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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료증을 받은 유대봉씨
수료증을 받은 유대봉씨 ⓒ 구은희
10주간의 기초반 수업을 마치는 수료식에서 유대봉씨가 한 자기소개 내용입니다. 자신이 기초1반이기 때문에 1학년이라고 소개한 것입니다. 유대봉씨는 회사에선 개인적인 이메일을 빼고는 거의 대부분의 일정이나 이메일 관리를 비서들이 해주는, 그런 위치에 있는 분입니다. 하지만 본교 한국어 수업에서는 조금은 어눌하고 엉뚱한 한국어로 다른 동급생들에게 웃음을 주시는 분입니다.

그러한 유대봉씨가 수료식을 마치고 다음 학기 등록서와 등록금이라고 건넨 봉투 안에는 등록금보다 더 큰 기부금이 들어 있었습니다. 사실, 조금은 부담이 되었기 때문에 그날 밤에 바로 감사의 편지와 함께 그 기부금만큼 개인교습을 해 주겠다고 썼었습니다. 다음날 그 이메일에 대한 답장이 왔는데 그 내용이 바로 다음의 내용입니다. 물론, 영어로 썼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직역한 것입니다.

“나는 지난 10주 동안 아주 특별한 것을 보았습니다. 나는 자신의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는 것을 보기위해 전폭적으로 헌신하고 있는 한 사람을 보았습니다. 나는 이 아이를 돌보는 일에 참여하고 싶지만 기술이 부족해서 그녀가 필요한 것들을 구입할 수 있도록 그 어머니를 금전적으로 돕는 것입니다.

매 수업마다 당신의 정열과 열정은 당신의 두 눈과 표정 그리고 목소리에 나타났습니다. 나는 이러한 것이 영리 추구를 위한 것이 아니라 당신과 당신 남편의 마음 안에 있는 사랑의 하나라는 것이라고 결론지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기부하는 이것이 반드시 좋은 곳에 쓰일 것이란 걸 조금도 의심하지 않습니다. 몇 명의 학생들이 수업료를 못 낼지 잘 모르겠으나(필자가 그 기금을 한국어를 배우고는 싶으나 경제적으로 여의치 못 해서 배우지 못 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으로 수여하겠노라고 했습니다),

당신은 이미 어드로이트 칼리지나 그 외 부수적인 행사 등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이 기금은 당신과 당신 남편의 재충전을 위해서 사우나나 마사지 또는 휴대폰이나 컴퓨터가 없는 며칠간의 여행에 쓰여도 좋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왜 새벽 1시 15분에 이메일을 보내는 것입니까? 당신은 나에게 한국어를 3~4년 혹은 그 이상 가르쳐 주기 위해서 당신의 건강을 보살펴야 합니다.

기초 2반에서 만날 날을 기대하며…." - 유대봉 드림


처음에 이 답장을 받았을 때, 순간 정말로 유대봉씨께서 10주간 아이를 위해서 헌신적으로 봉사한 어머니를 보셨고 경제적으로 도와주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이어지는 다음 이야기를 보고 다시 읽어보니 그것은 '한국어 교육'을 향한 필자의 열정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었습니다. 전율이 느껴졌습니다. 또한, 눈시울을 뜨겁게 할 만큼의 보람도 느꼈습니다. 비록, 돈도 많이 벌 수 없고, 명예도 없는 일이지만,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외국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오늘의 이러한 감동을 갖게 했습니다.

매주일 학생들이 써 오는 저널 중에 전에 유대봉씨가 '외우면 또 잊어버리고 또 외우면 잊어버려서 하루에도 몇 번씩 한국어 배우는 일을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이 나를 포기하지 않는 한 내가 먼저 포기하지는 않겠습니다'라고 썼었습니다.

그에 대한 답장으로 필자는 '저는 당신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습니다'라고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유대봉씨는 앞으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사랑하고, 장인 장모님과 한국어로 대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본교의 자랑스러운 학생이 될 것입니다. 가을 학기에 본교를 찾을 제2, 제3의 유대봉씨를 기대하며 미국에 사는 한국어 선생님으로서의 사명감을 다짐해 봅니다.

덧붙이는 글 | *구은희 기자는 미국 실리콘밸리 지역 어드로이트 칼리지 학장이자 교수, 시인입니다. 
*본교는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외국인들과 재외동포 후세들에게 가르치는 학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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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한국어 및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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