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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미국 현지시각) 생방송 중 방송사고를 낸 CNN 뉴스 앵커 키라 필립스.
ⓒ CNN 홈페이지

[뉴욕 = 하정민 특파원]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허리케인 카트리나 참사 1주년 기념 연설을 하는 사이 CNN 여성 앵커의 화장실 수다가 그대로 전파를 타는 대형 방송 사고가 벌어졌다. 지난해 딕 체니 부통령의 연설 도중 등장한 X자 표시로도 큰 곤욕을 치른 CNN은 이번 사고에 대해서도 공식 사과했다.

CNN 뉴스 프로그램 '라이브 프롬'의 진행자인 키라 필립스는 29일(미국시간) 부시 대통령의 뉴올리언스 연설이 중계되던 낮 12시48분 쯤 자신의 무선 마이크가 켜져 있는 것을 모른채 화장실에서 휴식 시간을 가졌다.

필립스는 화장실에서 1분30초간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여성과 깔깔거리며 자신의 남편과 남자 형제에 관한 잡담을 나눴고 이것이 고스란히 전파를 탔다.

부시는 자연 재해에 맞서 정부가 충실한 대비를 세우겠다고 강조했지만, 필립스의 잡담은 부시의 연설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정도로 분명하게 들려 대통령의 비장한 연설을 무색케 했다.

필립스는 "남편에 관한 한 나는 정말 많은 행운아야. 잘 생겼고 이기적이지 않은데다 열정적이며 다감하고 훌륭한 인간이기도 해."라고 남편 자랑을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남자 형제에 관해서는 "결혼을 했고 아이가 셋인데 올케가 광적으로 간섭을 한다"고 올케 흉을 보기도 했다.

방송 사고를 알아챈 다른 CNN 앵커 대린 케이건이 부시 대통령의 연설 내용에 대해 코멘트를 하며 황급히 끼어들어 겨우 화장실 수다 생중계 소동이 막을 내렸다.

CNN은 사태 직후 "부시 대통령의 뉴올리언스 연설 도정 오디오에 문제가 있었다"며 "시청자와 대통령에게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고 공식 사과했다.

CNN은 지난해 11월21일 딕 체니 부통령의 연설을 생중계하던 과정에서 그의 얼굴에 커다란 `X`자 표시를 겹쳐놓는 등 유독 정치적 사안을 중계할 때마다 대형 방송 사고를 냈다. X자 표시는 마치 체니에게 "제발 입 좀 다물라"는 듯 보여 큰 파문을 일으켰다.

CNN은 단순 방송 사고라고 해명했지만 후일 영상기술 담당자를 해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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