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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산은 지금 국방대 유치를 위해 논산시 곳곳에 현수막을 거는 등 본격적인 유치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논산은 지금 국방대 유치를 위해 논산시 곳곳에 현수막을 거는 등 본격적인 유치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 윤형권
짝사랑이 너무 과했던 것일까?

논산시번영회연합회를 비롯한 지역 대표들로 구성된 국방대 논산유치추진위원들 8명은 지난 달 9일 국방대와 국방부에 방문하기로 연락을 하고, 다음 날인 10일 오전 국방대를 방문했다.

이러한 논산유치추진위원들의 국방대 방문에 대해 국방대는 "다음부터는 학교를 방문하려면 공문을 보내 정식절차를 밟아 달라"며 국방대이전추진단 부팀장(육군 중령) 등 3명이 논산유치추진위원들을 국방대 위병소 매점에서 맞이했다.

이 자리에서 논산유치추진위원들은 "국방대가 논산으로 이전하면 여러 가지 편의를 제공하겠다"는 설명을 했고, 국방대이전추진단은 "논산으로 이전하는 것은 어렵다"는 취지로 설명을 계속했다.

약 1시간 가량 지루한 공방이 계속되자 이창구(논산시번영회연합회 회장)씨가 "국방대 논산유치를 위해 논산시민을 대표로 해서 온 손님인데 사람들이 들락거리는 시끄러운 장소인 위병소 매점에서 긴 시간 동안 이전불가 입장만 말할 수 있느냐?"며 따지자 그때야 비로소 논산유치추진위원들을 교내로 데리고 가 학교를 둘러보게 했으며, 추진위원들은 학교를 둘러보고 국방대를 나왔다.

반면 논산유치추진 위원들이 하루 전날 연락해 국방대를 찾은 일을 두고 국방대는 불만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방대 공보관실 관계자는 "논산 사람들이 공문도 보내지 않고 찾아와 상당히 불쾌했다"고 설명했다.

한 쪽은 유치를 하겠다고 하고, 또 다른 한 쪽은 "안 가겠다"고 하고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논산시가 국방대를 짝사랑하게 된 이유

논산시가 국방대를 짝사랑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인 2005년 6월 24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건교부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20개 정부부처와 협의하여 확정 발표한 '공공기관 지방이전계획에 따라 국방대의 충남도 이전' 발표가 있자 논산시는 국방대를 사모하기 시작했다. 국방대 이전을 유치하기 위해서였다.

국방대와 논산시를 짝지어 주기 위해 충남도와 정부가 중매에 나서고 있으나 국방대는 논산에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있다. 오히려 국방대는 연기공주지역에 들어설 예정인 행정중심복합도시에 들어가길 원하고 있다.

논산은 한때 인구 면에서 20여만 명에 이르는 충남에서는 천안시 다음의 규모를 자랑하는 도시였다. 그러나 2003년 삼군본부가 있는 두마면 일대 3만 명이 계룡시에 편입되면서 "논산발전의 성장 동력이 끊어져 버렸다"는 생각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게다가 인구는 해마다 감소해 지금은 13만 명으로 줄어들어 논산시민들 사이에는 위기의식이 팽배해져 가고 있다.

이럴 때 3천여 명 규모의 국방대 충남 이전계획은 논산시민들에게는 구세주와 같은 소식이었다.

논산에는 육군훈련소가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있으며 노성면에는 육군항공학교가 있다. 지금은 계룡시 품에 있지만 2003년까지만 해도 삼군본부인 ‘계룡대’라는 우리나라 국방의 핵심부분을 논산시가 안고 있었다. 또 오는 9월 23~24일간 ‘추억의 병영체험’축제가 육군훈련소가 있는 연무읍 일원에서 열린다.

이처럼 논산시는 군 문화를 일찍부터 접해 왔기 때문에 국방대와는 궁합이 잘 맞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게 된 것이다.

논산시는 지난해 9월 ‘국방대 논산유치 제안서’를 국방대를 비롯해 충남도, 건교부, 국방부 등에 수차례 보냈으며 임성규 논산시장이 국방대를 직접 방문해 논산이전을 촉구하기도 했다.

남녀간에도 끈질긴 구애작전을 스토커로 보는 경우도 있듯이 국방대는 논산시의 구애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방대는 대다수 학생들이 공무원인데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이전하는 것은 모르겠지만, 논산시에 들어가는 것은 구성원들이 원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지난달 30일 국방대이전추진단 실무자들이 논산시를 방문해 ‘국방대 논산이전불가 7가지’를 설명하는 가운데 "만약 국방대가 논산으로 이전하면 1100여명의 초빙교수들이 강의를 그만둔다고 한다"는 말을 했고, 이 때문에 논산시장을 비롯한 지역사회대표자들이 발끈한 사건이 벌어진 것도 바로 그런 배경이다.

국방대는 논산으로 가고 싶지 않고, 논산은 국방대를 끌어안고 싶어하는 이 부조화가 오히려 국방대와 논산시의 관계를 더욱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묘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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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깎는다는 것은 마음을 다듬는 것"이라는 화두에 천칙하여 새로운 일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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