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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용택 전 국방부장관. 천 전 장관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해진 시간표에 의해 작통권을 주고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천용택 전 국방부장관. 천 전 장관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해진 시간표에 의해 작통권을 주고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 오마이뉴스 김당

"미군이 오긴 옵니다. 그러나 미국이 천사입니까?"

천용택 전 국방장관은 누구?
91~92년 평시 작전통제권 환수 교섭대표

전남 완도 출신으로 육사(16기) 졸업 후 이른바 한국군 전력증강사업(율곡계획)을 담당하는 합참 군사력건설과장(율곡과장)과 한국군에서는 처음으로 워게임과 체계분석기업을 결합해 군사력 소요분석 업무를 수행한 육군본부 초대 체계분석처장을 거쳐 12사단장, 육본 초대 민사심리전 참모부장, 2군단장, 합참 초대 전략기획본부장 등을 지냈다.

중장으로 예편 후 김영삼 정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근위원 겸 비상기획위원회 위원장을 지냈으며 15대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해 김대중 정부 초대 국방장관과 국가정보원장을 거쳐 열린우리당 안보특별위원장 등을 역임한 한국군의 대표적인 전략통이다.

그는 곧 <나의 삶, 나의 희망>이라는 제목으로 군생활 30여년을 정리한 자서전 출간을 앞두고 있는데 여기에는 초대 합참전략기획본부장 시절(91~92년)에 한국군의 평시 작전통제권 환수 교섭책임자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전시 작통권 조기환수 주장에 대한 견해가 상세히 담겨 있다.
천용택 전 국방장관은 "전시 작전권을 한국군이 가져와도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면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미군 증원군이 오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뜸 이렇게 반문했다.

천 장관은 이어 "미 증원군은 자국의 국가이익이 보장받는다고 판단했을 때 온다"고 전제하고 "미군이 전시 작통권을 갖고 있으면 선택의 여지가 없지만 미국이 작통권을 갖지 않은 가운데 '미국이 싫다는 나라에 왜 우리 자식들을 보내 피를 흘리느냐'고 반대하는 여론이 팽배하면 전쟁이 나도 미군 증원군은 쉽게 못 온다"고 강조했다.

한 마디로 말해 한·미 양국이 연합방위체제 속에서 전시 작전통제권(이하 '작통권' 혹은 '전작권'으로 줄임)을 '공유'(공동행사)하고 있을 때는 전쟁 발발시 미 증원군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자동개입'으로 이어지지만, 현재의 연합방위체제가 한국군이 주도하고 미군이 지원하는 체제로 바뀌고 한국군이 작통권을 '단독행사' 하는 때는 미 증원군의 개입은 조야의 '여론'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미군이 작통권 공유하면 '자동개입', 작통권 없으면 '선택 사항'"

한국군의 대표적인 전략기획통으로 꼽히는 천용택 전 국방장관은 작통권 문제에 대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해진 시간표에 의해 작통권을 주고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주권 논리가 아닌 안보 상황논리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해 빠르면 2009년, 늦어도 2012년 안에 전시 작전통제권을 환수(공동행사)하려는 정부 방침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천 전 장관은 "세계 어느 나라든 전쟁이 나면 주권과 민족 그리고 자존심 문제를 다 떠나서 승리에 절대적 가치를 두고 접근한다"면서 "전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효율적인 연합방위체제의 균열을 감수하면서까지 작통권을 조기에 이양받으려는 것은 아무런 실익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한미연합방위체제가 우리의 주권을 제한한다는 착상은 잘못"이라며 "현재도 작전통제권은 제한없이 '공동행사'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천용택 전 장관은 "미군이 전시작통권을 갖고 있을 때 전시 90일 동안 지원키로 약속한 증원군 전력은 돈으로 환산하면 1300조원어치다"고 전제하고, "결국 우리가 국가예산을 아무데도 쓰지 않고 국방비에만 10년을 쏟아부어야 미 증원군에 버금가는 전력을 갖출 수 있는데 (자존심 하나 때문에) 그러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라고 반문했다.

