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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민속음악> 박창호 지음
<세계의 민속음악> 박창호 지음 ⓒ 현암사
우리 삶과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 애환을 함께 하는 게 있다면 무엇일까? 아마 춤과 노래일 것이다. 그러나 춤은 차츰 일정한 공간 속에서 진행하는 행위로 변해가는 데 비해 노래는 시공간을 초월해 늘 우리와 함께 해 왔다.

사람들은 기쁠 때도 슬플 때도, 우울할 때도 행복할 때도 노래를 불렀다. 또 힘든 노동을 할 때도 노동의 피로를 이겨내기 위해 노래를 불렀고, 하늘에 제를 올리거나 어떤 의식을 행할 때도 노래를 불렀다. 이렇게 노래는, 아니 음악은 우리 인간의 삶 속에서 응결되고 용해되면서 육화되었다.

그러던 노래가 언제부터인가 우리 삶에서 점차 멀어져 갔다. 노래는 있었지만 사람들의 삶과 생활과 밀접히 관련된 노래보다는 단순한 이별과 사랑의 노래가 주를 이루게 되었다. 삶에서 멀어진 노래는 흥겨움은 줄지언정 깊은 감흥은 주지 못한다.

물론 우리에게도 그런 노래들이 많이 있다. 우리 민족의 정서를 드러내고 있는 민요가 있고, 농부들이 노동의 힘듦을 이겨내고자 불렀던 모심기 노래 같은 노동요도 있다. 그리고 질펀한 해학과 풍자가 멋들어지게 펼쳐진 한 마당의 판소리도 있다. 모두가 우리 민중들의 삶과 한과 같은 애환을 노래한 것들이다. 그래서 생명력이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노래가, 음악이 우리나라에만 있을까? 사람 사는 곳 어디를 가도 민중들의 아픔이 있음을 보면 세계 곳곳엔 우리의 민요와 같은 민속 음악이 있다. 이러한 민속 음악을 한눈에 알 수 있게 정리해 놓은 책이 있다. 여러 방송에서 세계민속정통음악과 고음악을 해설하고 현재 민속음악과 고음악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박창호의 <세계의 민속음악>이다.

"전통음악은 각 문화권의 독특한 역사적 전통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그 문화적 배경을 모르고는 충분히 이해할 수 없다"는 말처럼 저자는 음악을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인식하고 민속음악들을 각 문화 기준으로 나누어 하나의 전통 문화권으로 묶어 각 민족과 종족들의 음악을 설명하고 있다.

저자가 나눈 민속음악의 문화적 분류를 보면 크게 북유럽의 민속음악, 남유럽의 민속음악, 이슬람 민속음악. 중앙아시아 만속음악, 남부아시아 민속음악, 동남아시아 민속음악, 아프리카와 서인도 제도와 카리브해 민속음악, 아메리카와 태평양 제도 민속음악으로 나누고 있다.

이렇게 나눈 다음 각 문화권에 속한 개별 민족이나 종족의 음악의 특징을 그 나라의 생활환경과 문화적 습관, 그리고 민족적 성향과 연관시켜 옆에 있는 독자에게 이야기 하듯 설명하고 있다. 여기에 각 민속음악에 사용되었던 악기와 악기의 특성, 그리고 음악의 유래를 설명함은 물론 다른 문화권에서 사용되는 악기와의 공통점이나 차이점을 이야기함으로써 독자는 자연스럽게 악기와 음악의 특징들을 이해하게 한다.

한 예로, 켈트족의 '선술집 노래'나 '의연금 노래', '노르만 민속가창' 등의 설명을 보면 당시 사람들의 모습들이 선명하게 연상된다.

"스칸디나비아 반도 협곡에 거주하는 바이킹족 여성은 멀리 고기잡이를 떠난 남편과 애인을 그리면서 협곡의 외딴집에서 긴 겨울을 보내야 했다. 여성들은 기나긴 고립으로 켜켜이 쌓인 고독을 위로하기 위해 협곡에 장이 서는 날 함께 모여 노래를 부르며 폴카춤을 추었다.

그네들의 춤과 노래는 흥겹기만한 다른 문화권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띠었다. 음률은 마치 빙하의 계곡에서 멀리 울려 퍼지는 메아리처럼 신선하고 아련했다. 생으로 절이거나 훈제한 연어를 야외에서 구워 먹으며 모닥불 주위에 모여 고독한 마음을 호소하고 남편과 애인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사랑을 노래했다."


이렇게 만들어지고 불려진 노래는 단순한 노래가 아니라 하나의 의사소통이었으며 그네들의 삶으로 전해지고 정착하게 된다.

그럼 아프리카 음악은 어떨까? 다른 음악도 마찬가지이지만 아프리카 음악은 그들의 생활양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흑인음악의 주요 특징 중의 하나가 의식음악이나 민속음악이 모두 부족집단에 의해 연주하는 것이라고 한다.

예로 피그미족의 하나인 아카족의 음악의 특징은 한 사람이 연주와 춤을 이끌면 전체가 화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고 말한다. 이는 집단의 사회적 결속력을 가져오게 한다. 그런데 그들의 노래는 위계질서가 없어서 음악이 진행하는 동안 각자가 얼마든지 하나의 성부에서 다른 성부로 바꿔갈 수 있다고 한다. 어쩌면 이는 대자연 속에서 자유스럽게 살아가는 그들의 삶이 질서보다는 자유로운 영혼을 꿈꾸는 그들의 삶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은 세계의 민속음악을 다루다 보니 그 양이 많다. 그래서 일견 쉽게 접근하기 어려울 것처럼 생각된다. 그러나 여러 방송에서 민속음악을 평론한 저자의 경함을 토대로 쓴 탓인지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들이 음악에 문외한인 필자에게도 쉽게 다가온다.

그래서 책을 읽다보면 '아하, 그렇구나'하며 각 문화권의 음악을 이해함은 물론 각 민족의 정서에 빠져듦을 볼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각 문화권이나 종족의 음악 가사를 중간 중간에 실어놓았으면 이해하는데 더 좋았을 싶다.

<세계의 민속음악>, 노래를 전공하는 사람은 물론 평상시 여러 나라의 음악에 관심을 가진 독자라면 한번쯤 탐독했으면 하는 책이다. 책 한 권으로 전 세계의 음악을 살펴봄은 물론 각 민족의 민속음악에 푹 빠져보는 계기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의 민속음악

박창호 지음, 현암사(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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