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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순의 <청소년을 위한 서양철학사>
서용순의 <청소년을 위한 서양철학사> ⓒ 두리미디어
서용순의 <청소년을 위한 서양철학사>는 비교적 이해하기 쉽다. 컬러판인데다 사진에 만화에 다채롭기도 하고 본문의 좌우측면에는 주요 개념들에 대한 풀이도 붙여놓았다. 뒤쪽에는 '찾아보기'도 있다.

대개 현대철학 부분은 아예 빼놓거나 간략하게 다루는 것이 일반적인데 20세기의 철학도 다른 시기의 철학과 함께 같은 비중으로 다루고 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문체에도 변화를 주었다. 합쇼체 종결어미(-ㅂ니다)를 사용하여 자칫 딱딱하고 지루하다 느낄 수 있는 선입견을 누그러뜨린다.

'중세의 철학'편을 살펴보기로 한다. 우선은 이 시기 철학을 해당 부 첫 페이지에서 개괄하여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중세기의 철학은 철저히 기독교 신앙 아래에서 그것을 떠받치고 있는 철학이었습니다. (중략) 철학은 철저히 신학의 시녀였던 것입니다. 중세 말기에 가서야 철학은 마침내 신앙에서 떨어져 나와 독자적인 길을 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됩니다. (85쪽)

이 시기의 철학을 7개의 부분으로 나누어 1장 '기독교의 성립과 전파-고대에서 중세로'와 2장 '사도 바울과 기독교의 성립'은 유대교의 율법에서 예수의 복음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통하여 한 나라의 민족종교가 세계종교로 자리잡는 과정을 설명하며 그 사이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사도 바울을 이야기한다.

사도 바울의 공헌은 무엇보다도 기독교를 세계 종교로 만든 점에 있습니다. 예수는 분명 유대인이었고 그의 가르침은 이스라엘 안에서 이루어진 것입니다. 그가 사랑의 율법을 설파했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여전히 이스라엘 민족이라는 테두리 안에 머물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한 민족적 틀을 뛰어넘어 기독교가 명실상부한 세계 종교로 발돋움한 데에는 사도 바울의 영향이 결정적이었던 것입니다. (89~90쪽)

3장 '교부들의 시대'는 '철학과 기독교의 만남'을 말한다. 그리고 이때의 철학은 신앙이 철학보다 우위라는 전제 하에 플라톤의 철학과 신플라톤주의 학설을 차용한 것이며 이러한 기독교를 하나의 원리 아래 통일시키려는 노력은 로마 가톨릭 교회의 성립을 가져왔다고 설명한다.

기독교는 교부들의 노력을 통해 여러 신비주의적 주장에서 벗어나 이성적으로 설명 가능한 일관된 체계를 갖추어 나가기 시작한 것입니다. (95쪽)

4장 '중세 기독교의 확립-아우구스티누스'는 기독교 교리의 체계화의 완성자로 아우구스티누스를 내세워 그가 신플라톤주의 철학과 기독교 신학을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기독교의 사상 체계를 건설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아우구스티누스의 역사관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것은 아우구스티누스가 역사를 ‘지상의 나라와 천상의 나라(신의 나라) 간의 긴장’으로 보았다는 것이다.

신학과 스콜라철학과 아리스토텔레스철학 간의 관계를 비유한 삽화.
신학과 스콜라철학과 아리스토텔레스철학 간의 관계를 비유한 삽화. ⓒ 두리미디어
5장 '스콜라 철학-아리스토텔레스의 부활'은 스콜라의 출현(당시 수도원과 학원을 중심으로 학문이 부활하게 되는데 이렇게 '학원'에서 기독교 신학을 보좌하던 철학을 '스콜라 철학'이라고 부른다. '스콜라'는 오늘날의 대학의 기원이다)과 이를 계기로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이 부활한 것에 주목한다.

아랍권에서는 알렉산드리아를 중심으로 아리스토텔레스를 폭넓게 받아들이고 있었고, 그의 많은 저작이 아랍어로 번역되어 있었습니다. (중략)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아랍 문화권의 학문적 선진성에 자극받은 중세의 유럽은 아랍 문화권에서 아리스토텔레스를 역수입하게 됩니다. (104쪽)

6장 '토마스 아퀴나스-중세 최대의 철학자'는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기독교를 종합한 인물로 토마스 아퀴나스를 조명한다. 즉 아퀴나스는 철학적으로 플라톤을 계승한 아우구스티누스의 종합 위에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결합시켰다는 것이다. 이어 아퀴나스의 다섯 가지 신의 존재 증명과 행복과 관련한 윤리학의 원칙, 국가와 교회의 관계를 논하는 국가론도 살펴보고 있다.

그렇다면 아퀴나스는 이성을 어떤 관점에서 생각했을까요? 신학자로서의 아퀴나스에게 관심의 대상은 이성과 신앙 사이의 관계였던 것이 확실합니다. 그는 신앙을 단순히 계시를 통해서만 파악하지 않고 이성을 통해 신앙의 일부를 증명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여겼습니다. (107쪽)

끝으로 7장 '중세 말의 철학-주의주의와 유명론'은 아퀴나스의 주지주의에 주의주의로 대립하는 존 둔스 스코투스와 아퀴나스가 관련시켰던 이성과 신앙을 분리시키는 윌리엄 오브 오컴을 다루고 있다.

<청소년을 위한 서양철학사>는 사이사이에 '쉬어가기'꼭지를 마련하여 어떤 특정한 내용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안내하거나 풀어주기도 한다. 예를 들면 '소피스트'(30쪽), '육체를 부끄러워하는 플로티노스'(83쪽), '인간에 대한 차가운 시선-홉스'(154쪽), '팔방미인 라이프니츠'(183쪽), '좌절에서 일어난 회의주의자 흄'(201쪽), '정치와 철학'(220쪽), '여성에 대한 니체의 모순'(287쪽), '너무도 다른 스승과 제자: 러셀과 비트겐슈타인'(318쪽) 등 흥미있게 혹은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덧붙이는 글 | * 지은이: 서용순 / 펴낸날: 2006년 8월 5일 / 펴낸곳: 두리미디어 / 책값: 1만 5000원


청소년을 위한 서양철학사

서용순 지음, 두리미디어(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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