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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가는 날 아침이면 세린이와 엄마의 전쟁이 시작된다. 세린이는 머리 모양이며 옷이며 신발이며 무조건 자기 마음에 드는 것으로 하려 하고, 아내는 그런 세린이 어르고 달래고 혼내고...
유치원 가는 날 아침이면 세린이와 엄마의 전쟁이 시작된다. 세린이는 머리 모양이며 옷이며 신발이며 무조건 자기 마음에 드는 것으로 하려 하고, 아내는 그런 세린이 어르고 달래고 혼내고... ⓒ 장희용
우리 어머니 말씀이 "애들 다 크면 편할 것 같아야 엄마 뱃속에 있을 때가 제일 편한 것이다"라고 했는데, 요즘은 그 말이 딱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하루하루 커가면서 보여주는 새로운 말과 행동들을 보면서 애들 보는 재미로 산다는 말이 실감나기도 하지만, 시시때때로 피우는 고집과 말썽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부부 갈등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유치원 안가겠다며 울고 떼쓰는 아이, 엄마 아빠 반응은?

얼마 전 일이다. 세린이가 그동안 잘 다니던 유치원을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울먹이며 가기 싫다고 한다. 아내가 방으로 들어가 달래서는 식탁에 앉히고 한 숟가락 먹는 가 싶더니, 유치원 가기 싫다며 울어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왜 가기 싫으냐고 최대한 다정스럽게 물어봤지만 대답도 안하고 막무가내로 가기 싫다고만 울어대니 아내의 감정이 조금씩 격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가뜩이나 분위기 안 좋은 이 상황에 기름을 끼얹는 녀석이 있었으니, 아직 젓가락을 사용하지 못하는 태민이 녀석이 엄마 아빠의 허술한 틈을 타 엄마 젓가락으로 반찬을 집다가 엄마 옷에 빨간 김칫국물을 튀기지 않나, 우유 달라, 제 마음에 드는 반찬 달라, 물 달라 떼를 쓰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옆에 놓아두었던 우유까지 홀랑 엎어서 방바닥에 다 쏟아 버렸으니, 드디어 아내의 참을 인자가 그 역할을 다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으이그~ 이 녀석! 밥 얌전히 먹으라고 했지. 그리고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예쁘게 말을 해야지 그렇게 징징거리며 떼를 쓰면 어떻게 해. 밥 먹을 때 마다 이게 뭐야! 어제는 물 말은 밥 다 방바닥에 쏟아버리고."

"그리고 장세린! 아침부터 왜 그래. 무조건 그렇게 안가겠다고 울면 어떻게 해! 말해 봐. 왜 유치원 가기 싫은 건데? 친구가 괴롭혀? 아니면 어디 아파? 유치원 가기 싫은 이유를 말해야 엄마가 알거 아냐."

엄마의 큰 목소리에 기가 죽어 있는 세린이를 달래며 내가 재차 물어봤지만 계속해서 "가기 싫어. 싫단 말이야!" 하면서 반항 비슷하게 신경질을 낸다. 한참을 달래며 유치원 가라 해도 곧 죽어도 안 간다고 하기에 반은 '무슨 이유가 있겠지' 하는 마음과 반은 더 이상 말하다가는 나까지 폭발할 것 같다는 생각에 포기하는 심정으로 그냥 유치원 가지 말고 집에서 놀라고 했다.

견해차로 결국 부부싸움, 3일 동안 집안 분위기 '싸늘'

그 날 부부싸움을 한 후 아내와 나는 3일 동안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아내는 화가 나면 청소를 하거나 말없이 설겆이 등을 한다.
그 날 부부싸움을 한 후 아내와 나는 3일 동안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아내는 화가 나면 청소를 하거나 말없이 설겆이 등을 한다. ⓒ 장희용
결국 세린이는 그 날 내 결정대로 유치원에 가지 않았다. 대신 아내와 나는 아침부터 이 문제로 인해 부부싸움을 해야 했다. 나는 "어른도 가끔씩은 회사 가기 싫을 때 있는데 애들은 오죽하겠느냐"며 "당신이 너무 애들을 몰아세우는 것 아니냐"고 했다.

말이 나온 김에 나는 아내한테 "오늘 일 뿐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애들이 자기가 입고 싶은 대로 못 입게 하는 거, 당신은 잠깐 입고 또 다른 것 입는다면서 뭐라고 하지만 사실 빨래하기 싫어서, 당신 귀찮아서 그러는 것 아니냐"며 "애들과의 관계에서 너무 당신 위주로 생각한다"고 아내한테 좋지 않은 소리를 했다. 옷 입는 문제 뿐 아니라 그동안 세린이와 벌어졌던 이런 저런 갈등을 모두 말했다.

태민이 이야기도 했다. "3살이면 아직 어린 나이인데, 얘가 뭘 알겠느냐"면서 "어디서 보니까 저런 말썽부리는 행동들이 저 나이 때면 생기는 호기심 때문이지 잘못된 행동은 아니다. 매번 그렇게 짜증을 내고 혼을 내면 오히려 창의력이 상실되고 애가 기 죽는다"고 아내의 반응에도 잘못이 있음을 지적했다.

이런 나에게 아내는 "여섯 살이면 알만 한 것은 다 안다"면서 "하기 싫어도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어야 하고, 무엇이 옳은 행동인지 잘못된 행동인지 분명히 알려주어야 하는데, 문제는 세린이가 자기가 틀렸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빠인 나한테 조금만 떼를 쓰면 내가 애들 편을 들어주니까 세린이가 자기 기분대로 무조건 저렇게 자기 뜻을 관철시키려 한다"고 반박을 했다.

