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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에 장애인 재활 운영 카페 '해피 투게더'가 9월 7일 개장했다. 카페 앞에서 전 직원과 관련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성남시에 장애인 재활 운영 카페 '해피 투게더'가 9월 7일 개장했다. 카페 앞에서 전 직원과 관련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고운누리
카페 아메리카노 1000원, 아이스 녹차라떼 2000원.

이렇게 싸게 파는 커피전문점 보셨나요? 가격은 저렴하지만 맛은 3~4천원짜리 유명 브랜드 커피보다 훨씬 좋다. 바로 장애인들의 정성이 담겼기 때문이다.

'장애인은 서비스업을 할 수 없다'는 편견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 7일 경기도 성남시에 개장한 카페 '해피 투게더'는 정신질환 장애인들이 운영하는 카페다.

이 곳에서 일하는 6명의 정신장애인들은 주문에서부터 서빙, 커피 만드는 일까지 모두 도맡아 한다. 아직 서툴지만, 맛과 서비스는 좋았다. 아니, 최고였다.

장애인은 서비스업을 할 수 없다?

'해피 투게더'의 설립 취지가 쓰여 있는 입간판.
'해피 투게더'의 설립 취지가 쓰여 있는 입간판. ⓒ 김귀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신흥동에 위치한 카페 '해피투게더'는 주유소 건물에 위치하고 있다. SK네트웍스에서 직영으로 운영하는 주유소에서 장애인들을 위해 영업할 공간을 내주었기 때문이다. 무상 지원이기 때문에 임대료나 전기세 등은 전혀 내지 않는다.

장애인들이 운영한다고 하면 일일 카페를 생각하곤 하는데, '해피 투게더'는 엄연히 사업자 등록을 한 정식 사업소다. '수익 가능성 없는 사업은 등록이 불가하다'는 조례가 있어 그간 장애인들은 사업자 등록조차 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성남시의 지원을 받아 정식으로 등록을 할 수 있었다.

해피투게더를 기획한 곳은 수원여대 부설 재활교육기관 '고운누리'. 주로 정신장애인들의 재활을 도와 왔는데 이 곳에 일하는 6명의 장애인도 모두 고운누리에서 사회적응프로그램을 받았다. 고운누리는 사회성을 기르는 것만큼 좋은 재활은 없다는 생각에 2년을 준비해, 카페를 개장했다.

카페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면, 모든 점원들이 친절하게 인사한다. 환한 연두빛의 카페 벽이 들어오는 이의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6평 남짓한 작은 공간이지만, 예쁜 꽃과 벽화로 장식된 실내 분위기는 여느 카페와 다를 바 없다. 인테리어 비용과 기자재는 한국방송광고공사와 성남시 등의 단체에서 후원금을 받아 마련했다.

가격은 1~2천원밖에 하지 않아 다른 커피전문점에 비해 무척 쌌다. 그러나 주문을 하면 커피 나오는 속도가 다른 카페보다는 조금 늦다. 아직 익숙치 않은 탓이다. 그래도 한 잔, 한 잔 정성껏 준비하기 때문에 맛은 일품이다.

"장애인이 카페도 내고... 세상 좋아졌죠?"

이 곳에서 일하는 6명의 장애인들은 우울증, 조울증 등의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다. 현재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로 조울증을 앓게 되었다는 최선희(33·경기도 광주시)씨는 "커피 만들고 사람을 만나는 일이 이렇게 재밌는지 몰랐다"며 일하는 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또 "예전에는 섬유공장·무늬목 공장 등 주로 공장에서 제조하는 일만 했는데, 이렇게 밝고 화사한 곳에서 새로운 사람도 많이 만나며 일하게 돼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이어 최씨는 "사람들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버렸으면 좋겠다, 난 이 편견 때문에 사회가 정말 무서웠다"면서 "그래도 세상이 많이 좋아진 것 같다, 예전과 달리 내가 모르는 것, 못하는 것이 있어도 다들 웃으며 친절하게 가르쳐 준다"고 말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 좋은 세상에서 더 열심히 일하면서 살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최선희씨와 이야기를 나눈 후 나이를 여쭤보았더니 "몇 살 같아요?"하고 기자에게 되물었다. 20대 후반 정도 되어 보인다고 했더니 "사실 33살이에요, 제가 좀 동안이죠?"하며 웃었다. 농담하는 모습이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다.

전국에 '해피 투게더' 퍼졌으면...

카페 내부 전경.
카페 내부 전경. ⓒ 김귀현
취재를 하는 2시간여 동안 손님들이 끊임없이 드나들었다. 동네에 좋은 취지의 커피전문점이 생겼다는 소식에 방문을 했다는 양준수(26·경기도 성남시 신흥동)씨는 "5천원짜리 커피보다 훨씬 맛있다, 집도 가깝고 내가 여기서 커피를 먹으면 장애인들도 도울 수 있다는 생각에 방문했다"면서 "자주 들릴 계획이다, 가격 대비 맛으로 따지면 최상급"이라고 말했다.

