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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세계도서관정보대회 '한국문화의 밤' 공연 중 국립무용단의 '삼고무 오고무' 장면
서울세계도서관정보대회 '한국문화의 밤' 공연 중 국립무용단의 '삼고무 오고무' 장면 ⓒ 김기
'모든 사람은 사회의 문화를 자유로이 누리고, 예술을 즐기며, 과학적 진보와 그 이득을 공유할 권리를 갖는다'는 세계인권선언을 실천하기 위하여 국제도서관협회연맹(IFLA)이 매년 개최지를 바꾸며 세계 각국의 주요 도시에서 세계도서관정보대회(WLIC)를 열고 있다.

IFLA의 연차대회인 '2006 서울세계도서관정보대회(WLIC·조직위원장 신기남)'가 지난 20일부터 '지식정보사회의 역동적 엔진'이라는 주제로 한국의 전통적 종이인쇄문화와 디지털 문화를 세계 도서관인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총 닷새간 열리는 이번 대회 중반인 22일 오후 7시 30분 세종문화회관에서 한국을 찾은 세계 도서관인들에게 우리의 전통문화를 알리는 성대한 공연이 열렸다. 이번 공연은 국립극장 산하 국립창극단, 국립국악관현악단, 국립무용단 3개 단체가 연합 구성하여 화려한 무대를 꾸몄다.

오른쪽부터 국제도서관협회연맹(IFLA) 알렉스 번 회장과 클라우디아 룩스 차기 회장, 국립극장 신선희 극장장, 신기남 서울대회 조직위원장
오른쪽부터 국제도서관협회연맹(IFLA) 알렉스 번 회장과 클라우디아 룩스 차기 회장, 국립극장 신선희 극장장, 신기남 서울대회 조직위원장 ⓒ 김기
이 공연에는 신기남 서울대회 조직위원장, 알렉스 번 IFLA 회장, 클라우디아 룩스 차기 회장, 신선희 국립극장 극장장 등을 비롯한 각국 도서관 관련 종사자들이 참관했다. 이날 세종문화회관에는 많은 사람으로 가득 들어찼고, 국립극장 연합공연에 감탄을 연발하며 아름다운 한국문화에 뜨거운 환호를 보냈다.

이번 공연은 국립무용단 단원인 김호동씨가 총연출을 맡아 본대회의 주제인 '역동적 엔진'을 실감할 수 있는 구성을 선보였다.

김호동씨는 "동양 특히 한국에 대한 '조용한 아침의 나라'가 아닌 세계의 뉴리더로서의 한국의 이미지를 강조하고자 했다"며 "특히 이번 대회의 주제 또한 역동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연출의도와 잘 맞았다"고 전체 공연 구성에 배경을 설명했다.

첫무대는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수제천'에 이은 대취타 연주에 맞춰 무용단원들이 왕의 행렬을 보여주고, 궁중무용인 정제에 기반을 둔 창작 춤인 '여명의 빛'을 열었다.

수제천을 연주 중인 국립국악관현악단 왼쪽이 지휘자 김만석
수제천을 연주 중인 국립국악관현악단 왼쪽이 지휘자 김만석 ⓒ 김기
가인적목단은 말 그대로 무용수들이 양손에 목단꽃을 들고 추는 춤으로 화사함이 춤을 추는 여자 무용수들과 맞춤이어서 사람이 꽃을 든 것인지, 꽃이 다시 꽃을 든 것인지 분간키 어려웠다.

그렇게 관객의 눈에 분홍빛 몽환을 심고는 정제치고는 특이하게 민속악 장단을 채용한 태평무에 이르러서는 현란한 발동작으로 한국 춤의 진수인 버선 발끝 미학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이어 안숙선 명창이 무대에 등장하여 판소리 '흥보 박 타는 대목'을 불렀다. 안 명창의 열창에 외국인은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소리라고 믿겨 지지 않는 듯 두 손을 모으고 경청하는 모습들이었다.

