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6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여성의 몸에 관한 포럼'에서 발제자들은 몸 지향적인 사회에서 여성의 몸에 대해 논의했다.
6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여성의 몸에 관한 포럼'에서 발제자들은 몸 지향적인 사회에서 여성의 몸에 대해 논의했다. ⓒ 박지훈
몸짱, 피부짱, 얼짱, 싸이질의 공통점은?

공통점은 다른 사람의 찬사와 칭찬을 바라는 이들이 원하는 것이며, 그 배후엔 디지털 문화와 테크놀로지의 위용 아래 종교적 위상까지 얻을 정도로 절대화한 '프로젝트로서 몸 만들기'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영옥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연구교수의 분석이다.

김 교수는 6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여성의 몸에 관한 포럼'에서 "'프로젝트로서 몸'은 정규 대학교육과 글로벌 언어인 영어, 세련된 문화적 취향과 더불어 여성의 삶에서 필수항목이 되어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것을 선택하지 않는 것은 나태함 또는 무지함으로 간주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이날 '몸 지향적 사회에서 여성의 몸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를 발표했다.

김영옥 교수.
김영옥 교수. ⓒ 박지훈
김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몸에 투자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확실하고 필수적인 빈곤퇴치 방법 중 하나로 간주되는 방향으로 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여대생 30여명과 '다이어트, 성형수술'이란 주제로 토론한 결과 성형수술에 관심을 보이거나 실제로 성형외과를 방문했던 경험이 있는 학생이 80%를 넘었다고 밝혔다.

이어 "토론에 참여한 한 여학생은 자신을 관리하는 것도 자기 발전의 중요한 덕목이며, 공부해서 자기 발전의 토대를 쌓겠다는 주장은 세태에 맞지 않는 성향에서 우러나온 생각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예전엔 노동, 출산 등 실존 영역의 생산과 의미를 위해 몸을 관리해야 했지만 이젠 몸 자체가 생산이며 소비이고 기호이며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면의 아름다움을 찾는 것이 아니라 타자의 시선을 통해서만 자신의 모습을 찾는다면 불안과 좌절, 고통의 연속선상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우리는 모두 어쩔 수 없이 삶이 완전히 소멸할 때까지 상품물신 사회에서 어떤 형태로든 몸값의 악몽을 계속 견뎌야 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이러한 '악몽'에 대항하는 힘도 커질 것이라는 낙관적 견해도 제시했다. 김 교수는 "비정상의 몸 이미지를 생산하는 의료담론과 이미지 산업, 상업주의, 가부장제가 결탁한 구조를 깨트리고 참된 삶에 대한 실제적 담론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 뿐 아니라 다른 참석자들도 여성의 몸이 상품물신 사회의 포로가 되는 현상을 우려했다.

여성학자 오숙희씨는 "여성의 몸이 진정 여성의 것인지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며 "내 몸의 어느 부위를 일부러 다르게 만들어야만 입을 수 있는 옷은 갖지 않을 것이며 그 대신 몸을 억압하지 않으며 나만의 특징을 살릴 수 있는 색깔과 디자인 장신구를 찾아내겠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자기를 표현하는 방법을 알게 돼 삶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

유지나 동국대 교수도 "'자기 아닌 것 되기'라는 프로그램을 해체하고 자긍심을 회복할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자기다움과 반대되는 남 따라 하기'는 결국 허영심 충족을 위한 사기극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