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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지연
작가가 되고 싶은 흰 늑대에게 어느날 영희와 토끼와 바다거북이 찾아와 그를 아빠라 부르기 시작한다. 진정으로 누군가 나를 필요로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마음을 다해 소중한 존재를 품는 느낌을 주는 더불어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가 바로 애니메이션 <아빠가 필요해>(장형윤 감독)다.

2005 대한민국 애니메이션대상 특별상 등 이미 적지않은 수상 이력을 가져 낯설지 않은 이 작품이 지난 24일부터 28일까지 열린 제11회 히로시마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히로시마상을 수상했다. 2000년 열린 제8회 페스티벌에서 이명하 감독이 <존재>로 신인상을 받은 것에 이어 한국인으로서는 두 번째 수상. 외국인에게 배타적인 페스티벌 성격상 이번 수상은 더욱 특별하다.

"보는 사람에게 따뜻하고 사랑스런 느낌을 전해주고 싶었어요. 히로시마상에는 도시의 이름뜻 그대로 '사랑과 평화'의 의미도 담겨 있는데 그래서 더욱 의미있게 느껴집니다."

그랑프리와 히로시마상. 단 두 개의 상만을 남겨놓고 끝까지 자신의 작품명이 호명되지 않았을 때 이미 수상은 단념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를 감동시킨 것은 자신의 작품을 접한 600여 명 관객의 뜨거운 반응이었다.

"바로 직전에 너무 무거운 애니메이션이 상영돼서인지 관객들이 제 작품에 쉽게 몰입하는 것 같았어요. 다들 웃으며 즐거워했죠."

특유의 풍성한 유머와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그 원동력이었다. "내 안에 있는 것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이 그것을 느끼도록 하고 싶다"는 장 감독의 꿈이 그 안에 담겨 있다. 그것은 그가 애니메이션을 하게 된 진짜 이유다.

히로시마상을 수상한 <아빠가 필요해>
히로시마상을 수상한 <아빠가 필요해> ⓒ 장형윤
"앞으로 내가 뭘 해야 하나. 애 낳고 집 있으면 행복할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좋은 직장과 좋은 직업은 단순히 돈을 모은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없다는 걸 알게 됐죠. 뭔가 내 안에 있는 것을 표현하고 그 생각을 남들로부터 이해받고 싶었어요."

스무 살, 대학 새내기였던 그의 눈에 애니메이션이 들어왔다. 당시로서도 모두가 손사래 치는 분야였지만, 잘나가는 대기업의 부품 역할보다는 그것이 훨씬 더 자신다운 방식이라 여겼다.

장형윤 감독은 1999년 워크숍을 통해 전승일 감독으로부터 사사받고 2003년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했다. 2002년 <어쩌면 나는 장님인지도 모른다>라는 조금은 어두운 세계를 가진 아트애니메이션으로 데뷔한 그는 <티타임>, <편지> 등을 발표, 지난해에는 인권애니메이션 <별별애니메이션> 중 <그 여자네 집>을 공동감독하기도 했다.

<티타임> 때부터는 '지금이 아니면 안돼'라는 긴 이름의 팀을 꾸려 작업해오고 있다. 아카데미 선후배 등으로 장 감독까지 5명으로 꾸려진 이 팀의 이름에는 장 감독의 애니메이션에 대한, 나아가 삶에 대한 절실함이 그대로 담겨 있다.

장 감독은 현재 목동 애니메이션제작스튜디오에서 차기작 <무림일검의 사생활>을 작업중에 있다. 올해 초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원장 서병문)의 지원을 받아 진행하게 된 이 작품은 커피자판기로 환생한 무림고수의 독특한 연애담이다.

거의 8년을 살아온 이 바닥은 예상치보다도 훨씬 힘들고 크고 작은 위기가 끊임없이 찾아들었다. 하지만 그런만큼 더 치열하게 살았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다.

"정말 매순간이 위기라는 생각으로 지냈습니다. 사랑도, 애니메이션도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절실함으로요. 우리 삶이 그렇듯 애니메이션 작업도 언제까지 계속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만 여건이 되건, 혹은 여건이 되지 않건 불확실함 속에서도 저는 계속 나아갈 것입니다."

장형윤 감독은 누구?

1975년생. 2001년 한국외국어대학 정치외교학과 졸업, 2003년 한국영화아카데미 애니메이션을 전공. 2002년 <어쩌면 나는 장님인지도 모른다>로 데뷔, <티타임>(2002), <편지>(2003), <별별 이야기> 중 <그 여자네 집>(공동 감독, 2004), <아빠가 필요해>(2005) 등의 작품을 만들었다.

덧붙이는 글 |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CT News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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