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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종호
반기문(사진) 외교통상부 장관이 지난 3일 노무현 대통령의 해외순방을 수행하기 위해 출국하기에 앞서 사의를 표명했다고 6일 여권 관계자가 전했다.

차기 유엔사무총장에 공식 입후보한 반 장관은 장관직을 유지하면서 선거운동을 벌이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라, 적어도 유엔 안보리에서 본격적인 투표가 실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10월까지는 장관직을 유지할 것을 희망해왔다.

이에 따라 반 장관이 당초 계획을 앞당겨 사의를 표명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 일각에서는 한국 외교장관으로서의 임무와 유엔사무총장 후보자로서의 선거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더 이상 바람직스럽지 못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반 장관이 각 국을 상대로 한 선거운동 과정에서 국익과 충돌될 소지 때문에 청와대와 갈등을 빚었다는 관측도 흘러나오고 있다.

인사비서관 "전혀 아는 바 없다"

청와대는 반기문 장관이 사의를 표명했다는 기사에 대해 부인했다.

유럽 순방중인 노무현 대통령을 수행하고 있는 윤태영 대변인은 "반 장관 사의를 표명한 적이 없으며, 전혀 사실이 아니"라면서 "사의 표명 여부는 유엔 사무총장 투표 결과를 보고 판단할 일"이라고 말했다.

박남춘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도 "전혀 아는 바 없다"고 말했다. / 황방열 기자
반대로 반 장관 측이 이 시점에서 외교장관직을 던지는 것이 선거운동에 유리하다는 전략적 판단을 했다는 분석도 있다.

반 장관의 사의표명은 오는 16일 노 대통령의 귀국 직후에 공식화되고 곧바로 후임자에 대한 인선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11일에 시작하는 국정감사에 어차피 유엔사무총장 출마를 위해 교체될 반 장관보다는, 새 외교부장관이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후임 장관 인선 결과에 따라서는 현 정부 외교안보팀의 전면적인 개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후임 장관으로는 송민순 청와대 안보정책실장을 비롯 유명환 제1차관, 최영진 주유엔대사, 정의용 열린우리당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반 장관은 출국에 앞서 지난 1일 외교부 인트라넷에 '이별'의 소회와 당부를 담은 것으로 보이는 글을 올렸다.

반 장관은 글 첫머리에 "제가 장관이라는 중책을 맡은 지도 어느 덧 2년 8개월이 가까워 온다. 그 동안 우리 외교통상부는 많은 도전과 시련들이 있었지만, 여러분의 헌신과 희생으로 기대이상의 많은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한다"며 "이 기회를 빌려, 저를 도와 몸을 아끼지 않고 열심히 뛰어주신 직원 여러분들을 높이 치하하며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반 장관은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이 크게 변화하고 있고, 해외를 여행하는 국민이 1000만명을 이미 넘어섰으며, 국제테러 자연재해 등 재외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도 증가하고 있다"며 국제무대에서 세계 12위의 경제력에 걸맞는 역할을 해나가야 하며,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한 동력을 해외시장에서 창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반 장관은 글 끝부분에 "우리 직원 개개인이 앞으로도 계속 '일신 일일신 우일신'(日新 日日新 又日新)의 자세로 나를 변화시키고, 조직을 변화시키는데 더욱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준다면, 국민의 신뢰 속에서 우리가 원하는 외교적 성과를 충분히 달성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외교통상부 내에서는 이 글을 놓고 '고별사'라는 소문이 돌자 최근 장관보좌관실에서 "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뿐이었다"는 내용의 '해명 메일'을 보내는 소동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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