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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결혼이민자와 결혼한 남편이 19세의 아내를 중개업자 집으로 보냈다. 이유는 17세 된 자신의 고등학생 아들이 아침 일찍 학교에 가는데, 일찍 일어나서 밥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남편은 아내를 돌려보내고 중개료를 돌려받고 싶다며 소비자보호원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남편은 항상 공휴일에 함께 대형마트에서 시장을 본다. 재래시장에 가면 더 싸게 살 수 있는데, 남편은 나를 믿지 못해 생활비나 용돈을 주지 않았다. 심지어 생리대가 필요해도 남편에게 돈을 달라고 해야 한다. 너무 모욕적이다."


김민정 이주여성인권연대 정책국장은 31일 한국인권재단 주최로 열린 '이주여성의 한국살이' 토론회에서 여성 결혼이민자들이 겪는 가정 내 폭력 사례를 공개했다.

김 국장은 미리 배포한 발제문에서 "여성 결혼이민자들은 이미 한국 입국 전부터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동안 다양한 형태의 폭력에 노출돼있다"며 "가정폭력이라는 부분에서 한국 여성의 그것과 공통점이 있지만, 이주 과정과 외국 여성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한국여성이 겪지 못하는 다른 종류의 폭력을 당한다"고 지적했다.

김 국장은 ▲높은 중개료 부담, 의사소통의 어려움 등으로 인한 비인격적 대우 ▲남편의 성관계 강요 ▲외부세계와의 강제적 차단 ▲남편의 음주와 잦은 폭력 ▲경제적 빈곤 등 가정 내 폭력의 형태를 제시했다.

안정적인 체류지원 강화에 한 목소리

이어 가정 폭력 피해에 대비한 지원 정책 과제 중 하나로 여성 결혼이민자들의 안정적인 체류지원 강화를 강조했다. 한국인 배우자의 신원보증이 없으면 국적을 얻을 수 없어 자칫 불법체류자가 되기 때문에 이주여성들은 부당한 대우를 받더라도 침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년 전 국적법이 개정돼 한국인 배우자의 잘못으로 이혼을 하더라도 한국 국적 취득이 가능하지만, 혼인 파탄에 대한 책임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한국말이 서툰 이주여성들에게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김 국장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배우자 신원보증 해지신청에 대한 관리 강화, 혼인파탄 귀책사유에 대한 입증 책임 완화, 이혼에 따른 간이귀화 입증요건 완화 등을 제안했다.

또다른 발제자인 소라미 변호사(아름다운 재단 공익변호사그룹 '공감')도 "한국인 배우자의 신원보증 철회시 불법체류자로 전락하는 현 출입국관리 업무에 제동이 필요하다"며 불안정한 체류 신분 개선을 강조했다.

소 변호사는 "현행 출입국 관리 시스템 하에서는 이주여성이 한국인 배우자의 잘못으로 집을 나와 쉼터 등에 입소했을 때 한국인 배우자가 관할 출입국사무소를 방문해 신원보증을 철회하면 가출 사유를 불문하고 불법체류자로 전락하게 된다"며 악용 소지를 우려했다.

또한 "여성 결혼이민자가 가정폭력 등의 문제에 처했을 때 상담소나 쉼터의 전문적인 조력을 받을 수 있게 지원시스템을 여성들이 접근 가능하게 정비해야 한다"면서 상담원을 대상으로 한 전문 교육 실시, 충분한 통역시스템 등을 제안했다.

한편 한국인권재단에서 주최하는 토론회는 31일 오후 2시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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