천 전 장관은 이어 "사실상 지난 50년 동안 전쟁 없이 경제적 발전을 이룬 것은 바로 전쟁이 나면 시차별 전개계획에 따라 증원되는 미군 증원군의 힘이다"고 전제하고, "우리 군이 전작권을 이양받아도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미 증원군은 오겠지만 현재의 연합방위체제처럼 책임을 공유할 때와 한국이 주도하고 미군이 지원할 때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 천용택 전 장관은 "전시 작통권을 가져오면 지난 50년 동안 한·미의 군사전략 전문가들이 계속 보완해서 가장 완벽한 작전계획으로 평가받는 '작계 5027' 시스템이 붕괴된다"면서 "작계 5027을 대체할 완벽한 새로운 작계를 만들고 그것을 전시에 착오없이 시행하기 위한 워게임과 실병기동훈련을 하는데만도 정해진 '타임 테이블'이 빠듯하다"고 주장했다.

"상호방위조약은 파기되면 그만, 연합방위체제는 지휘체제 공유하는 한 불변"

그는 또 "조약(한미상호방위조약)은 파기되면 그만이지만 연합방위체제는 지휘체제를 공유하는 한 깨질 수 없다"고 전제하고 "연합방위체제 하에서는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할 때 미군 지원 계획은 작계상의 '시차별 전개계획'(TPFDD : Time-Phased Force and Deployment Data)에 따라 '작계 5027'에 편제되어 있기 때문에 전승의 버팀목으로 기능한다"고 강조했다.

91~92년 당시 합참 전략기획본부장으로서 작통권(평시) 환수조치 교섭대표를 지낸 전략통인 그는 "남북한 군사력 비교에서도 우리가 우위를 점하고 있고 남침해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통합된 국가능력이 부족한 북한에게는 다만 '자살식 일발 공격' 능력밖에 없다"면서도 "따라서 전쟁 발발 가능성은 그때보다 훨씬 더 줄었지만 북한의 위협이 남아있는 한 전작권을 미환수환 배경은 현재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내가 장관할 때도 미 증원군 없어도 현존하는 군사력만으로 북한과 전쟁하면 안 지는 것으로 나왔다"면서 "그러나 이민족이 아닌 동족 간의 전쟁에는 사회심리적인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정부의 전쟁지도 능력이 없거나 전쟁을 수행할 능력이 없는 정부라고 국민이 판단했을 때는 패닉 현상이 더 확산되고 개전 초기 3, 4일의 위기와 패닉을 극복 못하면 결정적 위기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천 전 장관은 "전직 국방장관들이 거리에 나가서 집회와 데모를 통해서 국가운영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접근방법에는 동조할 수가 없다"고 전제하고, "그런 식의 접근방법은 국가위신과 대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그 문제에 대한 합리적인 주장이 있다면 어떤 경로를 통해서건 대통령께 진언할 수 있는 길을 찾아서 조용히 진언하는 접근방법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김대중 정부에서 초대 국방장관을 지낸 천용택 전 장관(육사 16기·예비역 중장)은 전작권 환수에 대한 반대 성명을 발표한 국방장관 모임과 집회에 참석하지 않은 사실상의 유일한 역대 장관이다(조성태 전 국방장관도 천 장관과 비슷한 입장이지만 그는 여당 현역의원이어서 공식적 입장 표명을 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천 전 장관은 노 대통령에게 대해서도 "원로들의 주장을 경청하는 모양새와 프로세스 자체가 국민을 설득하는 과정일 수 있기에 대통령이 군 원로들을 만나 숙의하고 진언을 들어가면서 정책을 결정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국민을 안심시키는 바람직한 자세다"고 조언했다.

