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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의 피라미드인 쿠퍼왕의 피라미드 앞에서
최대의 피라미드인 쿠퍼왕의 피라미드 앞에서 ⓒ 정판수

여행하며 얻는 가장 큰 기쁨은 아름다운 광경을 보거나, 거대한 유물을 대하거나, 혹은 맛있는 음식을 먹는 데서 찾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데서 그 기쁨을 찾는다.

이번 이집트, 터키, 그리스 3개국을 여행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났다. 그저 눈짓만 주고받거나 한두 마디 인사로만 지나친 외국인들도 있었고, 배낭여행이나 가족여행을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만났다. 허지만 수많은 만남 중에서 오직 지금 기억나는 이는 단 한 사람 뿐이다. 그는 이집트 현지 한국인 가이드였다.

최대의 신전인 카르락 신전의 수많은 돌기둥 중 일부
최대의 신전인 카르락 신전의 수많은 돌기둥 중 일부 ⓒ 정판수

나는 지금도 그의 이름과 직업만 알 뿐 결혼을 했는지, 자식은 몇인지, 또 왜 머나먼 이국땅에 와 가이드 생활을 해야 됐는지 모른다. 그리고 과거에 한국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에 대한 인상만은 너무나 뚜렷이 남아 있다.

그의 외모는 평범했다. 보는 이에 따라 날카롭다는 이도 있었지만. 그리 크지도 않고 그리 듬직한 몸매도 아니었다. 미남이라 할 수 있는 얼굴도 아니었고, 목청도 대체로 낮아 외모로만 평점을 매긴다면 가이드로선 그리 좋은 점수를 받을 것 같지 않다.

식사하기 위해 들른 식당 입구에서 만난 빵 굽는 여인
식사하기 위해 들른 식당 입구에서 만난 빵 굽는 여인 ⓒ 정판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잊지 못하는 건 이집트 문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상당히 예습해 갔는데도 그의 지식에 비하면 태양 앞의 촛불일 뿐이었다)과, 나아가 자기가 현재 살고 있는 이집트에 대한 사랑과,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이었다.

뜨거운 태양과 열사(熱沙)의 땅에서 유적지를 찾아가는 일은 연수가 아니라 거의 극기 훈련 수준이었지만 그 힘든 여정을 통해 얻은 게 많았던 건 순전히 그의 덕이었다. 몸 상태가 좋지 못하여 중간에 포기할 뻔했지만 끝까지 할 수 있었던 것도 다 그의 덕이었다.

왼쪽은 이집트의 상징인 코브라 형상의 가로등, 오른쪽은 현지인이 적어준 아라비아숫자의 원형인 이집트숫자
왼쪽은 이집트의 상징인 코브라 형상의 가로등, 오른쪽은 현지인이 적어준 아라비아숫자의 원형인 이집트숫자 ⓒ 정판수

연일 섭씨 45도(실제 체감온도는 50도가 넘음)가 넘는 상황 속에서 지쳐갈 때 한 마디 한 마디 던지는 그의 유머는 마치 사막 속의 오아시스 같았다. 예를 들면 그늘에 잠시 쉬다가 유적을 보려 가려면 뜨거운 태양빛을 만난다는 두려움(?)에 선뜻 발걸음 옮기기 난감해 할 때,

“자 이집트에선 그늘에 너무 오래 있으면 곰팡이가 핍니다” 하며 이끌었다. 그 말에 다들 엉덩이를 들었고.

이집트의 땅에 수직으로 내려꽂히는 태양빛이 저주의 빛이 아니라 창조의 빛임을 그가 가르쳐주었다. 또한 고대 왕조시대 태양신앙의 상징으로 세워진 기념비인 오벨리스크가 서양 각국에 약탈 당하여 그 나라에 전시돼 있음을 이야기할 때 마치 자신의 나라(대한민국) 유물을 다른 나라에 강탈당한 듯 흥분해했다.

오벨리스크-현재는 터키에 있으나 원래는 이집트의 것이었음
오벨리스크-현재는 터키에 있으나 원래는 이집트의 것이었음 ⓒ 정판수

닷새 동안의 여정에서 들른 기념품가게는 고작 한 군데였다. 그곳도 이집트를 이해하기 위해선 이집트의 향을 알아야 한다면서. 워낙 많은 기념품가게만 찾는 다른 가이드에 싫증난 터라 신기하여(?) 물어보았다. ‘왜 당신은 기념품가게로 가지 않느냐고?’

대답은 아주 단순했다. “이집트에 대해 이야기할 시간만 해도 부족합니다. 단 1분이라도 더 이집트에 대해 알게 해주고 싶습니다”라고.

나로 하여금 이집트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줬고, 다시 이집트 여행을 할 계획을 세우게끔 해준 이가 바로 이집트 현지 한국인 가이드 장종원이었다.

나일강 삼각주를 배 타고 내려오다 발견한 바위에 새긴 글자
나일강 삼각주를 배 타고 내려오다 발견한 바위에 새긴 글자 ⓒ 정판수

기사에 쓸 말을 덧붙이기 위해 우리 일행 한 사람에게 그에 대하여 평해 달라는 나의 요청에 그녀(김수미)는 이렇게 말해주었다.

“저는 장종원 그가 바로 이집트 자신이라고 여겨져요. 그 열정과 그 사랑으로 보아서요”라고.

덧붙이는 글 | @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그의 이집트 회사 전화와 전자우편 주소를 얻었다.

 회사전화 : (이집트) 012-734-9332
 E-mail : Cairoch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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