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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동맹 파괴공작 규탄 국민대회가 지난 8월 11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대한민국성우회, 월남전참전전우회, 국민행동본부 등 보수단체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가 '2009년 이양'으로 귀결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이 "한국군에 대한 전시작전통제권을 2009년 이양하겠다"고 이양 시기를 못박아 지난 8월 중순 윤광웅 국방부 장관에게 서면 형식으로 통보해 왔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 관계자가 "미국 쪽의 기존 입장 재확인일 뿐, 이양시기에 대해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지만, 문제는 사실상 결판난 거나 다름없다. 다만, 이양시기가 2009년에서 조금 더 늘어날지 모르지만,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다. 지난 50여년의 한미 동맹관계가 미국의 일방적인 의사대로 진행돼온 사실이 그 근거다.

1953년 맺어진 한미동맹 관계의 변화는 언제나 미국 쪽의 동북아시아 전략 재조정 때문에 생긴 것이었다. 한국 정부는 미국의 버림을 받을까봐 전전긍긍하며 이 변화에 적응하기에 급급했다.

그 동안의 5차례에 걸친 주한미군 철수 모두 미국 입장과 뜻에 따른 것이었다. '한국전쟁' 유발요인이 돼 버린 1949년 주한미군 완전철수, 1954년 미 제2사단과 7사단만 남겨놓은 철수, 1971년 '닉슨독트린'에 따른 제7사단 철수, 카터 미 대통령의 주한미군 완전철수 정책 추진, 1992년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구상'에 따른 7000명 감축 등의 과정에서 한국 정부는 실질적인 협상권을 갖지 못했다. 이런 사정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5차례에 걸친 주한미군 철수, 한국은 협상권 갖지 못했다

문제의 주한미군 재배치와 작전통제권 환수는 이미 오래 전부터 시작된 일이다. 1990년 4월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구상'에서 1996년부터 한국군이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도록 한다는 전략이 나오고, 이 때부터 한국 방위의 한국화 추진, 역외 안보지원 및 역할분담 논의가 진행돼 왔다. 1994년 12월에는 평시작전통제권이 한국군 합참의장에게 이양됐다.

럼즈펠드 장관은 2003년 3월 주한미군의 재배치 및 재편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한국의 GDP가 북한의 25~35배나 되고, 전방 억제 능력이 있다"고 밝혀 주한미군의 역할이 더 이상 대북 전쟁억지가 아님을 드러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억지 기능을 한국에게 넘기겠다는 뜻이다.

이제 미국은 지난 1월 한국과 미국이 합의한 전략적 유연성 합의에 따라 주한미군을 자기들 마음대로 국제분쟁에 투입할 심산이다. 문제는 한국이 미국의 중국 봉쇄와 견제 전략을 위한 '전진 작전 기지'로 활용되고, 주한미군이 '전진배치 선봉군' 역할을 하게 된다는 점이다. 한반도가 자칫 타이완 사태에 휘말려 전쟁터로 변할지 걱정하게 되는 까닭이다.

이처럼 미국이 자국의 세계전략에 따라 주한미군의 대북 억지기능을 한국에게 떠넘기는 한편, 한반도가 국제분쟁이나 전쟁에 연루될 위험성은 오히려 높여놓고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더 부담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한국이 중대한 안보이익을 양보한 만큼 미국이 한국의 방위분담금을 줄여주거나 반대급부를 주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미국이 한국의 안보불안 심리를 악용하여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 구상을 한국의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늘리는 압력 수단으로 삼는 것은 더욱 온당치 않다. 지난 3월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이 미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한국의 분담금 증액은 한국이 미군 주둔을 원하는 확고한 징표라며 압박성 발언을 했다고 한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제4조와 한미주둔군 지위협정 제5조에서 한국 정부는 주한미군의 주둔에 필요한 토지와 시설, 통행권만을 제공하고 나머지 전 경비를 미국이 부담하기로 해 이 합의가 1980년대 말까지 지켜져 왔다. 이 때 주한미군 철수구상이 나왔다. 이로 인해 안보 불안의 회오리가 일자 한국이 미군 주둔비용을 부담하도록 1991년 1월 한미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이 체결되고 만 것이다.

▲ 한미동맹 파괴공작 규탄 국민대회가 지난 8월 11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대한민국성우회, 월남전참전전우회, 국민행동본부 등 보수단체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용산기지 이전 비용 떠안은 건 극우세력 탓

답답한 것은 미국의 안보 불안심리 자극에 편승해 이를 부채질함으로써 오히려 한국의 예산 부담만 늘려주는 한국의 일부 극우 세력이다. 한미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도 바로 이들 세력 탓이다.

북한의 장사정포 공격 범위에서 벗어나려는 미국의 재배치 계획에 따라 떠나게 되어 있는 용산기지 이전 비용을 한국이 떠맡게 된 것도 이들의 역할 탓이 컸다. 이번 서한에서 미국 국방장관이 한국의 분담 증액을 요구한 것도 이들 세력의 힘을 받아 그대로 이루어질지 걱정스럽다.

8월 11일에 이어 31일에도 전 국방부 장관들을 비롯해 예비역 장성들이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반대했다. 이들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까지 외치며 한미동맹 해체 우려와 함께 국가안보의 위태로움을 주장했다.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박정희 유신정권 이후 30년이 넘도록 진행돼 온 '자주국방'의 책임자들이 '자주국방' 말만 나오면 난리가 날 것처럼 안보불안을 외친다는 사실이다.

남한은 1974년부터 제1차 율곡사업을 시작으로 자주국방에 본격적으로 나서, 1976년부터는 총국방비에서, 1980년대부터는 투자비 누계에서 남한이 북한을 능가했다. 이러한 한국의 자위 방위력 강화 노력의 결과가 그만큼 불안하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그들은 그 책임을 통감해야지 안보불안을 외치고 나설 처지가 아니다.

이들이 전작권 환수 문제의 근본 책임을 굳이 물으려면 미국 정부에게 따져야 한다. 미국의 세계전략과 이에 따른 한미동맹 관계의 변화, 주한미군 재배치 및 역할 전환에 주도적 역할을 한 책임은 미국에게 있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이들이야말로 미국의 세계전략과 정책에 근본적으로 '도전'하는 '반미세력'이 아닌가 싶다.

세상의 흐름도 모르면서 미국에서는 논란거리도 되지 않는다는 작전권과 안보불안 문제를 일으키는 '별들'의 외침에서 '자주국방'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느끼게 된다. 오로지 남의 나라 힘만 의지하겠다는 게 국방 책임을 맡았다는 '별들'의 실체였던가. 우리 민족의 평화와 통일의 역사 발전을 지켜줄 진정한 안보 의식을 찾기 어려워 안타까울 따름이다.

'왜자간희'라는 말이 있다. 자신은 아무 것도 모르면서 남이 그렇다고 하면 덩달아서 나서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행여 웃음거리가 될 일은 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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