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스레 마음이 불안하다. 책을 읽고 나서 나는 조금 불안한 사람처럼 우두커니 앉았다.
숨을 죽이고 조용히 주변을 둘러본다. 마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를 둘러싼 것들에 대한 두려움이 내 몸을 서서히 조여 오는 것 같다. 숨도 조심스럽다. 콧속으로 스미는 미세한 것들. 팔뚝 위, 다리를 내려다보고 다시 거울을 바라본다. 이마와 눈썹 사이에 미세하게 나 있는 땀방울이 부담스럽다.
정신병동의 환자 같은 행동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나와 비슷한 행동을 보이는 분들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치약을 짜내 칫솔에 바르는 일은 너무나도 자연스럽다. 하지만 문제는 치약이다. 치약에 비밀이 숨어 있다.
사람들은 치약을 그냥 이를 건강하게 해주는 '약' 정도로 생각하지만, 사실 치약은 수많은 화합물의 집합이다. 치약에는 초크(당구장이 생각난다), 물, 페인트(설마 건물외벽에 칠하는 그건 아니겠지), 해초, 부동액, 파라핀유, 세제, 박하, 포름알데히드, 그리고 불소 성분까지 담겨 있다.
놀라운가. 유난히 몸에 관심이 많은 나는 새 책을 소개하는 신문기사 중 바로 이 대목을 읽고 책을 샀다.
서문에서 TV시리즈 'CSI 과학수사대'(시즌 6까지 방영될 정도로 팬이 많다)의 빅 팬이라고 밝히고 있는 저자에게 동질감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저자는 너무한다 싶을 정도로 집요하게 미생물과 집안의 연관성을 들추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숨쉬기도 힘들 지경이다.
예를 들면, '집 먼지 진드기'의 활동을 낱낱이 드러낸 대목을 읽으면 평상시 덮고 자던 이불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생활의 낙인 담배를 피울 때조차 매우 신중하게 행동하게 됐다.
이 책의 백미는 역시 확대와 축소다. 영상을 줌인, 줌아웃하는 것처럼 저자는 일상의 작은 세계를 자유롭게 펼친다. 작은 세계와 과학을 만나게 하는 저자의 재능과 글 솜씨가 부러울 따름이다.
집안에서 벌어지는 보이지 않는 움직임과 우리가 모르고 지내온 생필품의 비밀을 알고 싶은 이들에게 권한다.
덧붙이는 글 | 시크릿하우스(The Secret House)/생각의 나무/데이빗 보더니스/1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