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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쪽에 몸담고 일을 하는지라 사람들을 만나면 사이트 홍보에 대한 질문을 종종 받는다. "좀 알려달라"며 시작된 질문은 어떻게 하면 사이트 방문자를 늘릴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자사 사이트가 널리 알려질 수 있는지 등 대개 유사한 목표에 대한 방법론을 묻곤 한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늘 하는 말이 "돈을 쓰세요. 홍보는 첫째가 돈, 둘째도 돈, 셋째가 전략입니다. 사이트가 널리 알려지고 많은 사람들이 오길 바라면 그만큼 돈을 쓰면 됩니다"는 건조하기 그지없는 대답을 한다. 이 말을 하면 허울을 보고 나름 전문가일 거라 짐작하여 그에 맞는 그럴 듯한 대답을 기대하며 반짝거리던 시선들은 일소에 무너진다.

태반이 "그걸 누가 모르냐"며 한 번 웃고 다른 얘기를 하곤 하지만 끝끝내 붙잡고 물어보는 이들이 있다. 온라인이라 해봐야 오프라인과 경계가 모호한 바닥 한 구석에서 나뒹굴며 체계없이 지내온 내가 무슨 해박한 지식이 있겠냐마는 그래도 조금 도움이 될까 싶어 이렇게 붙잡고 물어보시는 분들에게 해드리는 이야기가 있다.

우연히 알게 된 두 개의 블로그

일전에 2개의 성형외과 블로그를 본 적이 있다. 정확히는 성형외과 원장의 블로그다. 실제 병원을 갖고 있는 개업의들이 블로그를 운영하는 듯했다. 우연히 이들의 블로그를 초창기부터 알게 되어 관심을 갖고 지켜 보게 되었는데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두 블로그는 정반대의 성격으로 업데이트를 하며 운영을 했다.

A의 블로그. A는 블로그에 자신의 병원을 올렸다. 자신의 병원에서 수술한 유명인이 누구고 그들이 어떻게 만족했고 자신의 병원은 뭐가 좋으며(실력은 업계 제일)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니 자신의 병원으로 얼른 오라는 것이 주 내용이었다.

블로그를 방문한 네티즌이 자신의 병원에 들른 고객인양 안내 멘트를 내걸었고 유머 카테고리를 추가하여 최신 유행하는 각종 유머도 퍼담는 센스도 보여줬다. 프로필엔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깍뜻한 매너도 잊지 않았다. 블로그는 나름대로 인기가 있었고 제법 많은 이들이 방문했으며 많은 글들이 스크랩되기도 했다.

B의 블로그. B는 블로그에 자신의 일기를 올렸다. 성형외과 의사로서의 애환과 감정, 갈등. 시술이 잘된 환자(?)가 기뻐하기에 자신도 같이 기뻤다는 것과 시술한 쌍꺼풀이 예전보다 조금 어색하게 잡혀서 환자에게 미안했다는 것.

시술이 잘못되어 3번이나 재시술을 한 환자가 있었는데 재시술을 하며 자주 만나다 보니 인간적으로 친해져 안부를 주고 받는 사이가 되어 버린 경우, 신체적 결함으로 늘 자신없이 살며 외출도 못하던 환자가 시술 후 자신감이 생겨 그 동안 못다녀 본 곳 실컷 돌아 다니며 새롭게 살고 있다며 보내온 메일 등. 자신이 모 성형외과의 의사라는 사실을 감추진 않았으나 공공연히 떠들 정도의 느낌은 없었고 조용히 조용히 자신의 삶과 느낌을 조금씩 올려 채워나가는 블로그를 꾸렸다.

몇 개월 후 능력 있는 두 성형외과 원장의 블로그는 어떻게 되었을까? 초반 인기몰이를 하며 인기 블로거에 선정되기까지 한 A의 블로그는 당시의 인기가 무색할 정도의 낮은 방문자 수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에 비해 B의 블로그는 연일 멋지다고, 힘내라고 칭찬 일색이었다.

