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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 빌헬름 베버 지음. 윤진희 옮김
카를 빌헬름 베버 지음. 윤진희 옮김 ⓒ 들녘
책을 통해 드러난 로마의 밤 문화는 현대의 밤 문화와 거의 차이가 없다. 지금보다 화려하진 않지만, 로마의 밤은 술과 매춘, 그리고 도박, 이 세 가지가 주도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엔 일반 서민은 물론 사회지도층과 로마 황제까지 동참하였음을 보면 과연 그랬을까 생각할 정도이다.

그럼 어떤 황제들이 '도벽'에 걸렸을까. 우리도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아우구스투스 황제뿐 아니라 칼리굴라, 클라우디스 황제도 악명 높은 도박꾼이라는 평판을 받았다. 칼리굴라는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 속임수까지 썼고, 클라우디우스는 여행 중에도 도박을 하기 위해 놀이판을 현무암으로 직접 만들기도 했고, 심지어 '놀이 기술'이라는 책까지 썼다고 한다.

황제가 노름판에서 이기기 위해 속임수까지 쓰고, 노름에 관한 책까지 썼다는 사실을 보면 낮에 드러난 로마의 화려한 영광 이면엔 아주 음습한 것들이 난무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의 뒤편의 이야기이다. 그럼 칼리굴라에 대한 로마 역사의 평을 한 번 들어보자.

칼리굴라는 주사위놀이를 즐겨 했다. 어느 날 돈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자, 그는 갈리아 지역의 세금목록을 가져오게 해서 그 지역에서 최고 부자를 처형하도록 지시했다. 그러고 나서 다시 노름판으로 돌아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너희가 여기서 몇 푼 안 되는 데나리우스를 놓고 게임을 벌이는 동안 나는 1억5천 데나리우스를 손에 쥐었다."

최고 권력자의 도덕적 불감증을 보여주는 예일 뿐 아니라 권력의 부패상을 바로 보여주고 있는 일화로 볼 수 있다. 당시 도박은 로마의 법에 금지되었으나 법 위에 있는 황제는 이걸 무시했다. 권력자들의 이런 행위와 생각은 예나 지금이나 별다를 바가 없는 건 아닌지 한 번쯤 생각해 볼 문제이다.

이 밖에도 폭군으로 알고 있는 네로도 대단한 도박꾼으로 묘사되고 있다. 그는 도박판에서 가장 높은 판돈을 낸 인물로 기록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여기에 디디우스 율리아누스란 인물은 황위를 계승한 날 밤에 황제의 궁궐에 들어가 "선황인 페르티낙스의 시체가 아직 그곳에 누워 있는데도 음식을 잔뜩 먹어치우고 친구들과 주사위 놀이를 했다"고 한 걸 보면 당시 로마가 얼마나 도박에 빠져있는지를 바로 알게 해준다.

그렇다고 이러한 도박 열풍이 로마의 황제나 지도층에만 만연된 것은 아니다. 도박금지법이 공표되었지만 일반 평민들에게도 도박은 일반화되었다. 여기에 매춘도 일반화되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매춘보다 도박을 더 엄격히 규제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도층이 지키지 않은 것들을 일반 백성에게만 지키라고 강요하는 것은 어찌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런데 이러한 것들이 어찌 고대 로마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현상일까 싶다. 지금도 우리 사회에서도 일어나고 현상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다 보면 로마 밤 문화의 끈적끈적하고 매캐한 냄새가 나는 모습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 곳곳에 펼쳐져 있는 홍등가의 모습, 퇴폐한 술집의 모습, 그리고 고급 술집에서 철학을 논하기도 한 모습과 휘황찬란한 불빛 아래 야밤의 공연들이 흥미진진하게 드러나 있다.

그러나 그 속에서 몰락해가는 한 제국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었다. 건강하지 못한 지도층의 모습은 그대로 국민에게 은연중에 전파되어 향락과 퇴폐에 빠져버림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도박 열풍에 빠져 혼란스런 우리의 모습을 상기할 수 있었다.

고대 로마의 밤문화

카를 빌헬름 베버 지음, 윤진희 옮김, 들녘(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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