐거운 여행 어떨까

"이 도시에는 몽도가 아는 사람이 많았지만 친구는 그리 많지 않았다. 몽도가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은 반짝이는 눈빛을 하고 사람을 만나면 반갑다는 듯 가볍게 웃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을 만나면 몽도는 멈춰 서서 그들에게 몇 마디 말을 걸고는 바다에 대해, 혹은 하늘이나 새에 대해 몇 마디 질문을 던지곤 했다. 그리고 몽도와 헤어질 때면 그들은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해 버렸다."

왜 사람들은 몽도와 몇 마디만 주고받으면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할까? 그건 세상에 매몰되어가면서 잊고 있던 것들 즉, 별똥별은 왜 있는가? 하늘은 왜 파랄까? 하는 단순하지만 소중한 것들을 다시 일깨워줬기 때문이다.

그렇게 도시를 돌아다니다 해가 지면 몽도는 몸을 숨길만한 해변이나 도시 밖 하얀 돌더미 틈에서 잠을 잔다. 아침이면 일어나 도시 주변을 돌아다닌다. 지루해지면 바다 속에 들어가 수영을 한다. 그리곤 바다 위에 떠오르는 햇살을 바라보며 투명한 바닷가에 앉아 노래를 부른다.

그리고 어느 날 몽도는 도시에서 사라진다. 몽도가 도시에서 사라지자 말은 하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몽도를 그리워한다. 그리고 기다리고 찾는다.

"해와 달과 날들이 이제 몽도 없이 흘러갔다. 그것은 매우 긴 동시에 짧은 시간이었다. 왜냐하면 이곳 우리 도시의 많은 사람들은 선뜻 이야기하지는 않으면서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어느덧 우리는 때때로 사람들의 무리들 속에서, 길모퉁이에서, 문 앞에서 그 아이를 찾았다."

그러나 사라진 것은 잊혀지게 마련이다. 몽도도 시간이 흘러가면서 그랬다. 허나 그가 남기고 간 흔적은 사람들 마음에 따스하게 남아서 전해질 것이다.

아름다운 소설 <어린 여행자 몽도>는 서사적 구조보다는 시적 이미지의 언어로 가득 찬 동화 같은 소설이다. 언어 하나하나가 풀잎 끝에 대롱거리는 이슬처럼 맑다. '어린 여행자 몽도' 뿐만 아니라 '륄라비'도 '하늘을 만나는 소녀'도 그렇다.

그래서 글을 읽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따스해지고 편안해진다. 소설 속의 인물(어린 주인공들)이 행복한 환경에 있지는 않지만 그들의 말과 행동을 통해서 독자는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가을 날, 차 한 잔 옆에 두고 몽도와 함께 즐거운 마음의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싶다. 여행을 떠나다 보면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줄지 모른다.

어린 여행자 몽도

J.M.G. 르 클레지오 지음, 진형준 옮김,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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