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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의 나무
우선 눈길을 끄는 건, 이 책에 삽입된 삽화다. 상황을 극대화시켜 재밌게 표현한 스케치가 독자로 하여금 그 상황을 상상하게끔 만든다. 가령 이런 식이다.

사과를 둘러싼 공기에는 숙성을 촉진시키는 화학물질이 떠돌고 있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사과 스스로 껍질에 난 미세한 구멍을 통해 방수성 왁스 물질을 방출한다. 책에서는 이를 중세시대에나 나옴직한 창과 방패를 쥐고 자신을 방어하는 사과로 표현했다.

저자는 가끔씩 불쾌한(?) 사실도 들춰 보인다. 치약이 그 대상이다. 우리가 하루에도 몇 번씩 사용하는 치약에는 사실, 무궁무진한 요소들이 함유돼 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치약의 30~45%는 물이다'라는 점을 들면서 다소 장난기 섞인 투로 그 안에 포함된 다양한 요소들을 열거한다. 그런데 그 구성 성분을 하나씩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치약이 다르게 보일지도 모른다. 저자는 의도하지 않았었는지 모르지만.

치약에는 초크(선생님들이 사용하는 바로 그 물질), 이산화티타늄(흰색 페인트에 들어있는 물질), 글리세린글리콜(자동차 부동액과 흡사한 성분), 게다가 포름알데히드(해부학 실험실에서 사용되는 소독제)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물질들이 들어간다. 이것이 상쾌한 아침을 위해 칫솔에 묻혀 입으로 가져가는 물질인 것이다.

그러나 불편해 할 필요는 없다. 이러한 성분들은 정제되어 인체에 해롭지 않고, 또 어떤 연구에 따르면 그냥 물만 묻혀 꼼꼼하게 칫솔질을 해도 치약을 쓰는 것만큼의 효과가 나온다니 말이다.

밤 Nighttime

이제 밤이다. 아침에 침대, 마루, 현관, 화장실을 여행하며 그 곳에 숨겨진 비밀을 찬찬히 훑은 저자는 창밖으로 관심을 돌린다. 집 밖도 놀라운 일로 가득하다. 저자에 의하면 비 오는 날 머리가 무거운 이유는 천둥 때문이란다. 특히 폭풍을 동반하면 주변 대기의 진공이 극심해져 모든 환경이 부풀기 시작하기 때문에 머리가 아플 수도 있다는 것.

한편 스페인이 마야를 정복한 진짜 이유를 재채기에서 찾고, 병에 든 향수 분자는 사실 0.01%에 불과하다고 거침없이 말하는 <시크릿 하우스>는 무겁게만 인식돼 온 과학을 쉽고 친근하게 설명해 이해를 돕는다.

<시크릿 하우스>는 정밀한 관찰의 극치를 보여준다. 어떤 사람이 마루에 '쿵'하고 발을 내딛을 때 발생하는 0.000025cm의 움츠림을 잡아내고, 매트리스의 먼지 10g마다 약 1만 5000마리의 진드기가 기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낼 정도의 초정밀 관찰이 깃들어 있다.

이러한 생경한 사실로부터 이끌어 낼 수 있는 건 아무래도 '신기함'이 아닐까? 평범한 일상의 소재를 독창적이고 섬세한 시각으로 접근한 저자의 관찰법이 놀라울 따름이다.

시크릿 하우스 - 하루 24시간 우리 집에서 벌어지는 특별한 과학 이야기

데이비드 보더니스 지음, 김명남 옮김, 웅진지식하우스(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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