그리고 엄마인 자신도 애들 교육에 있어 나름대로 깊이 생각하고 내린 결정인데, 나도 엄마인데 설마 애들이 미워서 그러겠느냐면서, 애들을 대하는 데 나만 옳고 자기는 틀렸다는 식의내 말에 서운함을 드러냈다. 또한 나보다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자신의 입장도 생각해 봐야 되지 않겠냐는 말도 했다.

그리고 설령 자신이 내린 결정이 내가 생각하기에 잘못됐다 하더라도 내가 애들한테 말한 바로 그 자리, 그 순간에 내가 다시 다른 결정을 내리면 애들 생각에는 '엄마는 미운 엄마'로 인식되고, 그러면 엄마와 아이들 사이를 더 멀어지게 하는 것이라며, 일단 조금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한다(나중에 물으니 이 말을 어떤 책에서 읽었다고 함).

서로 할 말은 했지만 분위기는 싸늘했다. 그 날 이후로 우리 부부는 3일 동안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서로 할 일만 했다. 마음속에서는 '내가 먼저 미안하다고 말하고 풀어야지, 별 문제도 아닌데'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아마 아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3일 후 대화, 아이들 교육 원칙 '대화와 존중'에 합의

고집쟁이, 말썽쟁이 두 귀염둥이 녀석들. 매일 엄마 아빠한테 혼나느라고...이제 혼내기보다는 아이들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대화를 통해 갈등을 해결하려고 합니다.
고집쟁이, 말썽쟁이 두 귀염둥이 녀석들. 매일 엄마 아빠한테 혼나느라고...이제 혼내기보다는 아이들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대화를 통해 갈등을 해결하려고 합니다. ⓒ 장희용
7년 동안 살면서 솔직히 부부싸움이라고 할 만한 싸움은 하지 않았는데, 아이들이 커가면서 이렇게 요즘은 부부싸움 아닌 부부싸움(의견 대립)을 하곤 했다. 3일 동안 그렇게 말없이 지내는 데, 어휴~ 정말 답답해서 못살겠다 싶어 애들 데리고 밖에 나가서 외식하면서 아내하고 대화를 시도했다.

나는 그동안 아내와의 갈등이 생길 때마다 그 때 그 때마다 지나쳐 온 아이들 교육문제를 이쯤에서 아내와 상의해 현명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부부 사이에도, 그리고 아이들한테도 좋은 일이라 생각해 진지한 마음으로 대화의 문을 열었다.

나는 아무리 부모라 해도 그 생각이 무조건 옳지 않고, 아이들도 아이들 나름대로 생각이 있으니 아이들과 어떤 문제로 부딪힐 때 감정이 아닌 대화와 설득으로 합의점을 찾아가고, 아이들에게 무조건 '이렇게 해, 저렇게 해' 하는 극단적인 방법은 피하자고 했다.

또한 대화를 한다고 하면서도 결국 그 대화의 목적에는 아이들한테 부모의 뜻을 따르라고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대화의 최종 목적지는 아이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엄마 아빠의 생각은 무엇인지 서로의 생각을 읽고 전달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대화를 한다고 하면서 그 대화의 목적을 부모의 뜻에 따르라는 강요의 수단으로 쓰지 말자고 했다.

어른들의 세상을 아이들이 모르듯이 아이들 또한 어른들의 세상을 모르니, 그 당연한 차이와 다양성 또한 존중해 주자고 했다. 부모라는, 어른이라는 우월적 지위에서 아이를 생각하지 말고 아무리 어린 아이라 해도 분명히 생각이 있고 인권이 있는 것이니 아이들을 한 인격체로서 존중해 주자는 것이다. 내 아이가 착한 아이, 창의적인 아이, 남을 존중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은 욕심만 내세우지 말고 우리가 먼저 아이들을 존중해주자고 했다.

그리고 아이들의 잘못된 행동에는 분명히 부모의 잘못된 행동이 있었기에 아이들이 알게 모르게 그 행동을 따라 하는 것이라며, 아이들한테만 높은 도덕성과 예절, 지켜야 할 공공의 규칙에 대해 명령하지 말고 우리부터 바른 말과 바른 행동을 보이자고 했다.

아내는 나보다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다 보니 짜증내는 일이 많아질 수 있으니, 100% 그렇게 할 자신은 없다고 했지만 화를 내기보다는 먼저 ‘대화’를 하고, 무조건 아이들한테 강요하기보다는 아이들의 의견을 존중해 주겠다고 했다.

나 또한 그동안 그리 하지 못했고, 솔직히 순간순간 고집쟁이와 말썽쟁이와 부딪히면서 잘 지킬 수 있을는지 모르겠지만 '존중과 대화'라는 우리 부부간의 합의된 아이들 교육 원칙을 지키고 싶고, 지키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나중에 커서 사회를 살아가면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존중과 대화라는 것을 소중히 여기는 바람직한 아이로 성장하도록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세린이가 그 날 유치원에 가기 싫다고 한 건, '대화'를 해 보니 날씨가 더운 데 유치원 원복을 입으면 더 덥다며, 그래서 유치원 원복 입기가 싫어서 유치원 가기가 싫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지금은 자기가 좋아하는 시원한 민소매 옷을 입고 유치원 잘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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