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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항상 기도해주시는 엄마
항상 기도해주시는 엄마 ⓒ 구은희
"아무 일 없지?"
"그럼요. 잘 지내고 있어요. 엄마 아빠는 어떠세요?"
"여기도 별 일 없지 뭐.”

이렇게 시작되는 전화통화를 시작한 지 벌써 십 년이 넘었다. 그동안 혼자에서 둘이 되었고, 배우던 입장에서 가르치는 입장이 되었다. 많이 변했지만 아직까지도 변하지 않은 것은 '엄마 아빠'라는 호칭이다.

분명히 '엄마 아빠'라는 호칭은 유아적 표현이지만, 그래도 '내 친정 부모님'께만 쓸 수 있는 사랑과 정이 넘치는 단어이기에 서른이 훌쩍 넘고 한 남자의 아내가 된 후에도 이 호칭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가장 존경하는 아빠-언제나 밝은 모습 잃지 마시길..
가장 존경하는 아빠-언제나 밝은 모습 잃지 마시길.. ⓒ 구은희
'어머니 아버지'라고 하면 어딘가 낯선 느낌이 들고 엄하신 분들이 떠올라 아직도 '엄마 아빠'를 고수하고 있다. 전화 수화기로 전해지는 엄마의 기도가 있었기에 힘든 유학생활도 극복할 수 있었고 항상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상담자가 되어주신 아빠의 자상한 가르침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다.

한창 공부해야 할 고등학교 3학년 때 복막염 수술을 하고 누워있던 딸을 위해 문제집의 문제를 직접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해서 들려주셨던 엄마의 사랑을 생각하면 지금도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수술한 후라서 책을 보아서는 안 된다는 의사 선생님 말씀에 울고 있는 딸자식이 가여워 그 많은 문제를 손수 녹음해서 듣게 해, 석 달을 학교에 나가지 못하고서도 학력고사에서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게 해 주신 엄마의 정성을 과연 나도 나중에 자녀들에게 베풀 수 있을 지 의문이다.

내게는 길을 잃고 헤매려는 순간 항상 나침반 역할을 해주시는 아빠가 계시다. 무언가 중요한 일을 결정하려 할 때, 항상 두 선택의 장단점을 객관적으로 설명해 주시고 그중 하나를 선택하였으면 다른 하나는 절대로 생각하지 말라는 말씀도 해주셔서 후회 없는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내 삶을 인도해 주신 분이다.

나도 자녀들에게, 또 나아가서 제자들에게 그런 부모 혹은 선생이 되고 싶다. 그들을 대신해서 내가 결정해 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모든 가능성을 잘 파악하고 자신이 스스로 결정하게 도와주며 결정한 길을 최선을 다해 걸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인도자가 되고 싶다.

시집간 딸
시집 <그리운 사랑의 변주>에서

떠난 딸이
중년부인 되었어도
부모 못 버림은
정녕 천륜과 인륜이 내린
피와 정의 줄기가 내림이다
박사학위에 교수가 되었어도
항상 모르는 것 물어보고
저도 돈 잘 벌고 아쉬운 것 없어도
항상 달라고만 하는 것은
가진 것 없어도 든든하게 믿어워지는
저의 아비가 됨이라
고작 안다는 것은 먼저 살아온
세상 물정 뿐인데도
최고란 말은
격세지감 세대차이를
모두 이해하고 하는 말이리라
구씨 가문 떠나서 위씨 가문 호적 올렸는데
세월 가도 지워지지 않는 정을
스스로 잊혀질까 뒤돌아만 보며
가여운 생각뿐 친정이란 곳
저도 어미 되어 딸 시집 가면
마음이 더욱이도 사무치리라 / 구자덕
작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아빠가 쓰신 '시집간 딸'이라는 시를 읽으며 감격에 복받쳐 운 적이 있다. '제 것도 많이 있으면서 더 달라고 하고 박사가 되고 교수가 되어서도 항상 물어보고 도와달라고 한다'는 내용으로, 항상 도움을 요청하는 철부지 딸을 그리워하며 쓰신 시였다.

시집가서도 어려움이 생길 적마다 도움을 요청하고 힘들 때는 언제든지 전화해서 하소연하는 대책 없는 딸이지만, 그래도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당신들의 딸이기에 싫은 내색 한번 하지 않으시고 끊임없이 다독거리며 격려하는 것을 잊지 않으신다.

시집가면 남의 사람 되는 것이라 해서 시집간 딸에게는 '출가외인(出嫁外人)'이라는 말을 썼지만, 실제로는 그것은 사실이 아닌 것 같다. 시집가고 나서야 비로소 친정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리게 되고, 애틋하고 그리운 마음이 날로 생겨나서 진정으로 부모님을 걱정할 줄 아는 효녀가 될 수 있는 것 같다.

아직까지도 계속 받기만 하는 못난 딸이지만, 언젠가는 부모님께 드릴 수 있고 힘이 되어드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그리운 마음을 엄마 아빠께 전하고 싶다.

"엄마 아빠, 사랑합니다!"

아빠의 두 번째 시집 <그리운 사랑의 변주>에 실린 시 '시집간 딸'
아빠의 두 번째 시집 <그리운 사랑의 변주>에 실린 시 '시집간 딸' ⓒ 구은희

덧붙이는 글 | 1.코리아나뉴스에도 실렸습니다. 
2.구은희 기자는 미국 실리콘밸리 지역 어드로이트 칼리지 학장이자 교수, 시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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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한국어 및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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