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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이스케키> 포스터
영화 <아이스케키> 포스터 ⓒ 고병하
나의 남편은 전남 강진의 얼음집 '대성당'의 아들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얼음집 아들이 영화 <아이스케키>를 본 것이다. 물론 찬바람이 불때면 떡방앗간을 했다는데, 그래서인지 그는 떡을 안 먹는다.

영화를 보러 가는 길에 남편이 옛 기억을 더듬어서 읊어대는 말에 웃음보가 터졌다.

"어~름이요 어~름
어~름이요 어~름
달고 시원한 아이스케키~"


그 시절에는 어린 학생들이 아이스케키를 주말에 많이 팔았다고 한다. 전문적으로 파는 청년들은 하루에 200여 개씩 팔았다고 한다.

특히 짐을 싣는 큰 자전거에 아이스케키를 싣고 강진에서 시골장으로 가서 팔았다고 한다.그들은 아이스케키 통을 좋은 걸로 차지하기 위해서 이른 아침부터 줄을 서서 쟁탈전을 치열하게 벌였다고 한다.

공장에서는 하루에 2000개 이상씩 팔았다고 한다. 초여름에 시작해서 늦가을까지 기계가 쉬지 않고 돌았다고 한다.

영화를 보는 도중에 주인공 영래가 들고 가는 통을 보는 순간 우리는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통에 '대성당'이라고 적혀 있는 것이 아닌가? 바로 강진 아버님이 운영하시던 공장이 '대성당'이었는데 말이다.

강진 대성당에서는 아이스케키를 만들어 파는 사이에 맹 얼음도 만들어서 배달을 했는데, 주로 가게에서 얼음을 사서 아이스케키를 보관하는데 사용했다고 한다. 얼음은 50원어치는 톱으로 썰어서 판매했는데, 맹얼음 하나에 100원이었다고 한다. 얼음은 컴퓨터 본체처럼 생긴 모양이었고, 기계는 아버님이 담당하셨고, 종업원 3명이었다고 한다.

당시 어린 학생들이 판매한 것은 그다지 많은 양은 아니었고, 시골로 팔러 다니는 청년들이 많이 팔았다고 한다.

아이스케키 통 안에 아이스케키를 넣고 비닐을 고무줄로 단단히 묶고, 잘 녹지 않게 맹얼음을 봉지에 넣고, 얼음 위에 소금을 넣었다고 한다. 어린 학생들이 팔러 다니는 동안에 실수로 소금이 터지면 아이스케키가 짠맛이 났다고 한다. 어린 학생들이 얼마나 당황했을까?

통 내부에는 스치로폼이 들어 있어 지금의 냉장고 수준으로 잘 녹지 않았다고 한다.

동네 작은 가게에서는 마호병에 담아서 판매를 했는데, 하루 정도는 녹지 않고 팔 수 있었다고 한다. 주로 강진극장에서 많이 팔았다고….

‘앙꼬(팥)’가 들어 있는 아이스케키는 5원, 그냥 케키는 1원이었다고 하는데…. 지금의 천원쯤 되나 싶다.

어머님은 한 시간이 넘게 대바구니에 50개씩 담아서 주면, 아이들 본인들이 통에 넣어서 이른 아침에 팔러 갔다고 한다. 어떤 아이들은 못 팔아 녹아버리기도 했다니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어머님은 50개 이상 주문하면 서너 개씩 더 주기도 했단다.

초보자들은 강진 장날 장에서 팔면 많이 팔았고, 강진 읍내 사람들은 대성당에서 사먹었다고 한다. 농번기 때 보리 탈곡한 곳에 가서 팔기도 했고, 돈이 없으면 돈 대신 대두병(지금의 1L짜리 소주병)도 받고 주기도 했다고 한다. 우리가 어릴 적 엿장수에게 엿을 사 먹었던 것처럼 말이다.

영화를 보는 도중에 자상하셨던 아버님 생각에 기분이 울컥했다. 아버님은 며느리들이 부엌일을 하면서 따뜻한 물이 부족할까 봐 계속해서 따뜻한 물을 준비해 주셨고, 명절이면 종종 떡시루를 전부 맡아서 익혀주셨다. 물이 부족하지 않게 콸콸 쏟아지게 설치를 해주셨다.

아버님은 기계를 좋아하셔서 기계 박사로 통하셨던 분이시다.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사용하셨던 연장을 치우는데만 2년이 걸렸었다.

대성당은 잘 되다가 대기업에서 아이스크림을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공장을 폐쇄했다고 한다. 그때가 1976년 무렵이었다. 그 후에 대성당은 대성수도사로 변신을 했었다.

어머님은 얼음 공장을 할 때 돈을 세다가 돈 속에서 주무시기도 했다고 한다.

지난 7월초에 촬영한 구 곡성역 옆에 있는 영화 세트장 모습.
지난 7월초에 촬영한 구 곡성역 옆에 있는 영화 세트장 모습. ⓒ 고병하
곡성 영화 세트장 모습
곡성 영화 세트장 모습 ⓒ 고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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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병하
영화를 본 후에 광주에서 이름난 OO제과에서 아이스 크림을 먹고 있는 자연이. 남편 말로는 옛날 '대성당' 맛과 비슷한 맛이라고 한다.
영화를 본 후에 광주에서 이름난 OO제과에서 아이스 크림을 먹고 있는 자연이. 남편 말로는 옛날 '대성당' 맛과 비슷한 맛이라고 한다. ⓒ 고병하
주인공 영래처럼 먹고 있는 아들 준호.
주인공 영래처럼 먹고 있는 아들 준호. ⓒ 고병하
영화 내용이야 어린이들을 위한 내용이었지만, 어른들도 옛 추억을 더듬어 볼 좋은 내용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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