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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일 위원장
ⓒ 사진공동취재단
북한 핵 문제가 끝내 파국 단계로 치닫는 것인가.

북한의 핵실험은 한반도를 파국의 위기로 몰아넣을 한계선이라는 점에서 북한의 핵실험 준비설은 지극히 심각한 관심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사실의 신빙성 여부와 관계없이 핵실험 준비설 그 자체만으로도 한반도의 위기 상황을 예고하는 징조이기 때문이다.

미국 ABC방송이 지난 17일 제기한 북한의 지하 핵실험 준비 의혹은 북한의 핵 실험장으로 의심되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대량 하역된 케이블이 핵실험 모니터를 위한 장비용이 아니냐는 것으로 요약된다.

한국과 미국 관계자들은 문제의 케이블이 핵실험 준비를 위한 것으로 단정짓거나 핵실험이 임박했다고 미리 판단할 근거는 아니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마음놓을 일은 결코 아니다. 북한은 지난 해 2월 10일 핵보유를 공식 선언한 데 이어 4월부터는 관람대 설치와 터널 메우기 등 핵실험 준비로 의심할만한 움직임을 보여왔다. 주목되는 것은 북한의 발언이다.

북한의 심상치 않은 발언들

지난 6월 1일 북한은 외무성 담화에서 미국이 북한을 적대시하고 압박을 높여간다면 '부득불 초강경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7월 5일의 미사일 발사 하루 뒤에는 '더 강경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언했다. 7월 16일 북한 외무성 성명에서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전면 배격하면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하여 자위적 전쟁 억제력을 백방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무엇보다도 심상치 않은 것은 북한이 이 성명에서 "유엔은 물론 '그 누구도' 우리를 지켜 줄 수 없다"고 밝힌 대목이다. 북한이 6자회담을 통해 미국과의 평화조약 체결 및 관계 정상화 등으로 안전을 보장받으려는 기대를 포기한 뜻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의 안전을 지키는 방법은 국제적 안보 환경을 안전하게 만드는 것과 자체 방위력 증강 두 가지다. 북한이 앞의 방법을 포기할 경우 남는 것은 '이판사판' 방위력을 기르는 길 뿐이다. 북한이 가장 효과적인 방위 전략이라고 보는 핵무기 개발에 적극적으로 매달릴지 모른다고 걱정하게 되는 이유다. 북한 핵문제가 파국의 한계선까지 악화될 위험한 상황이다.

어쩌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고 말았는가. 문제의 본질은 미국과 북한의 뿌리깊은 불신이다. 미국은 북한을 도저히 믿을 수 없으니 북한이 먼저 미국 요구를 완전하게 들어주어야 북한의 요구사항들을 놓고 협상하겠다는 입장이다. 외교적 해결이라고 하지만, 무력수단을 동원하지 않을 뿐 사실상 강요다.

그래서 미국이 북한 핵문제를 진정으로 해결할 뜻이 있느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궁극적으로는 중국 봉쇄를 노린 미국이 일본과의 군사동맹 강화와 일본 군사대국화를 위해 북한 문제를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을 국제사회의 정상적인 국가로 유도하겠다는 평화적 관리 대상이 아니라 미국의 패권전략을 위한 적대적 관리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주장이다.

▲ 미국 ABC방송은 지난 17일 북한의 지하 핵실험 준비 의혹을 제기했다. MBC 보도 화면 캡쳐.

한반도를 적대적 관리 대상으로 두려는 미국

미국이 한반도를 적대적 관리 대상으로 묶어두려는 속셈은 남북간 화해와 협력사업에 대한 끊임없는 트집과 견제에서 잘 드러난다. 개성공단 사업이 북한군 6개 여단 철수를 이끌어낼 만큼 남북간 긴장 완화와 한반도 평화 안정에 크게 기여하고 있음에도 미국은 이를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과정에서 개성공단 제품을 한국 상품으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완강하게 고집하는 것도 그러한 속셈 때문이다.

북한도 미국에 대한 불신이 너무나 커 미국 요구대로 먼저 핵포기를 하면 사실상 '항복과 죽음'을 뜻하는 것으로 여기는 듯하다. 북한은 미국의 북한에 대한 안전 보장과 핵 폐기에 대한 대가가 우선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에서 한치도 물러서려고 하지 않는다.

북한을 굴복시키려는 미국과 자위적 억제력과 물리적 행동조처로 맞서는 북한의 상호 불신의 갈등이 이제는 북한 '핵실험 준비설'의 막판 상황에 이르렀다. 문제는 북한의 핵실험 카드가 북한의 뜻대로 효과를 거두기는커녕 더 이상 통제하기 어려운 한반도 위기의 폭발로 이어질 위험성이다.

가장 우려해야 할 것은 한반도 문제의 국제화로 나타난 결과가 한민족에게는 엄청난 불행과 수난, 고통이었다는 과거 역사의 교훈이다. 미국과 일본이 필리핀과 조선을 각각 지배하기로 한 태프트-가쓰라 밀약, 만주와 한국을 러시아와 일본이 나누어 차지한다는 '만한교환론' 등 강대국끼리의 흥정과 폭력적 조정 결과가 한반도의 일제 지배였다.

미국과 소련의 얄타 회담에서 한반도 분단의 비극이 시작됐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세력의 폭력적 조정과정에서 한반도 전쟁이 터졌다. 휴전체제에서 세력 균형의 주체로 미국과 중국이 등장한 1954년 제네바 회담에서 한반도의 2차적인 분단이 고착되고 말았다.

충격적인 미-중의 '한반도 밀약'

문제는 한반도를 대상으로 한 강대국들의 밀실 흥정이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충격적인 것은 지난 1971년 미국과 중국이 다른 강대국들을 제쳐놓고 한반도의 전략적 이익을 자기들끼리 나누어 갖자고 밀약한 사실이다.

미국과 중국이 2005년부터 한반도의 정치적, 경제적 미래를 모색하기 위해 전략적 대화를 시작했다는 사실은 무엇을 뜻하는가. 우리로서는 예의주시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북한 핵문제의 본질적 위기는 생존의 당사자인 한민족의 주도적 해결 원칙과 의지의 상실이다. 강대국들에게 자신의 운명을 맡겨놓을 일이 결코 아니다. 미국과 중국의 세력균형 구도에 얽매어 있는 한, 한민족을 위한 평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남북한은 민족의 생존 위기에서 벗어날 한반도 평화구상과 전략을 스스로 세워야 한다. 지난 해 9월 제4차 6자회담 공동성명에서도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를 위한 평화회담으로 '한반도 평화포럼'을 열 수 있도록 하지 않았던가. 남북한은 더 늦기 전에 한반도 평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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