그는 91~92년 당시 작통권(평시) 환수조치 교섭대표를 지낸 전략통이라는 점에서 그의 발언은 파급력이 클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는 조만간에 김희상 전 국방보좌관 등 우리 군에서 재직중 한미관계를 조율했던 대표적인 지장(智將)으로 꼽히는 예비역 장성 4, 5명과 함께 오찬 회동을 갖고 토론을 거쳐 전작권 논란에 대한 공식 입장을 성명의 형태로 밝힐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다음은 천용택 전 국방장관과의 일문일답이다.

"대통령이 원로들 주장 경청하는 프로세스가 국민설득 과정"

<FONT COLOR=A77A2>별들의 시위 한미동맹 파괴공작 규탄 국민대회가 11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대한민국성우회, 월남전참전전우회, 국민행동본부 등 보수단체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별들의 시위 한미동맹 파괴공작 규탄 국민대회가 11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대한민국성우회, 월남전참전전우회, 국민행동본부 등 보수단체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최근 언론에 '별들의 시위' 사진이 났던데 예비역 장성들과 역대 국방장관들이 군복을 입고 시위를 한 것은 처음인 것 같다.
"3년 전에도 예비역 장성들이 군복을 입고 현정부의 친북 성향을 규탄하는 시위를 한 적은 있었다. 그러나 그때는 이번 전시 작전통제권 문제처럼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르지 않아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그때는 군복을 입지 않은 예비역 장성들도 많았는데 이번에는 국방장관 모임에서 예비역 장성들이 군복 입고 나올 것을 의결해서 입고 나온 것이다."

- 국방장관을 지낸 분으로서 소회가 착잡하고 남다르겠다.
"그럴 수밖에 없지 않은가. 실은 저한테도 집회에 나와달라는 연락이 왔는데 안 나갔다. 국가 진로를 결정하는 중대한 문제인데 전직 국방장관들이 거리에 나가서 집회와 데모를 통해서 국가운영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접근방법에 동조할 수가 없었다. 그런 식의 접근방법은 국가위신과 대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 문제에 대한 합리적인 주장이 있다면 어떤 경로를 통해서건 대통령께 진언할 수 있는 길을 찾아서 조용히 진언하는 접근방법이 바람직하다.

물론 노무현 대통령께서도 군 원로들의 목소리를 일언지하에 털어버리는 접근보다는 진지하게 검토해보는 자세를 취하는 게 좋다. 설령 그들의 주장에 시대에 뒤떨어진 내용이 있더라도 경청하는 모양새와 프로세스 자체가 국민을 설득하는 과정일 수 있기에 대통령이 군 원로들을 만나 숙의하고 진언을 들어가면서 정책을 결정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국민을 안심시키는 바람직한 자세이다."

- 윤광웅 국방장관이 역대 국방장관의 의견을 청취하는 과정에도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역대 장관들이 있는 자리에서는 대통령에게 의견을 전달하겠다고 약속했으면서 그 다음날 갑자기 기자간담회를 갖고 '원로들이 군의 발전상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일축하다보니 원로들의 분노와 감정적 대응을 불러일으킨 느낌을 준다.
"나도 역대 국방장관 회의에 빠짐없이 참석을 해왔다. 그에 비추어 이번에 윤광웅 장관이 일을 세련되지 못하게 한 것은 사실이다. 윤 장관이 역대 장관들과의 오찬회동에서 나온 의견을 취합해서 대통령께 대면보고하거나, 대통령께서 역대 장관들의 대표를 접견하는 절차를 갖도록 건의가 이뤄졌어야 했다. 그분들 나름대로 진지한 고언과 건의가 담긴 대화 내용을 대통령께 보고도 하지 않고 언론을 통해 '낡은 사고'라고 일축한 것은 잘못이다."

- 천 장관에게는 역대 장관 모임에 나오라는 연락이 없었나.
"분노한 원로이 두 번째 역대 장관 모임을 주선하면서 내게도 참석해 달라고 연락이 왔다. 처음 윤 장관이 오찬을 낼 때는 안 갔었고 두 번째 모임은 자연히 윤 장관의 처사에 대해 분노하는 격앙된 성격을 띨 수밖에 없었다. 윤 장관이 같은 해군 출신인 김성은(해병대 출신) 전 장관에게 전화를 해 '모임을 연기시켜달라'는 조치를 했는데 다음날(9일) 대통령께서 <연합뉴스> 회견에서 "당장이라도 가져오면 된다"고 언급해 버리니 원로들이 더 격분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말로는 안되겠다는 판단에서 거리로 나간 것으로 본다. 그러나 그 방법은 옳지 않다."

