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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 영인본들
직지 영인본들 ⓒ 구은희
1년에도 몇 차례씩 한국을 방문하곤 하는 필자는 한국에 있는 사람들보다도 더 한국을 구석구석 다녀볼 기회를 갖곤 했습니다. 지난 한국 방문 때 찾은 청주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방문한 곳이었습니다.

'청주'하면 전에 휴스턴에서 공부할 당시 함께 살았던 K 집사님 가정이 생각납니다. 그분의 고향은 청주였고, 개인적인 사정으로 한국을 나가실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것은 그 집에 인터넷을 처음으로 연결한 후에 그분이 하신 일이 바로 고향 청주의 청주호 사진을 찾아보신 일이었습니다. 그분의 청주 사랑은 정말 눈물겨웠습니다.

교육의 도시, 문화의 도시로 알고 있었지만 직접 청주에 가보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특히 그곳에서 세계 최초의 금속 활자인 '직지'를 만나고 가슴 벅참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직지를 좀 더 잘 소개하기 위해서 지어진 '고인쇄박물관'은 청주의 또 다른 명소가 되었고, 청주시 전체가 직지로 인하여 다시 태어난 듯한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얼마 안 되는 시간을 청주에 머물렀었지만 그곳에서 만난 분들을 통하여 청주 시민들의 직지에 대한 자부심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외국인들에게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필자에게는 직지를 알게 된 것이 하늘이 준 선물이었습니다. 한국인으로서 세계에 자랑할 만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하고 필자는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누구나 다 알듯이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과학적인 글자로 인정받아서 유네스코에서 문맹퇴치에 공헌을 한 사람들에게 '세종대왕상'을 수여합니다.

이처럼 직지도 세계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에 최초의 금속활자로서 등록된 것입니다. 이는 한국문화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는 또 하나의 증거물이 된 것입니다.

직지 영인본 및 직지 홍보물 책갈피
직지 영인본 및 직지 홍보물 책갈피 ⓒ 구은희
고등학교 시절 국사책에서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인 쿠텐베르크의 금속활자보다 200년이나 앞선 것이 우리 나라의 직지심경이다' 라는 문구를 보았을 때, 최초의 금속활자보다 200년 앞섰으면 직지가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이지 왜 그런 문구를 적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일어났었습니다.

지난번 청주 방문에서 그 의구심이 해결되었습니다. 비록, 문헌을 통해서는 직지가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그 증거물이 없어서 아직까지는 인정받지 못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 청주시에서 직지가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진 흥덕사 터를 발견하여서 실제로 직지가 존재했었음을 증명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유네스코에서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서 '직지상'을 제정하여 기록문화에 뛰어난 공헌을 한 사람이나 단체들을 대상으로 2년에 한 번씩 시상을 한다고 합니다. 또한 9월 4일을 '직지의 날'로 정해서 매년 '직지축제'를 거행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한국의 자랑인 직지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부족하다는 사실입니다. 직지는 한국 정부를 비롯한 모든 국민들이 바로 알고 세계에 알려야 할 우리의 귀중한 문화유산임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서는 그 홍보가 너무 부족하다는 사실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특히 현재 현존하는 직지는 한국이 아닌 프랑스의 미테랑 도서관에 있다고 합니다. 그 직지를 다시 한국으로 찾아오기 위해서 최선을 다 해야 할 것입니다. 다행히 직지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서 '직지세계화재단'이 설립되었고, 본격적으로 홍보활동을 시작한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미약하지만 필자도 그 일에 작은 힘을 보태고자 직지홍보위원 위촉을 받아들이기로 하였습니다. 어찌 보면 직지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미국에 살고 있는 필자가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부족하지만 함께 이 일을 해 나가기로 한 것입니다.

그 일의 일환으로 필자의 학교의 한 곳에 직지 홍보물들을 전시하는 곳을 마련하고 학생들과 한국어 교사들에게 직지에 대해서 알리고 그들을 훈련시키는 일을 하려고 합니다.

또한 직접 청주 시청과 공동으로 직지 전시회와 직지춤 공연을 미국에서 개최하여서 미국 내 한인들과 미국인들에게 알리는 것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 일이 성사된다면 우리의 한인 후세들에게 월드컵 4강 못지않은 자부심을 줄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고 확신합니다.

덧붙이는 글 | 로칼 신문 코리아나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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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한국어 및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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