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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자 중앙일보 사설.
6일자 중앙일보 사설. ⓒ 중앙PDF

서슬이 퍼렇다. <중앙일보>는 왜 중국에만 말을 못하냐고 물었고, <동아일보>는 중국에만 설설 긴다고 비난했다. 동북공정에 대한 우리 정부의 '조용한 외교'를 질타하면서 쏟아낸 말들이다.

'자주'와 '주권'이 또 문제다. <동아일보>는 "노무현 정권이 금고옥조처럼 내세우는 자주가 중국에만 예외인 셈"이라고 비난한 뒤 "미국과 일본에는 '자주'의 잣대를 들이대며 사사건건 시비를 걸면서 중국에는 할 말조차 못하는 것이 '자주'와 '주체'를 내건 남북한 정권의 외교 코드"라고 규정했다.

<중앙일보>는 "정부가 나서서 동북공정을 묵인하고 심지어 돕기까지 한 것은 우리의 역사주권을 중국에 넘긴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자주 노선, 중국에는 예외?

전세 역전의 발판이 마련됐다.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반대 주장은 열세에 놓여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자주'와 '주권' 담론이 국민 정서를 움직였기 때문이다. 그러던 차에 동북공정 2차 버전이 출시됐다. 군사 주권과 동등한 반열에 놓이는 역사 주권과 영토 주권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정부는 일단 검토부터 한다고 한다. 국가가 '검정 필'한 우리 국사 교과서와 180도 내용이 다른 주장이 버젓이 펼쳐졌는데도 일단 검토부터 한다고 한다.

동북공정 1차 버전 때 정부 관계자가 중국을 자극하지 말고 대세를 인정하자고 말했다는, 임효재 전 서울대 교수의 증언도 나왔다. 국민 정서가 좋을 리 없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바로 이 약한 고리를 쳤다.

정부가 곤혹스럽게 됐다. <중앙일보>는 "독도에 기울이는 정성의 100분의 1이라도 고구려와 백두산에 쏟기 바란다"고 했다. 틀린 말이 아니다.

일본의 독도 영유 시도와 중국의 백두산 편입 기도는 똑같은 영토 문제다. 일본의 조선 침탈사 왜곡과 중국의 한국 고대사 왜곡도 본질상 다르지 않다.

그런데도 정부 태도는 다르다. 일본에 대해서는 시끄럽게 각을 세우는 반면 중국에 대해서는 조용히 넘어가려 한다.

중국에 각을 세워야 하는 이유

이런 대비 효과가 빛을 발할수록 정부의 '자주' 담론은 힘이 빠진다. 전시 작전통제권의 초강력 방어막도 맥이 빠진다.

문제의 근원은 '자주'를 당위 명제로 놓은 것이다. 당위는 현실을 초월한다. 어떤 조건, 어떤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기필코 관철시켜야 할 절대 명제다. 상대를 가리는 것도 물론 안 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일본에 각을 세울 수 있는 건 중국이란 헤비급 공조자가 있기 때문이고, 전시 작전통제권을 환수하려는 것은 미국의 세계전략과 조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북공정은 다르다. 헤비급 공조자가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북한 위기' 요인이 작동한다.

정부의 대외 노선은 현실 조건이 허용한 범위 안에서 조율됐다. 그런데도 포장은 거창하게 했다. 이게 문제다. 갑옷인 줄 알고 입었는데 이게 행동을 굼뜨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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