"주권 차원에서 가져야 한다는 생각은 옳지만 실익 따져봐야"

- 윤 장관이 군 원로들과의 면담을 대통령에게 건의했는데 묵살 당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김성은 장관이 얘기한 바로는 윤 장관이 노 대통령께 (군 원로들과의) 면담을 요청했는데 거절당해 집단적인 의사표시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게 사실이라면 문제다. 전작권은 대한민국의 사활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노 대통령께서 아무리 바쁘더라도 성우회 대표를 청와대로 불러 얘기를 경청하는 모습을 취했어야 했다. 그런데 대통령 주변에 그런 조언을 하는 참모들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

- 참여정부 초대 국방장관을 지낸 분(조영길)도 역대 국방장관들 반대 성명에 가담하고 노 대통령 초대 국방보좌관을 지낸 분(김희상)도 언론 인터뷰에서 참여정부의 군사·안보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상황이다. 그런 것을 보면 노 대통령이 참모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용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시각이 설득력이 있는 것 아닌가.
"나도 지휘관을 해봤지만 참모가 아무리 많아도 어느 참모의 의견을 경청하고 신뢰하느냐가 중요하다. 김희상 장군은 예비역 장성 중에서 가장 공부를 많이하고 특히 전사(戰史)·전략분야에 탁월한 식견을 가진 지장(智將)이다. 그래서 초대 국방보좌관으로 발탁되었을 때, 우리는 김 장군을 보좌관으로 쓰는 것으로 보건대 노 대통령의 국방안보정책이 기존의 대미·대북관계에서 크게 일탈하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신뢰했다. 그런데 국가발전전략상 한미동맹 관계를 중시하는 김 장군의 정책적 조언이 자주국방 노선을 추구한 청와대(NSC)의 핵심 참모와 계속 충돌했고 그때마다 노 대통령은 김 장군의 조언을 무시하고 반대편 의견을 채택한 것으로 안다."

- 결국 전작권 문제를 제기하는 과정에서 전직 장관들의 태도도 문제지만 대통령의 접근방법에도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인가.
"대한민국이 독립국가이니까 주권 차원에서 전작권을 가져야 한다는 대통령님의 생각은 옳다. 그러나 그 실익을 따져봐야 한다. 대통령께서도 고민했겠지만 참모들로부터 작통권을 우리가 '단독행사'했을 때에 오는 군사·안보·정치·경제·사회적 득실에 대해서 깊이 있게 보고를 듣고 고뇌한 흔적이 별로 없는 것처럼 비친다. 즉, 대통령께서는 대한민국은 자주국가이니까 자주국방 해야 되고 자주국방을 해야 되기 때문에 군사주권인 작통권을 가져야 한다는 단순한 주권논리에 집착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런데 전작권은 주권논리로까기 확대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전투와 전쟁이 벌어졌을 때 최고의 지선(至善)은 승리하는 것이다. 그런데 전쟁에서 승리하는 데 최대의 관건은 지휘의 단일화이다. 지휘의 단일화는 클라우제비치나 손자 같은 위대한 군사전략가나 전략전술을 공부한 모든 이들이 인정하는 전쟁론의 원칙이다. 그래서 전시작전통제권은 전시에 전쟁을 이기기 위한 지휘통제의 한 수단방법일 뿐이지 국가주권 문제로 확대 해석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종국적으로 전작권이 국가주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시에는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주권이나 자존심보다도 상위 개념이 된다. 전작권이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데 전쟁에서 지면 주권도 자존심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 '작전통제권' 환수가 처음 공론화된 시점은 노태우 대통령의 후보 시절로 거론되는데.
"노태우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그것을 정치적 공약으로 내세워 이슈가 된 기억은 없다. 다만 내가 합참 전략기획본부장 할 때가 91년인데 그때 구소련과 동구라파가 붕괴되어 북한도 곧 붕괴될 것이라는 '북한 붕괴론'이 확산되었다. 그때 합참에서도 북한 붕괴 및 급변사태에 대비한 여러 가지 대응 시나리오를 검토했다."

