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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부터 이틀간 명달리생태학교(경기도 양평)에서 열린 '성북 어린이 평화·인권·생태 학교'에 참여한 아이들이 교육 프로그램 중 일부인 황톳물들이기를 배우고 있다.
16일부터 이틀간 명달리생태학교(경기도 양평)에서 열린 '성북 어린이 평화·인권·생태 학교'에 참여한 아이들이 교육 프로그램 중 일부인 황톳물들이기를 배우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민정
"선생님, 방아개비요."
"개개비라니깐!"


선생님의 설명도 소용없었다. 이민영(가명·10)은 손에 든 곤충을 방아깨비라고 우겼다.

교사의 통제를 벗어난 아이는 민영이뿐이 아니다. 옷을 입은 채 계곡에서 수영을 하다 돌아온 김민성(가명·11)은 "갈아입을 속옷 없는데요"라며 소나기를 맞고 서 있었다.

가뜩이나 '통제 불능'인 21명의 아이들은 명달리 생태학교(경기도 양평 소재)에서 활동 반경을 더 넓혔다. 학교 건물 뒤로는 계곡이 있어 아이들은 염색 등 수업을 듣다가도 "물에 가서 놀아도 되나요"라고 물었다. 아이들 사이에서 "우리 이렇게 공부 안 해도 되느냐"는 물음이 나올 정도다.

동행한 활동가 김보영(공부방 '꿈터')씨는 "그래도 오늘은 조용한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교를 마치고 공부방에 오면 더 통제 불능"이라며 "학교에서 주눅이 들어 말을 별로 하지 않다가 공부방에 오면 활발해지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라고 털어놓았다.

평화·인권·생태... 현장으로 나간 전교조

16일부터 열린 '성북 어린이 평화·인권·생태 학교'.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여름캠프. 전교조 서울지부(초중등부 성북지회) 교사들과 평등교육실현성북연대(이하 평실연)가 공동 주최했다. 21명의 아이들 중 15명은 공부방 '꿈터' '다솔' '월곡' 등 성북구 공부방 3곳에 참여하고 있다.

전교조는 저소득층 아이들이 교육 현장에서 소외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역 공부방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전교조 서울지부는 지난 학기 (사)전국지역아동센터공부방협의회 서울지부'와 협약식을 갖고, 2학기부터 서울에 위치한 100여개 공부방에 소속 교사들이 봉사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실제로 이번 여름학교에 동행한 김한민(혜화초 교사)씨 등 전교조 교사 2명은 이미 2~3차례 공부방 자원봉사를 다녀왔다. 친북·반미 등 현실과 동떨어진 교육을 실시한다는 비판과는 거리가 있는 모습이다.

그는 전교조가 애초 주장했던 참교육을 실천하기 위해서 현장으로 나올 것을 주문했다.

"전교조 교사들이 먼저 몸을 낮추고 사회적 약자들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정규 교육과정이 아니더라도 여름학교 같은 통로를 통해 평화·인권·생태·노동·여성 등의 참교육 실천강령을 실현해야 한다."

전교조 서울지부 성북지회 교사들은 내년부터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인권 교육을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재정문제가 걱정이다. '성북 어린이 평화·인권·생태 학교'도 총예산 가운데 100만원이 넘는 돈을 전교조 조합비와 후원금을 통해 마련했다.

서울지부 강동지회의 경우 16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열린 '여름숲속학교'를 위해 지난 6월 교사들이 주축이 돼 일일주점을 열었다. 덕분에 저소득층 아이들 50여명은 참가비 없이 여름학교에 참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살림이 넉넉치 않아 한동안 여름학교를 닫았다가 5년만에 재개한 사업이다.

17일 저녁 '성북 어린이 평화·인권·생태 학교'에 참여한 아이들이 모닥불을 피우고 있다.
17일 저녁 '성북 어린이 평화·인권·생태 학교'에 참여한 아이들이 모닥불을 피우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민정
장애인 교육권 위해 싸운 교사들

'성북 어린이 평화·인권·생태 학교'를 전교조 교사들과 함께 준비한 평실련 활동가 김보영씨는 지역활동에서 전교조 교사들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평실연은 자립형사립학교에 반대하는 지역 교육 관계자들이 만든 단체. 여름학교뿐만 아니라 포럼, 바자회 등 지역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곳에서 전교조 교사들은 지역 교육 활동과 사업을 짜는 '브레인' 역할을 하고 있다.

전교조 소속 교사들의 참교육 실현은 여름학교와 같은 지역 교육사업뿐만 아니라 약자와의 연대를 통해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충남장애인교육권연대는 천막농성 6일만에 ▲특수교육 예산확보 ▲특수교육 보조원 배치 ▲통학비 지급 등을 충남교육청과 합의했다. 박성희 충남장애인교육권연대 집행위원장은 "충남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던 일"이라고 평가했다.

박 위원장은 "학부모들은 전문가가 아닌 탓에 협상 능력도 떨어지고, 감정적으로 호소했다"며 "반면 전교조 교사들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교육 과정에 필요한 요소, 명확한 데이터와 법적 근거 등을 명확히 제시해 합의가 수월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교육청과의 협상 당시 5명으로 구성된 협상단 중 학부모 3명을 제외하고 2명은 전교조 소속 교사였다.

박성희 위원장은 "전교조 교사들과 함께 현장 학부모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지금처럼 전교조가 약자들의 문제를 함께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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