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탈피 중인 깡총거미.
탈피 중인 깡총거미. ⓒ 신준수
사람은 저마다 가슴에 지울 수 없는 사랑 하나 간직하고 살아갑니다. 거미는 사랑고백을 어떻게 할까요?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처음 사랑을 나누었던 거미를 잊지 않는다고 합니다. 인간처럼 언어 능력은 없지만 오감으로 첫 사랑을 감지한다고 합니다.

거미 세계에서 가장 신비로운 것은 번식 과정입니다. 암컷들이 발정기가 되면 곳곳에서 수컷들이 모여들어 다양한 방법으로 구애합니다. 선물을 주고, 암컷 앞에서 춤을 추거나 그물을 살살 진동시키며 암컷을 유혹합니다.

그러나 선물을 받고 노래를 들었다고 해서 암컷 거미가 다 사랑에 응하는 것은 아닙니다. 먹이가 시원치 않거나 수컷이 맘에 안 들면 사랑을 거절합니다.

그래서 수컷들은 싱싱하고 맛있는 먹이를 예쁘게 포장해 바치는 등 암컷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노력합니다. 늑대거미는 소리를 내는 기관이 없어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를 수는 없지만 몸을 두드리거나 땅을 발로 쾅쾅 울려 암컷을 유혹하고, 조망거미는 그물을 발로 살살 흔들고 암컷의 눈치를 보며 구애합니다.

물론 암컷과 밀월여행을 떠나는 수컷은 가장 맛있는 선물을 주거나 춤을 가장 잘 추는 녀석입니다. 사랑을 나눈 뒤 암컷이 수컷을 잡아먹기도 합니다. 사랑했던 상대방에 대한 그리움의 잔해를 없애기 위한 건 아니냐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암컷이 새끼를 양육하기 위한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물론 나름대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고안하는 수컷들도 있습니다. 암컷을 거미줄로 꼼짝 못하게 묶어놓고는 혼자 사랑을 즐기다가 줄행랑치는 녀석도 있고, 암컷을 힘으로 제압해놓고 사정한 후 도망치는 비겁한 녀석도 있답니다.

그래도 많은 수컷들은 사랑을 위해 목숨 걸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그러나 거미는 죽음에 대한 공포 때문에, 다가온 사랑을 포기하진 않습니다. 사랑 앞에서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인간이나 동물이나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긴호랑거미.
긴호랑거미. ⓒ 신준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