"한국군 단독지휘체제로 전환하면 전쟁 억제력 현저히 약화"

- 당시 합참에 근무하면서 작통권 환수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시나리오를 검토했나.
"전략본부장을 하면서 혼자서 고민했다. 국가가 붕괴할 때는 예기치 못한 문제점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거기에는 우리의 군사적 개입과 역할이 필요한 상황이 올 수가 있었다. 물론 가상 시나리오이지만 폭동이나 민란에 의한 정권 붕괴, 군의 분열과 군부 쿠데타로 인한 김일성 세력의 축출, 외부의 공격이나 충격으로 인한 정권 붕괴 등의 상황에 대비해 한국군의 군사적 개입을 포함한 전략적 상황을 가정했을 때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점들이 노출되었다.

그때는 주한미군 사령관이 전·평시 작통권을 다 가지고 있을 때니까(평시 작통권은 94년에 이양되었음 - 편집자 주), 한국군이 미군 모르게는 특전사 부대 하나 북한에 투입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북한 붕괴 등 급변사태가 도래해 군사적 개입이 필요한 상황이 와도 정부 의지대로 못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서 그때 처음으로 '평시'와 '전시'를 구분해 평시작전권은 가져오자는 개념을 정립한 것이다. 그때(91년) 우리 군에 평시작전통제권이라는 개념이 처음 생겼다. 그 전에는 그런 용어도 없었다."

한미연합사 작전통제권 지휘체제.
한미연합사 작전통제권 지휘체제.

- 현 정부는 '노태우 정부 때 입안한 것은 전·평시 구분 없이 작통권을 환수하는 것이었으나, 당시 불거진 북핵 위기 등으로 90년대 초에 한·미 간에 전·평시를 구분해 환수하기로 합의하고 평시 작통권을 김영삼 정부 때인 94년 우선적으로 환수한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그렇지 않다. 91~92년 당시 평시 작통권 환수조치를 미측과 협의할 때 전시 작통권 단독행사를 거론하지 않았던 것은 국가이익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우선 용어부터 분명히 할 필요가 있는데,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라는 말이 지금 사회적으로 일반화되었지만 엄밀히 말하면 '전시 작전통제권 단독행사'가 정확한 표현이다. 한미연합사령부가 창설될 당시 작전통제권이 한·미 공동행사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한미연합사(CFC)의 지휘계선을 그려보면 그 뜻을 이해할 수 있다.

즉 전시에 한국 대통령이나 미국 대통령은 각각 동등한 입장에서 군사위원회에 전쟁 수행과 관련된 전략지침을 하달할 수 있다. 양국 대통령으로부터 하달된 전략지침은 한미 군사위원회(MC)에 하달된다. MC의 의장은 한미 합참의장이 공동의장이며 공동의장의 합의하에 모든 의사가 결정되기 때문에 한미 어느 나라도 일방적 의사결정이 불가능하다. MC는 양국 대통령의 전략지침을 수행할 군사전략 및 작전지침을 연합사령관에게 하달하며 이 작전지침은 지상·해군·공군구성군사령부와 연합해병사령부에 하달된다. 이런 연합작전체제는 한미 육·해·공군이 단일 국가군처럼 효율적으로 작전할 수 있는 통합된 지휘체제의 모범이 되고 있다."

