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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와요 순애씨>
<돌아와요 순애씨> ⓒ sbs
두 작품은 각각 '웃음'과 '눈물'이라는 상이한 소재를 주무기로 내세운다. <돌순씨>가 20대 아가씨 초은(박진희)과 40대 주부 순애(심혜진)의 육체가 뒤바뀐다는 황당한 설정을 바탕으로 전개되는 코미디물이라면, <최장수>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남자 최장수(유오성)가 얼마 남지 않은 생을 앞두고 가족의 사랑을 다시 깨닫게 된다는 줄거리의 전형적인 신파극이다.

이 작품들은 미니시리즈면서도 젊은 세대보다는 중장년층의 취향에 걸맞은 드라마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종래 평일 심야시간대에 방송되는 작품들은 대개 10~20대 취향의 화려하고 감각적인 트렌디드라마가 주류를 이루었다.

그러나 지난 2~3년 동안 소수의 몇몇 작품을 빼놓으면, 트렌디드라마들이 대체로 저조한 성적표를 거두었고, <장밋빛 인생> <두번째 프로포즈> <불량주부>처럼 오히려 서민적이고 중장년층 취향에 어필할 수 있는 드라마들이 더 높은 인기를 거두는 현상이 흔해졌다.

신세대 감각을 따라가지 못하는 트렌디드라마보다는 가족 사랑의 의미, 공동체 정신, 휴머니즘 같은 보편적인 정서와 공감대를 내포한 작품들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

이웃사람들의 모습, 강한 공감대 형성하게 해

<돌순씨>의 주인공 순애와 <최장수>의 주인공 장수는 촌스러운 이름만큼이나 대한민국의 전형적인 아줌마·아저씨의 모습이다. 평범한 주부로서 혹은 가장으로서, 그들은 오로지 가족을 위해 억척스럽게 일을 하고 모든 고생마저 감수하지만 정작 밖에서는 노동에 치이고 안에서는 가족들에게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다.

믿었던 남편에게 배신당하고 나이 어린 아가씨에게 조롱당하던 아줌마는 어느 날 갑자기 뒤바뀐 육체를 통해 20대의 젊음을 부여받으며 좌충우돌 모험을 겪는다(돌순씨). 또 무기력하고 무능한 가장은 어느 날 갑자기 알츠하이머병이라는 '청천벽력'같은 진단을 선고받지만, 한정된 시간 속에서 오히려 가족의 소중함과 잃어버리고 살았던 인생의 의미에 대해 눈을 뜬다(최장수).

그들은 멀리 떨어져있는 동화 속의 존재가 아니라, 우리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이웃 같은 사람들이기에 강한 공감대를 형성하게 만든다. 그들에게는 고전적인 영웅담이나 낭만적인 동화에서처럼 큰 비전과 욕심이 없다. 그저 오늘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을 누리며 살고 싶은 전형적인 소시민일 뿐이다. 드라마는 이렇다할 기교나 화려한 겉포장이 없이, 평범한 소시민 아저씨·아줌마들의 진실 된 매력을 예찬하는 것으로 극을 이끌어나간다.

박진희와 유오성의 '재발견'

<투명인간 최장수>
<투명인간 최장수> ⓒ kbs
이 작품들의 원동력에선 역시 주연을 맡고 있는 두 배우, 박진희와 유오성의 뛰어난 연기를 빼놓을 수 없다. 영화 <별>에서 나란히 출연하기도 했던 두 배우는 이제 같은 시간대에 경쟁하는 입장이 되어서 각자 기존의 이미지를 뒤집는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다.

아역시절부터 다수의 영화와 드라마를 통하여 꾸준한 연기활동을 보여줬지만 그동안 주연배우로서의 확실한 이미지나 대표작을 남기지 못했던 박진희는 <돌순씨>에서 육체가 바뀐 초은과 순애의 1인 2역을 넘나들며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준다.

특히 초은의 몸으로 들어간 순애의 영혼을 연기하며 보여주는 지극히 '아줌마스러운' 속사포 수다와 막춤, 몸싸움 등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연기는, 콤비를 이루는 박미선·안문숙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유쾌한 웃음을 선사한다.

배우로서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했지만, 강한 인상 때문에 여전히 <친구> <비트>에서의 강하고 마초적인 캐릭터가 먼저 떠오르던 유오성은 <최장수>에서 약간은 허름하고 빈틈도 많지만 누구보다 인간적이고 따뜻한 속내를 지닌 남자를 연기하며 가슴 찡한 부성애를 보여준다. 지난 9일 방영분에서 아이들과 놀이동산에 간 장수가 갑작스럽게 찾아온 치매증세로 아이들을 잃고 방황하며 지었던 절절한 눈물 연기는 단연 백미였다.

나란히 방영 종반을 앞둔 두 작품의 결말이 어떻게 될 것인지, 시청자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후반부에 접어들며 약간은 과장된 코미디로 드라마의 리듬이 늘어진다는 평을 받고 있는 <돌순씨>와, 뚜렷한 신파성으로 인해 <장밋빛 인생>의 남편 버전이 아니냐는 비판도 적지 않은 <최장수>가 초심을 잃지 않고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결말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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