양씨는 "공간이 협소해 좀 아쉽다, 더 크게 했으면 사람들이 더 많이 올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런 좋은 취지의 카페가 더 활성화되었으면 좋겠다. 체인점 형식으로 전국적으로 확산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 맛있는 커피를 가족들에게도 줘야겠다며 커피 네 잔을 포장해 갔다. 카페를 방문한 또다른 손님은 커피 맛이 좋아서 돈을 더 내야겠다며, 매장 안에 마련된 후원금 모금함에 1만원을 넣었다.

이곳 간판에는 '해피 투게더 제1호점'이라고 쓰여 있다. 미래의 2호, 3호점을 위해 1호점이라고 밝힌 것. 어디든 장애인이 일하는 카페가 개설할 수 있는 여건이 되면 '해피투게더' 상호를 쓰게 하고 운영 노하우를 전수할 계획이라고 한다. 대한민국 어딜 가든 '해피 투게더' 커피전문점을 볼 수 있는 그날은 언제쯤 올까.

커피를 정성스럽게 만들고 있다.
커피를 정성스럽게 만들고 있다. ⓒ 김귀현


"카페에서 일하는 것 자체가 훌륭한 치료"
[인터뷰] 카페 '해피투게더' 박희정 시설장

▲ 해피투게더 박희정 시설장
ⓒ김귀현
2년간 카페를 기획·준비해 왔고, 현재 카페의 모든 운영을 총괄하는 수원여자대학 산하 정신장애인사회복귀시설 고운누리 사회복지사 박희정 시설장. 그에게 카페 운영에 대해 물었다.

- 어떻게 장애인 카페를 기획하게 되었나?
"일반인들과의 교류가 정신 장애인들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그래서 그동안 카페를 몇 곳 운영해 왔는데, 모두 사회복지관 안에서 장애인과 복지관 이용자만 상대하는 카페였다. 더 넓은 사회로 나아가야겠다는 생각은 있었으나, 금전적인 문제 때문에 쉽지 않았다. 마침 성남시에서 지원을 해준다고 하고, SK 측에서 장소를 무상임대해주어서 몇몇 분의 후원을 얻어 개장하게 됐다."

- 후원업체의 구체적인 지원사항은 무엇이 있는가?
"일단 성남시에서 전반적인 행정적 처리사항을 해결해 주었고, 각 단체에서 후원을 받았다. SK에서는 장소를 내주었다. 그리고 이 곳이 주유소와 함께 있으므로, 주유소의 사은 쿠폰 대신 커피를 사은품으로 주는 계약을 곧 맺을 계획이다. 물론 커피값은 주유소 측에서 지불한다.

보통 대기업들에서 사회공헌 한다고 봉사활동을 많이 오는데,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은 이와 같은 인프라의 지원이다. 앞으로 더 많은 기업들이 지원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 값이 무척 싼 편인데 남는 게 있는가? 수익금의 용도는?
"일단 기존의 커피 전문점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우리만의 강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바로 가격 경쟁력이다. 물론 이윤은 적지만, 사람들이 더 많이 찾게 하기 위해서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가격에 비해 정말 맛있지 않은가?(웃음)

여기서 나오는 수익금은 모두 임금으로 지급된다. 임금은 최저임금에 준하는 72만8000원을 웃도는 정도가 될 것이다. 많이 주지 못해 너무 안타깝다."

- 카페에서 일하면 정신질환 치료에 얼마나 효과적인가?
"재활효과가 상당하다. 이 일을 하기 전에 주로 제조업에 종사하시던 분들인데, 밝은 환경에서 좋은 음악을 들으며 일반 사람들을 상대한다는 것 자체가 훌륭한 치료가 될 수 있다. 또한 이분들은 모두 2주간 서비스 교육과 커피 제조교육(바리스타)을 받았다. 이에 전문 서비스업에 종사한다는 자부심도 심어 줄 수 있다."

-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우선 SK에서 직영으로 운영하는 주유소에 추가로 개장할 계획이다. SK 측에서도 긍정적인 답변을 주었다. '해피 투게더'를 상표등록해 놓은 상태이다.

민간기업의 후원이 활발하다면 제2의, 제3의 '해피 투게더'는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 장애인이 운영하는 '해피 투게더'가 한국을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 되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민간기업의 지원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지원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장애인들에게는 큰 선물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 카페 '해피 투게더' 오시는 길
지하철 8호선 수진역 하차 → 중앙지하상가로 들어가 지하상가 5번 출구로 나옴(수진역 5번 출구 아님) → 나오자 마자 뒤를 돌면 신흥 사거리가 보임 → 신흥사거리에 위치한 SK 주유소 건물. 
영업 시간 : 오전 8시 ~ 오후 8시 문의 전화 : 031-753-2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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