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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속에 치러진 고 하중근씨 노제
빗속에 치러진 고 하중근씨 노제 ⓒ 추연만

"그 날처럼 오늘도 비가 옵니다" 고 하중근 씨가 7월 16일 시위 도중 경찰진압에 중상을 입은 현장인 포항 형산로타리에서 열린 하씨의 장례식(노제)
"그 날처럼 오늘도 비가 옵니다" 고 하중근 씨가 7월 16일 시위 도중 경찰진압에 중상을 입은 현장인 포항 형산로타리에서 열린 하씨의 장례식(노제) ⓒ 추연만
"그날도 오늘처럼 비가 왔습니다. 하중근 열사가 경찰폭력에 다친 바로 이곳에서 노제를 지냅니다. 아직 아무것도 해결된 것이 없으나 유족의 뜻을 받들어 우리는 동지를 보냅니다."

6일 오전 10시, 포항의 형산로타리에서는 고 하중근 씨의 노제가 열렸다. 하씨가 맨몸으로 시위 도중 경찰진압에 중상을 당한 날(7월 16일)과 마찬가지로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다. 장례에 참가한 1천여 명의 노동자들은 무거운 표정으로 연신 눈물을 흘렸다.

민주노동당 단병호 국회의원은 "열사의 죽음에 대한 진상이 아직 밝혀지진 않았으나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면서 "비록 오늘 동지를 보내지만 그 투쟁정신은 가슴 깊이 새길 것"을 다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노제를 지켜보던 하씨의 큰형 성근씨도 "원통하게 죽은 동생의 영혼이라도 좋은 곳으로 갔으면 한다"며 "이를 계기로 더 이상 노동자들이 죽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제 후 장례행렬은 형산큰다리를 넘어 고인이 일하던 포스코 본사 앞에서 영결식을 가졌다.

노제 후 장례행렬은 고인이 일하던 포스코로  향했다.
노제 후 장례행렬은 고인이 일하던 포스코로 향했다. ⓒ 추연만

형산큰다리를 건너는 운구행렬
형산큰다리를 건너는 운구행렬 ⓒ 추연만
민주노총 조준호 위원장은 "위원장으로서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그러나 이건 아닙니다"고 울먹이며 "하중근 열사여, 이제 편히 가소서. 850만 비정규직 노동자의 아픔과 건설노동자의 한은 우리에게 남겨주십시오"라고 말했다.

아울러 조 위원장은 "건설노동자의 한과 분노가 살아있는데도 불구하고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않고 있다"고 정부를 규탄하며 건설노조파업과 관련 "포스코가 교섭에 응하지 않아서 파업이 두 달 넘게 계속되고 있다"며 포스코를 비판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원내대표도 "지금까지 장례를 치르지 못한 유족들의 아픔에 위로와 함께 사과의 말을 전한다"면서 "비정규직 양산 저지와 건설노동자 생존권 확보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이어 전국건설노조연맹 남궁현 의장은 "아직 아무것도 이뤄진 것이 없다. 장례를 치른 것이 절대 끝이 아니다"면서 "열사의 정신을 가슴에 품고 투쟁을 반드시 승리로 이끌자"고 호소했다.

조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어느새 빗줄기도 멈췄다. 참석자들의 헌화와 분향으로 고인에 대한 애도의 분위기가 점차 무르익었다.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열사정신 계승, 하중근 열사 건설노동자장'은 1천여 명의 노동자들의 합동 배례를 끝으로 영결식은 마쳤다.

영결식 동안 눈시울을 붉힌 고인의 둘째 형 하철근 씨는 "중근이의 죽음을 결코 헛되이 해선 안 된다"면서 "노동자가 억울하게 죽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하고 장례를 계기로 파업사태가 잘 해결되길 바란다"고 각계의 노력을 당부했다.

포스코 본사 앞에서 열린 영결식에서 한 노조원이 축문을 읽는 동안 노조원들이 '읍'을 하고 있다.
포스코 본사 앞에서 열린 영결식에서 한 노조원이 축문을 읽는 동안 노조원들이 '읍'을 하고 있다. ⓒ 추연만

포스코 본사 앞에서 진행된 영결식에서 참석자들이 헌화하고 있다.
포스코 본사 앞에서 진행된 영결식에서 참석자들이 헌화하고 있다. ⓒ 추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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