A의 블로그는 비난 글조차 찾기 힘들 정도로 사람들의 발길이 드물었고 간혹 방문하는 이들의 발길은 A가 올린 최신 유머에서만 머물다 나가는 듯했다. 왜 이렇게 됐을까? A의 블로그는 무엇이 문제이고 B는 무엇을 잘했기에 이렇게 다른 반응이 나온 것일까?

B는 있으나 A에겐 없는 것

A는 있으나 B에겐 없는 것은 최신 유머다. 허나 이것은 몇 번의 클릭으로 쌓을 수 있는 것이다. B는 있으나 A에겐 없는 것. 그것은 감성이다. 그 감성은 믿음과 신뢰와 존중으로 이루어져 있다. B가 블로그를 통해 성형외과 의사로서의 솔직한 감정과 주관, 일상 등을 올릴 때 이것이 사람들에겐 B에 대한 믿음으로 변형되어 새겨졌다. 이는 몇 번의 클릭으로 쌓을 수 있는 최신 유머와 깊이가 다르다.

믿음과 신뢰는 하루 아침에, 클릭 몇 번에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꾸준한 양자간 대화와 비록 그것이 일방적일지라 하더라도 한쪽의 대화가 상대에게 어떠한 울림을 전했을 때 생겨나는 것이다. A가 자사의 서비스를 소개하며 최상이라는 등 한 번 방문하시라는 등의 싸구려 호객행위를 하고 있을 때 B는 블로그에서 자신의 브랜드를 쌓아나갔다. A는 사람들에게 상품을 팔았고 B는 사람들에게 감성을 팔았다.

믿음이란 이름의 감성 마케팅

해당 분야에 대한 완벽한 무지를 자랑하는 내가 감성 마케팅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우습지만 감성 마케팅하면 굉장히 유명한 예가 있다. 국내 모 가전회사의 세탁기 광고. 90년대의 세탁기 광고는 기능 마케팅이었다. 당시는 누가 더 잘 빨고, 누가 더 깨끗하고, 누가 더 물을 적게 쓰며 어느 회사가 신기술을 어필하느냐가 관건이었다. 당시 광고는 모두 "때가 확 빠졌다느니" "공기방울로 빨아 깨끗하다느니" "통이 돌아 깨끗하다느니" "진짜 삶아준다느니" 등의 기능 마케팅이었다.

허나 최근 모 가전회사의 세탁기 광고는 제품에 대한 기능적 어필이 아닌 감성적 어필을 한다. 감성을 갖고 대중들을 설득한다. "남편이 사준 셔츠예요. 오래오래 입고 싶어서 xx를 써요". 세탁기 광고는 이제 공기방울이 어쨌다거나 때가 확 빠졌다거나를 말하지 않는다. 기능이 아닌 감성으로 다가간다(물론 최근도 "살균세탁 하셨나요~"과 같은 기능적 어필을 하기도 한다).

A는 블로그를 방문한 이들에게 아무런 믿음과 감성을 주지 못했다. B가 블로그에서 믿음과 신뢰를 주며 방문자들에게 믿음이라는 감성, 성형외과 의사로서의 자신의 브랜드를 쌓아나갈 때 A는 방문자들에게 최신 유머를 통한 건조한 웃음 밖에 주지 못했던 것이다. A의 블로그는 A가 최신 유머를 업데이트 하지 않을 때부터 잊혀졌다.

세상은 감성으로 어필되는 세상이다. 이력서에 써넣은 몇 줄의 텍스트보다 면접장에서 면접관에게 외치는 "꼭 하고 싶습니다"는 한 마디 외침이 더 그들에게 울림을 줄 수도 있고 사이트 역시 마찬가지다. 사이트 홍보를 묻는 이들에게 위 얘기를 하고 난 후 다음과 같이 물어본다.

"당신은 무엇을 팔고 있습니까?"

덧붙이는 글 | 기자는 www.assaryo.com을 운영하는 인기 블로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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