- 그렇다면 그때 전·평시를 구분해 전시 작전통제권을 가져오지 않은 배경은 무엇인가.
"우선 전시 작통권을 현재의 한미 공동지휘체제에서 한국군 단독지휘체제로 전환하면 전쟁 억제기능이 현저하게 약화된다. 공동지휘체제 하에서는 북한의 남침시 미군의 즉각적 전면적 개입이 자동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강력한 전쟁 억지력으로 기능한다. 그런데 단독지휘체제로 전환되면 연합사(CFC)가 해체되고 연합사령관을 겸하고 있는 주한미군사령관은 위상이 급격히 저하되어 주일미군사령관 휘하로 예속될 것이다.

둘째, 한반도 전면전 발발시 한미연합군은 미군이 만든 '작전계획 5027'에 따라 전쟁을 수행하게 되는데, 지휘권이 한국군 단독행사로 전환되면 세계에서 가장 잘된 작전계획으로 평가받는 '작계 5027'이 붕괴된다. 현재 한국군이 전면전에 대비한 독자적인 작계가 없는 상황에서 '작계 5027'을 대체할 완벽한 새로운 작계를 만들고 전시에 착오없이 시행하려면 워게임과 실병기동훈련을 수없이 해야 하는데 이를 준비하는 데만도 정해진 '타임 테이블'이 빠듯하다.

셋째, 전쟁 발발시 전쟁수행 능력에 결정적인 악영향을 미친다. 전쟁 지속능력은 인적자원을 포함한 전쟁물자의 공급 및 피해 복구능력이 좌우한다. 미군은 세계2차대전에서 대서양과 태평양을 건너 독일 및 일본과 싸우면서 연합국에 군수지원을 제공하면서 승리한 경험을 토대로 전세계에서 가장 무한한 자원 생산능력과 가장 강력한 군수지원망을 가진 국가이다. 전작권을 한미가 공동행사 하는 현행 연합방위체제는 미국의 전지구적인 군수지원체계에 한국군의 보급체계 파이프만 꽂으면 미국의 무한정한 전쟁수행 능력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 천문학적인 이익을 제공하는 일종의 '전쟁보험'이다.

넷째, 전략적 안정성이다. 한미연합군이 싸우면 전쟁에서 지지 않는다는 보편적 신뢰감을 부여하고 우방국들의 지원을 확보할 수 있는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지휘권의 공동행사는 여론의 지지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여론 기능이 강력한 미국의 경우, 한반도 전쟁 발발시 미국의 개입문제가 정치·전략적 선택의 문제로 남아 있을 때 미국 여론은 이라크전에서처럼 개입(참전) 여론과 개입반대 여론으로 양분될 수밖에 없는데 미군이 전작권을 갖고 개전 초기에 자동개입한 상태에서는 미국의 선택은 '개입 여부'가 아니라 '전쟁 승리'뿐일 수밖에 없다."

"미군 증원군 전력 1300조원어치를 버릴 것인가"

천용택 전 국방부장관.
천용택 전 국방부장관. ⓒ 오마이뉴스 김당
-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미군 증원군이 오게 돼 있지 않은가.
"물론 전시 작전통제권을 가져와도 미 증원군은 온다. 상호방위조약 자체가 그것을 약속하고 있다. 사실상 지난 50년 동안 전쟁 없이 경제적 발전을 이룬 것은 바로 전쟁이 나면 시차별 전개계획에 따라 오는 미 증원군의 힘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이 천사인가? 미군은 자국의 국가이익이 보장받는다고 판단했을 때 온다.

그런데 미군이 전시 작통권을 갖고 있으면 북한의 남침에 대한 100% 대응 책임을 미국 정부와 우리 정부가 공유하고 있는 것이어서 선택의 여지가 없다. 지휘권을 가지고 있는데 어느 지휘관이 전쟁 나면 바로 개입하지 않겠는가. 한미 연합사령관이 작전통제권을 한국군과 공유하고 전쟁에 개입한 상황에 미국 여론은 개입이나 반대의 논쟁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그때 미국이 택할 유일한 전략적 선택은 조기 개입을 통한 승리밖에 없다. 그것이 전략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런데 지금처럼 우리 사회에 반미감정이 팽배한 때에 미국이 작통권을 갖지 않은 가운데 남침을 당한 상황을 가정하면 과연 미국 조야의 여론이 개입 쪽일까에 회의적이다. '미국이 싫다는 나라에 왜 우리 자식들을 보내 피를 흘리느냐'고 반대하는 여론이 팽배하면 전쟁 나도 미군 증원군은 쉽게 못온다."

