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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입구의 세계 가면 유형 분포판.
전시장 입구의 세계 가면 유형 분포판. ⓒ 곽교신
도화지에 크레파스로 눈, 코, 입을 그린 후 고무줄을 달아 만든 가면을 쓰고 친구나 식구들을 놀래주던 어릴 적 기억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도 가지고 있는 '본래 얼굴은 감추고 다른 얼굴을 보여주고 싶은 이중심리'를 동시에 만족시켜주는 것이 가면이다. 가면은 원시제례의식부터 현대의 오페라까지 두루 사용되는 중요한 소품이자 지역 문화형 상징물의 하나다.

감추고 싶은 것과 보여주고 싶은 것을 동시에 없애는 기능 때문에 가면은 모든 문화요소 중에 심리학적 분석 대상이 되는 중요한 자료이며, 어느 문화권이던 독특한 모양과 형태로 꾸준히 전승되어 지역 문화형의 갈래를 연구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하지만 이런 딱딱한 얘기는 관두고라도 무엇보다 재미가 있으니 관람이 즐겁다. 개막과 동시에 들이닥친 꼬마 손님들은 눈이 바쁘게 돌아가고, 유럽 남미 아시아의 대표적 민속 의상과 함께 모자와 가면이 준비된 코너에서는 서로 먼저 입고 써 보느라고 손마저 바쁘다.

전문지식이 없이 봐도 가면들에서 각 민족의 기질과 미감각이 그대로 읽혀진다. 왼쪽부터 프랑스, 이탈리아, 한국, 에콰도르의 가면들.
전문지식이 없이 봐도 가면들에서 각 민족의 기질과 미감각이 그대로 읽혀진다. 왼쪽부터 프랑스, 이탈리아, 한국, 에콰도르의 가면들. ⓒ 곽교신
전시된 많은 가면은 특별한 지식이 없이 보더라도 설명 패널을 읽기도 전에 어느 나라의 가면인지가 대충 짐작이 될 정도로 가면마다 민족성이 진하게 배어 있다.

프랑스의 미적 감각이 그대로 묻어있는 축제용 종이 가면, 자유분방함이 흘러넘치는 이탈리아 가면, 한눈에 우리 아낙의 모습인 동래야류의 제대각시탈은 각 민족의 대표 표정이라 해도 좋을 듯하다.

대학박물관과 사립박물관 공동전시의 신호탄

크로아티아의 축제용 종이가면.
크로아티아의 축제용 종이가면. ⓒ 곽교신
이번 전시를 주목하는 중요한 이유가 또 하나 있다. 수집에 유능한 사립박물관과 지적 인프라가 우수한 대학박물관이 공동 전시라는 형태의 새로운 박물관 전시유형을 개척했다는 점이 그것이다.

한국박물관협회(회장 김종규)와 한국대학박물관협회(회장 배기동)는 이구동성으로 "사립과 대학이 연합전을 열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박물관 문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생각한다"며 자축했다.

그동안 사립박물관과 대학박물관은 서로 편하게 바라보진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개인재산을 털며 수집에 열중한 사립박물관의 열정을 선뜻 인정하지 않던 곳이 대학박물관이고, 재단(또는 국가)의 재정 지원에 안주하며 안일한 운영을 하는 곳도 대학박물관들이라고 대학 측을 깎아내리던 사립박물관이 쉽게 동화하기는 힘들었다. 심지어 대학 측에서 사립박물관을 "구멍가게"로 격하하는 발언이 있기도 했다. 이런 마당에 열린 사립-대학박물관 공동 전시가 뜻이 깊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인도네시아의 무도용 가면.
인도네시아의 무도용 가면. ⓒ 곽교신
지구촌박물관이 전시물을 제공하고 한양대박물관이 전시 기획을 총괄한 이번 전시에 66개국 350점의 많은 가면이 용도, 지역, 민족, 시대별로 나눠져 간략하고 쉬운 설명과 함께 전시된다. 이는 공동 전시의 지적 역동성을 보여주는 한 예일 것이다.

사립박물관 소장품이 대학박물관에 와서 더욱 세련된 빛을 본 이번 전시에 대한 전시 첫날 관람객들의 호평은 앞으로 이런 전시가 많을 것을 예고하는 듯하다.

전시장을 둘러본 강찬석 문화유산연대회의 대표는 "사립박물관의 많은 귀한 소장품들이 대학박물관에 의해 연합전 형식으로 소개된다면 박물관을 찾는 즐거움이 더 클 것"이라며 유사한 전시가 이어지기를 관람객입장으로 기대한다는 뜻을 표했다.

사회 각 분야에서 계층 간 세대 간 대립이 심한 이즈음에 이 나라 문화의 한 축인 사립-대학 양 박물관에서 한 발씩 양보하며 조화와 균형을 이룬 점에 이번 전시의 의미가 커보인다. 전시의 동기도 흐뭇하고 전시물도 재미있으니, 이런 속사정을 알고 박물관을 찾는 관람객들은 덩달아 신이 날 것이다.

어린이들을 위해 전시장 한쪽에 마련한 '탈그리기'(2000원)와 '탈탁본'(1000원) 코너에 어린이보다 어른들이 더 열심인 것은 그 증거가 아닐까.

덧붙이는 글 | 한양대박물관은 지하철 2호선 한양대역 한양대학교쪽 출구에서 도보 1분 거리입니다.
관람 무료. 전시문의 (02) 2220-13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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