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이에서 익모초 맛이 나서 문제가 됐다. 천안 농민들은 오이 불량 씨앗 때문에 무려 12억원의 적자를 봤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오이에서 익모초 맛이 나서 문제가 됐다. 천안 농민들은 오이 불량 씨앗 때문에 무려 12억원의 적자를 봤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충남 천안시 오이 재배 농민들이 '불량 씨앗' 때문에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며 종자생산업체 앞에서 농성을 벌여 마찰을 빚고 있다. 천안농협 오이작목반 소속 41개 농가는 "종자 생산업체 N사가 올해 신상품으로 내놓은 씨앗으로 농사를 지었지만 쓴맛이 나는 오이가 열려 수십억원의 손해를 봤다"며 지난 16일부터 N사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N사는 "씨앗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맞서고 있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오이에서 익모초 맛이... 41가구 12억여원 손해"

문제가 되고 있는 오이 품종은 N사가 지난 2004년 개발한 뒤 시험을 거쳐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판한 '청그린낙합'. N사에 따르면 이 품종은 여름(7~8월) 기후에 맞게 개량된 것이다. 천안 농민들은 올해 N사로부터 이 품종 씨앗을 사 농사 지은 뒤 이번 달부터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 출하했다.

하지만 '맛이 쓰다'는 중간 도매상과 소비자들의 항의가 빗발치면서 지난 8일부터 출하가 중단됐다. 물기가 많고 담백한 맛의 일반적인 오이와 달리 천안농협이 출하한 상품은 뻑뻑하고 떫은 맛이 강했기 때문. 최창봉 오이작목반장은 "생산된 오이를 먹었을 때 쓴 익모초 맛이 났다"고 말했다.

출하 중지에 이어 반품 사례도 줄을 이었다. 천안농협으로부터 오이를 출하 받은 가락시장의 한 도매업체 관계자는 "대형 마트에 분배된 상품이 모두 반품되고 폐기 처분됐다"고 전했다.

농민들의 피해도 자연히 커졌다. 천안 농민들은 이번 사태로 10억여원이 넘는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창봉 반장은 "지난 3년간 8월에 출하된 오이 가격으로 계산해 봤을 때 41가구가 입은 피해는 약 12억7000여만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가락시장 도매업체 관계자도 "예년 같으면 보통 20kg 박스를 기준으로 하루 3000박스가 출하됐는데 올해는 500~600개밖에 되지 않는다"며 "농민들의 피해가 상당히 클 것"이라고 전했다. 또 천안농협이 생산하는 오이 브랜드 '하늘그린'의 이미지 실추 피해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농민들이 경기도 수원시 N사 본사 앞에서 집단 농성에 들어간 것도 금전적 손실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N사가 판매한 씨앗이 '쓴 오이'를 만들어냈다고 주장하며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N사 "타지역 농가 문제 없어... 고온 건조한 날씨 탓"

하지만 N사는 씨앗이 아니라 영농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이를 재배할 때는 충분한 통풍과 채광 등이 필요한 데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다보니 양분이 부족해졌다는 게 N사의 주장이다. 또 열대야 현상이 지속된 올해의 고온 건조한 날씨 영향도 크다는 것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2004년 품종을 개발해 충분한 시험재배를 거쳤고 천안 지역 몇몇 농가에서도 지난해 시험한 뒤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 "원주와 전주, 공주 등 농가에서도 이 씨앗으로 농사를 지었는데 아직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도 N사의 주장과 비슷한 견해를 내놨다. 채소류를 연구하는 원예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쓴 오이가 열리는 이유는 복합적"이라면서도 "보통 온도가 높고 건조하거나, 매우 다습한 환경이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천안 농민들은 농촌진흥청 등 관계기관에 조사를 의뢰하는 한편 N사 앞에서 농성도 계속할 예정이어서 당분간 마찰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