- 전시 증원군 시차별 전개는 작계상으로 편제되어 있나.
"그렇다.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할 때 미군 지원 계획은 작계상의 '시차별 전개계획'(TPFDD:Time-Phased Force and Deployment Data)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처음에는 오끼나와, 다음은 일본 본토, 그 다음에는 괌 기지와 필리핀 이런 식으로 전개되는 시차별 증원군 전개계획이 작계에 반영돼 있다. 이것은 조약상의 약속이 아니라 작계에 반영된 것이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조약은 파기되면 그만이지만 연합방위체제는 지휘체제를 공유하는 한 깨질 수 없다."

- '작계 5027'상의 전시 증원군 전력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미군이 전시 작통권을 갖고 있을 때 미국이 전시 90일 동안 지원키로 약속한 증원군 전력은 무려 1300조원어치다. 우선 전쟁 발발 즉시부터 미국 본토와 주변국 기지로부터 날아오는 항공기가 최대 3000대인데 그중에는 한 대당 1억불을 호가하는 스텔스기 등이 포함된다. 해군은 5개 항모전단을 포함한 160여척의 최신 함정이 배치된다. 항모전단은 항공모함과 잠수함 전단 그리고 구축함·호위함이 한 세트로 구성되는 엄청난 전력인데 우리나라 해·공군 전력 모두를 합쳐도 1개 항모전담 전력만 못하다. 그런데 전쟁 나면 한반도 둘러싼 동·서·남해에 5개 항모전단이 전개된다. 육군은 해병대를 포함해 66만명이 전개된다.

이런 전력을 운용할 소프트웨어와 탄약·유류 같은 전쟁물자 지원을 합친 증권군 전력을 돈으로 환산하면 약 1300조원이 넘는다. 그런데 우리나라 1년 예산이 130조 정도이다. 결국 국가 예산을 아무 데도 쓰지 않고 국방비에만 10년을 쏟아부어야 미 증원군에 버금가는 전력을 갖출 수 있는데 (자존심 하나 때문에) 그러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 그렇기 때문에 '민족 감정'과 '자주'를 거론하면서 작전권을 가져오겠다는 것은 아무런 실익이 없는 것이다."

"한미연합체제가 주권 제한한다는 착상은 잘못"

- 그런 미환수 배경과 논리에 대한 확신이 15년이 지난 현재도 유효한가.
"지금도 유효하다. 다만 전쟁 발발 가능성은 예전보다 훨씬 더 줄었다. 북한이 남침해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통합된 국가능력이 부족하고 남북한 군사력 비교에서도 우리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북한에게는 다만 '자살식 일발 공격' 능력밖에 없다. 후속 지원시스템이 없기에 현재 준비해 놓은 무기와 탄약 그리고 연료를 쏟아붓는 일발 공격으로 그것이 성공하면 성공하고 실패하면 자멸하는 전쟁 방식이다. 그래서 남침의 가능성은 훨씬 더 줄어들었지만 앞서 말한 배경은 유효하다."

- 작전권 환수 논리의 한 축은 남북 군사력 비교에서 우위론인데 현실적으로 남북 군사력 비교에서 예전과 달리 우위에 있다면 그에 상당한 대북 억제력을 갖게 되는 것 아닌가.
"내가 장관할 때도 미 증원군 없어도 현존하는 군사력만으로 북한과 전쟁하면 안지는 것으로 나왔다. 그러나 이민족이 아닌 동족간의 전쟁에는 사회심리적인 것이 중요하다. 월맹 통일 과정을 보면 월맹군이 내려오기 시작한 지 열흘만에 사이공까지 패닉 현상이 일어나서 다 먹혔다. 이민족끼리는 끝까지 저항해서 그런 일이 안 일어나는데 동족끼리는 일종의 '정권 교체' 차원으로 받아들여버리면 패닉 현상이 금방 확산된다.

