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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죽의 요란한 폭음과 자욱한 연기 속에 신랑 신부를 태운 꽃장식 리무진이 식장인 호텔로 들어서고 있다. 붉은색 아치는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세운 것이다.
폭죽의 요란한 폭음과 자욱한 연기 속에 신랑 신부를 태운 꽃장식 리무진이 식장인 호텔로 들어서고 있다. 붉은색 아치는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세운 것이다. ⓒ 이덕림
중국은 넓은 땅에 많은 인구를 포용하고 있는 만큼 지역과 종족에 따라 풍속과 습관이 천차만별일 정도로 큰 차이를 보임은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가장 단순한 분류로써 남방인(南方人)과 북방인(北方人)으로 대별해 볼 때 양자 사이의 차이점은 의식구조나 사고방식의 격차로까지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남방인들은 결혼식보다 장례식을 더 중하게 여기는데 반해 북방인들은 상례(喪禮)보다 혼례(婚禮)를 더 중시합니다. 즉 희사(喜事)를 더 성대하게 치른다는 것입니다.

흔히 북방인들은 자신들의 됨됨을 '따팡(大方 : 대범하고 호방하다)'이라 자평하면서 이재(理財)에 밝은 남방인들을 '샤오치(小氣 : 속이 좁다)'라고 놀립니다. 그런가 하면 남방인들은 북방인들을 가리켜 "실속은 없이 허세만 부린다"고 빈축 합니다.

이런 배경에서 본다면 북방에 속하는 단동의 결혼식은 의당 성대할 수밖에 없겠지요. 그런데 제3자가 보기에 그 정도가 과도해 지나치게 낭비적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듭니다. 실제로 결혼을 앞둔 젊은이들의 속내를 들어보면 걱정이 많음을 알 수 있습니다. 체면과 위신을 중시하는 인습과 경제적 현실과의 괴리에서 오는 압박감 때문임은 물론입니다.

두 주인공의 도착에 앞서 식장 앞은 폭죽과 악대 연주가 뒤섞여 가히 절정을 이룬다. 바닥은 터뜨린 폭죽 흔적으로 어수선하다.
두 주인공의 도착에 앞서 식장 앞은 폭죽과 악대 연주가 뒤섞여 가히 절정을 이룬다. 바닥은 터뜨린 폭죽 흔적으로 어수선하다. ⓒ 이덕림
결혼식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니 밤늦게까지 이어집니다. 그리고 복잡할 정도로 여러 순서를 거치면서 진행됩니다. 그런 만큼 혼인예식을 비롯한 모든 절차는 '주치런(主持人)'이라고 부르는 예식 전문가가 맡아 이끌어 갑니다. '주치런'은 상당히 고액을 지급하고 모셔야 하는 사람입니다. 우리 식의 사회자와 다른 개념으로 하루 내내 이어지는 결혼식의 총연출자라고 보면 될 것입니다.

결혼 행사는 우선 신랑이 자기 집을 나서는 데서부터 시작됩니다. '쭈처(租車)' 렌트한 리무진을 타고 신부집으로 가서 신부를 맞습니다. 그런 다음, 같이 신접살림을 차리기 위해 마련해 놓은 집, '신쟈(新家)'에 들립니다.

나중에 할 얘기지만 결혼식을 모두 마치고 '신쟈'로 돌아와 신방에 들어갈 때는 신부에게만 주어지는 독특한 의식이 있습니다. '진쭈안(金甎)'이라 부르는 금박종이로 싼 벽돌을 밟고 침대로 올라가 큰 자물쇠 위에 앉아야 합니다. '복(福)을 타고 앉는다'는 뜻의 '쭈어푸(坐福)'라는 의식입니다. '부(富)'와 '복'에 대한 희원을 담은 퍼포먼스라고 할까요.

'신쟈'를 나선 리무진은 식장인 호텔로 향합니다. 그 뒤로는 일가 친척들이 탄 세단 행렬이 따라갑니다. 그리고 일행이 호텔에 도착하기에 앞서 요란한 폭음을 울리며 폭죽을 터뜨리기 시작합니다.

호텔 정문에 세운 붉은색 아치엔 두 주인공의 이름을 쓰고 66개의 분홍색 풍선을 매달아 놓습니다. 주인공들의 도착과 함께 66마리의 비둘기를 하늘로 날려 보냅니다. '66'이란 숫자에 맞추는 것은 모든 의식 절차가 순조롭게 이루어지게 해달라는 뜻에서입니다. 즉 '6'이 중국어로는 '류'로 발음되는지라 '흐를 류(流)'와 상통하기 때문입니다.

신랑 신부가 식장 앞에 마련된 연단에 올라 주위에 둘러선 하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뒤로는 악대가, 앞쪽에는 폭죽발사기가 늘어서 있다.
신랑 신부가 식장 앞에 마련된 연단에 올라 주위에 둘러선 하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뒤로는 악대가, 앞쪽에는 폭죽발사기가 늘어서 있다. ⓒ 이덕림
요즘 들어선 새로운 풍습이 하나 더 생겼다고 합니다. 젊은이들 사이에 한창 유행하는 '나비 날리기'입니다. 88마리의 나비를 예식 도중에 날리는 것입니다. 중국말로 '후디에(蝴蝶)'라 부르는 나비는 중국의 유행가 가사에도 자주 등장할 만큼 환상적인 아름다움의 대명사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88마리 역시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8'이라는 숫자에 맞춘 것임은 물론입니다. '8'의 중국어 발음 '파'는 바로 '파차이(發財)'를 연상시키기 때문입니다.

식장 밖에서 한바탕 요란한 식전행사가 치러진 다음 신랑 신부는 함께 손을 잡고 식장 안으로 들어갑니다. 그들 뒤에는 '반랑(伴郞)'과 '반니양(伴娘)'이라고 부르는 들러리가 남녀 각각 두 명씩 따릅니다.

예식에 쓸 비둘기가 1차로 도착했다. 예식이 끝난 뒤 66마리의 비둘기를 날리게 된다.
예식에 쓸 비둘기가 1차로 도착했다. 예식이 끝난 뒤 66마리의 비둘기를 날리게 된다. ⓒ 이덕림

덧붙이는 글 | '요란한 단동의 결혼풍습' 3번째 글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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