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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바쁜 도시생활 속에서도 시간을 내어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의 실내정원을 다녀왔다. 그 곳 정원의 대나무밭을 보기 위해서였다. 유리 돔 속에 하늘을 찌를 듯 곧게 뻗은 대나무의 기상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고향집에 와 있는 듯, 향수를 달래기엔 안성맞춤이었다.

지상에 있는 100여평의 실내정원에 들어서자 아늑한 분위기가 나그네를 아우렀다. 커피 한잔을 뽑아서 구석에 자리를 잡아 한숨을 돌리니, 유리 돔 밖 하늘가엔 아련히 구름 몇 점이 한가롭게 걸려 있다.

얼마가 지났을까? 동공의 블랙홀에 빨려든 나는 어느덧 고향집 툇마루에 누워서 흐르는 구름밭을 거닐고 있었다. 하얀 초생달 사이를 지나 다시 새털구름을 빠져나간다. 양털구름, 비늘구름… 시시로 변해가는 구름모양을 따라 잡다가 아스라이 내가 천상에 올라와 있음을 느껴본다. 사차원의 시공세계를 넘나들고 있었던 것이다.

천상의 세계도 지상의 세계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고 느낀 나는 이 마을 저 마을 몇 개의 초가마을을 지나서 어느 대궐앞, 옥황상제의 궁궐일 것으로 짐작이 가는 담모퉁이에서 두 천사를 만났다.

"천사님 안녕하세요?"

들릴락 말락 목구멍인사를 건내 본다. 천사들은 정신이 없다. 인사를 받는지 마는지 바삐 뛰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음을 직감하고, 나는 가림막 뒤로 몸을 날려 숨은 채로 예후를 살펴 보았다.

천사들은 하느님의 길 차비를 하고 있었는데, 채비를 마친 구름천사와 지혜천사를 대동하신 하느님은 평소 걱정이시던 다른 네마리 양을 잠시 떠올리신다.

맏이인 열띤선사는 우유부단하며 둘째, 한난선사는 집착에 강했고 셋째, 민노선사는 알아보게 허약체질이며 넷째, 민탄선사는 쇄진한 것이 티라면 티였다.

어느 손가락인들 깨물어 안아픈 손가락 있으실까? 하느님은 성전에 다다르시자 한참 기도에 빠져있는 네 양을 차례대로 불러 세우신다.

"스테파노야! 네 목소리는 천상의 목소리다! 더욱이 그 허스키보이스는 내 심금을 녹아내리게 하더구나! 그런데 찬양 중에 두 손을 깍지끼고 내게 주먹총을 쏘는 이유는 무엇인고?"

다소 엄중한 경고성 질문이다(성가대의 맏이인 스테파노는 내심 올 것이 왔나보다고 생각한다).

미사 중 기도자세가 하느님 눈에 거슬렸던 것이다.

스테파노는 예상했던대로 사유서를 준비했는데, 이러했다. 처음 시작기도 때는 두손을 펴서 합장하고 겸허히 기도 드리다가도 장조음계의 고음을 발성하게 되면 숨이 차와 자신도 모르게 합장한 두 손은 깍지낀 주먹손으로 변해버린다는 것이다.

다음은 바오로 차례이다.

"너는 왜? 주먹총을 쏘는고?"

바오로의 속사정은 좀 달랐다. "저는 주님께 구원을 간절히 구하고져 처음엔 합장한 손이옵고, 그 다음 손가락 방향을 제쪽 으로 구부리어 깍지끼게 되는 것은 하느님께서 내려 주시는 구원을 온전히 제게로 인도하는 방향타이옵니다."

"너는?" 셋째 차례다.

셋째의 해명은 저체력증으로 매사에 한계를 느껴옴을 호소했다. 그 또한 그럴싸한 변명이라고 다음차례의 유다는 내심 끄덕이며, 자신의 기도자세야말로 흠 잡을 데가 없으리라고 자신하고 두 어깨에 으쓱 힘을 주어 본다.

"허허" (유다가 '그러면 그렇지' 생각하는 찰나)

"유다야! 너의 손바닥안엔 무엇인고?"

'뜻밖의 질문이 아닌가?' 당황한 유다의 등솔기에선 한 줄기 식은땀이 전광석화처럼 흘러 내린다. 직전까지 입안에 넣고 단물을 빨던 알사탕을 엉겁결에 합장 안에 감추었던 것을 지적하시는 것이었다.

'역시 하느님은 모든 선악을 샅샅이 들여다 보시는구나!' 설마 했던 유다는 마음속 깊이 뉘우치고 자신도 모르게 우러러 하느님께 이실직고 한다.

"탄핵사탕 한개 뿐이옵니다"

유다는 합장 안에 숨긴 반쯤 녹은 알사탕 한 개를 주접스럽게 손바닥 위에 떠받쳐 올려놓는다. 먹다 만, 알사탕 표면에선 아직 끈끈한 윤기가 흐르고 있다.

"탄핵사탕이라?"
"……"

하느님은 지긋이 감았던 눈을 떠서 네 양을 내려다 보신다. 하나같이 순박한 네 마리 양은 각자 진실성을 보이기라도 함인지 경건한 자세이다. 저렇게 착한 것들이 돌아서면 딴 생각에 쌈박질이니! 안타까울 뿐, 필연적으로 닥쳐올 목전의 파멸을 보면서도 허튼 짓거리뿐이니 가관인 것이다.

이윽고 하느님은 지상세계에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느끼셨음인지 보속을 내리신다.

"지구촌 동경 124.11.39도 북위33.06.43도에 위치한 대한민국에 국적을 둔 너희 네 선사에게 다음 보속을 내리노라."

벽력같은 호령에 네 양은 경건히 보속을 기다리며 제각각 마음을 다잡는다.

"내가 귀착할 때까지 너희가 타고있는 배를 말끔히 수리해 놓을 것이니라."

단호히 말씀을 마치신 하느님은 다시 길 잃은 양을 찾아 하염없이 길을 떠나신다. 구름천사와 지혜천사와 같이.

네 양은 자신들의 과오를 아는지 모르는지, 다시 도끼눈이 되어 기 세울 궁리에 여념이 없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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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외국어번역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여러계층으로부터 많은 정보를 접하기도 하여 만평을 적어보고자 회원에 가입했고 그간 몇 꼭지의 기사를 올린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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