실제 우리 사회에는 북이 주도하는 통일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적지 않다. 그런 사회심리적 여건을 우리는 가지고 있다. 그래서 전쟁 억제 측면에서 전쟁지도 능력이 대단히 중요한데 정부의 전쟁지도 능력이 없고 전쟁을 수행할 능력이 없는 정부라고 국민이 판단했을 때는 패닉 현상이 더 확산된다. 개전 초기 3, 4일의 위기와 패닉를 극복 못하면 결정적 위기가 올 수 있다."

- 구체적으로 국방부에서는 2012년 이내에 전작권을 가져온다는 것이고, 미국은 2009년에 주겠다고 한다. 그 사이 어느 시점에 환수가 예상되는데 그 시점도 장관님이 보기에는 이른가.
"정해진 시간표에 의해 작전통제권을 주고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언제 주고받고 하는 착상 자체가 전략적 착상도 아니고 이해할 수 없다. 주권 논리가 아닌 안보 상황논리로 접근해야 한다. 이를테면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완전 소멸되고 한미 연합방위체제의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상황이 조성되면 이때 한미가 합의해서 전작권을 가져오는 식으로 전개해야 한다."

- 대통령은 '주권회복'을 이유로 전작권 환수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입장인데.
"어떤 경우에도 한미연합체제가 우리 주권을 제한한다는 착상은 잘못이다. 지금도 아무런 제한없이 공동행사 하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든 전쟁이 나면 주권과 민족 그리고 자존심 문제를 다 떠나서 승리에 절대적 가치를 두고 접근한다. 이길 수 있는 길이면 무엇이든지 택할 수밖에 없다. 전시에 최고 지고지선의 목표는 승리다. 승리를 위해서는 다 버려야 한다. 그 착상을 지금 정치하는 사람들이 못한다. 다른 나라 입장에서는 한미 연합방위체제를 굉장히 부러워한다. 세계적인 모델 케이스이다.

한미연합방위체제는 한미동맹의 핵이다. 그 체제가 깨지는 어떤 액션도 우리가 먼저 취하면 안 된다. 그러면 동맹이라는 계란의 노른자가 빠지는 결과가 된다. 국제간 조약은 언제든지 파기하고 적국이 우방되고 우방이 적국 되는 역사는 얼마든지 있다. 조약상의 오블리게이션(의무)은 언제든지 버려져 왔던 게 역사의 교훈이다.

그러나 한미연합방위체제 시스템은 미군이 빠져나가려고 해도 나갈 수가 없다. 미국의 입장에서 한미연합방위체제는 미군이 전역(戰域)을 못 빠져나가게 붙들어매는 속박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서는 미군이 한반도에서 빠져 나갈 수도 들어올 수도 있다. 그러나 연합방위체제 하에서 작전통제권을 미국이 공유하고 있을 때는 미군이 자동개입할 수밖에 없다."

- 그러면 미국이 오히려 '조기 이양'(2009년)을 거론하는 것은 감정적 대응이라고 보는가.
"미국이 추진하는 GPR(해외주둔군 재배치)의 세계적인 전략 틀에서 보면 주한미군을 포함한 동북아 미군이 한반도 방위에만 묶여 있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 해외주둔 미군이 전세계 어디에 있든 어디에나 투입해야 하고 그 투입 권한을 단독으로 갖고 싶은 게 미국의 전략적 마인드이자 전략적 이익이다. '전략적 유연성'을 추구하는 미국으로서는 한국이 매달리면 오히려 귀찮을 입장인데 전작권을 가져가겠다고 나오니 더 좋은 거다. 결국 한국이 작통권을 달라고 하면 주는 것이 자국의 전략적 이익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빨리 가져가라'고 하는 것이지 감정적인 대응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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