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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다닐 때, 가장 싫어했던 방학숙제 가운데 하나가 독후감이었습니다. 쓸 말도 없었고, 쓰고 싶은 말도 없었던 독후감. 그래서 책 뒤에 있는 모범 독서감상문을 베껴 내곤 했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빤한 일을 했던 것 같습니다. 어릴 때는 독후감 열등생이었던 저였지만 아이들을 키우면서 책과 독후감에 대하여 생각이 점점 깊어지더군요. 제가 비록 제 아이의 독후감을 잘 지도한다고 자신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조금이나 제 생각을 여기에 적어 보려고 합니다.

첫째, 아이들에게 독후감을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저도 학교 숙제로 쓰는 강요된 독후감은 싫어했어요. 쓴다는 일 자체가 고역이었지요. 아이들에게 고압적 태도로 독후감을 강요하게 되면 나중엔 글 쓰는 일 자체를 두려워하거나 싫어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거든요. 그러단 독서마저도 싫어하게 될 수도 있고요.

둘째, 아이에게 글을 길게 쓰라고 하면 안 됩니다. 요즘 아이들이 영리한 것 같지만,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 중 사고를 길게 이끌어 갈 수 있는 아이는 많지 않습니다. 그러니 조급하게 생각하는 마음을 접고, 아이가 스스로 쓰는 짧은 한 줄을 글이라도 칭찬하시고, 꾸준히 쓸 수 있게 격려해 주셔야 글쓰기에 흥미를 갖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셋째, 짧은 한 줄의 글이라도 주어, 서술어, 목적어(보어)를 갖추어서 쓸 수 있게 해 주셔야 합니다. 글은 아이의 사고를 드러내주고 형성시켜 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므로 만약 '이 책에서 제일 마음에 든 말이 뭐니'라고 아이에게 질문했을 때 아이가 "영감"이라고 말했다고 했더라도 "나는 영감이라는 말이 마음에 들었다"라고 글의 형식을 제대로 갖추어 쓰게 해야 체계적으로 사고하는 힘이 길러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경험상 인내심을 가지고 도와주시면 아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제 스스로 완전한 문장을 쓰게 되더군요.

넷째, 글의 주제를 찾는 것을 독서나 독서 감상문의 목표로 삼지 않았으면 합니다. 물론 글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주제입니다. 그러나 어린 아이들의 독서 목적은 주제를 찾는 것이 아니라, 독서에 흥미를 붙이게 하는 것입니다.

또 아이들은 사고가 열려 있습니다. 제 아이의 경우, 책을 읽을 때마다 자신의 상태에 따라 느끼는 점이 다릅니다. 그러므로 어머니들이 아이들 사고의 다양성을 칭찬해주시고 동감을 표해 주시면 아이들은 독서에 흥미를 붙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섯째, 어머니가 아이에게 독서를 '지도'하려고 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아이가 읽을 책은 반드시 어머니께서도 함께 읽고, 아이와 함께 그 책의 단어 한 구절에, 등장인물의 모습이나 성격에, 같이 웃어주시고, 화내 주시고, 슬퍼해 주시면 아이들은 독서를 훨씬 좋아하고, 아울러 엄마도 훨씬 좋아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상은 아이들의 독서에 대한 초보엄마의 짧은 생각이었답니다.

덧붙이는 글 | 제 네이버 블로그에도 있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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