또 자막을 통해서 '돈타령'의 뜻을 알아차리고는 옆 사람과 함께 입을 가리고 웃는 모습도 보였다.

흥보가 중 '박타는 대목'을 열창하는 안숙선 명창. 고수 조용수
흥보가 중 '박타는 대목'을 열창하는 안숙선 명창. 고수 조용수 ⓒ 김기
국립창극단원들의 '떠나가는 배' 합창
국립창극단원들의 '떠나가는 배' 합창 ⓒ 김기
차기 도서관협회 회장인 클라우디아 룩스는 안숙선 명창에게 특히 관심을 표했다. 1부가 끝나고 중간휴식 시간에 신선희 극장장에게 "놀라운 소리"라며 판소리의 역사와 안 명창의 나이를 묻는 등 관심을 기울였다. 관객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안 명창의 바통을 이어받은 국립창극단 단원들은 유수정, 박애리의 도창으로 국립창극단 이용탁 음악감독이 '범피중류부터 뱃노래'까지를 화성으로 편곡한 '떠나가는 배'를 불렀다.

이어 무대 아래위를 꽉 채운 국립무용단의 '삼고무 오고무'를 위한 조명이 들어왔다. 여성무용수 28명이 삼고무를, 남성 11명이 오고무를 맡아 총 39명의 무용수가 마치 한 사람이 하는 것처럼 딱 맞아떨어지는 연주를 했다. 이를 본 외국인 관객은 "규모(scale)와 세기(detail)을 갖춘 대형 레퍼토리"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객석에서 쉴 새 없이 터지는 후레쉬 세례를 받은 국립무용단의 부채춤. 왼쪽 독무 김미애
객석에서 쉴 새 없이 터지는 후레쉬 세례를 받은 국립무용단의 부채춤. 왼쪽 독무 김미애 ⓒ 김기
2부는 김만석씨가 지휘하는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양방언의 히트곡 '프론티어'로 열었다. 이어 국립무용단 단원 김미애의 독무와 앙상블을 이룬 부채춤이 시작되자 객석에서는 쉴 새 없이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여기에 더 분위기를 상승시킨 것은 관현악단이 연주한 박범훈 작곡의 신모듬 3악장이었다. 대표적 국악관현악곡인 신모듬은 사물놀이패와 협연하는 형식을 취하는데, 관현악단의 웅장하고 정돈된 음악과 사물놀이패의 억누를 수 없는 신명을 한 번에 감상할 수 있다.

이 날 공연의 하이라이트 국수호 안무의 '북의 대합주'
이 날 공연의 하이라이트 국수호 안무의 '북의 대합주' ⓒ 김기
북의 대합주 중 한 장면
북의 대합주 중 한 장면 ⓒ 김기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인 '북의 대합주'였다. 국립무용단 49명 전원이 출연한 이 레퍼토리에는 대고(大鼓) 5대가 동원되고, 2고무, 북, 장구, 소고 등 북이 총동원됐다. 무속에서 신을 불러드리는 청배의식부터 약동하는 인간의 생존 그리고 정토에 이르는 과정을 그렸다.

소리 그 자체로 춤이자 염원인 화려하고 웅장한 '북의 대합주'로 이날 공연에 대단원의 막이 내렸고, 객석은 순식간에 기립박수의 물결로 가득 찼다.

북의 대합주가 끝나자 일제히 일어나 환호하는 관객들 모습
북의 대합주가 끝나자 일제히 일어나 환호하는 관객들 모습 ⓒ 김기
왼쪽부터 연출을 맡은 김호동, 국수호씨. 공연이 끝나자 국수호씨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후배,제자들에게 격려의 환호를 보냈고, 대작 연출이 처음인 김호동씨는 끝까지 긴장하는 모습이었다.
왼쪽부터 연출을 맡은 김호동, 국수호씨. 공연이 끝나자 국수호씨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후배,제자들에게 격려의 환호를 보냈고, 대작 연출이 처음인 김호동씨는 끝까지 긴장하는 모습이었다. ⓒ 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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