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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도2동사무소와 형산로타리 사이에 벌어진 1차 물리적 충돌 직전 경찰 모습(오른쪽)과  경찰방패에 찍혀 뒷머리를 다친 포항건설노조원.
해도2동사무소와 형산로타리 사이에 벌어진 1차 물리적 충돌 직전 경찰 모습(오른쪽)과 경찰방패에 찍혀 뒷머리를 다친 포항건설노조원. ⓒ 추연만

"포항시민을 다 때려죽이라고?" 경찰 발언에 앞장서 결렬하게 항의하는 어르신들
"포항시민을 다 때려죽이라고?" 경찰 발언에 앞장서 결렬하게 항의하는 어르신들 ⓒ 추연만

"경찰이 시민을 패도 되느냐?" "지휘 책임자 사과하라"며 포항시 해도2동 주민들이  현장에 있던  이상억 포항남부경찰서장에게 격렬한 항의를 하고 있다. 이 서장은 "시위대를 해산하라"는 말을 남긴 채 곧 사라졌다.
"경찰이 시민을 패도 되느냐?" "지휘 책임자 사과하라"며 포항시 해도2동 주민들이 현장에 있던 이상억 포항남부경찰서장에게 격렬한 항의를 하고 있다. 이 서장은 "시위대를 해산하라"는 말을 남긴 채 곧 사라졌다. ⓒ 추연만

경찰이 9일 포항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 참석한 노조원들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도로변에 있던 일반 시민들에게도 진압봉 등을 휘둘러 시민들이 경찰의 과잉진압에 거친 항의를 했다.

이날 밤 10시경, 포항 형산로타리와 해도2동 사무소 일대에서 노조원들과 경찰간의 격렬한 공방전을 지켜보던 인도의 시민들은 경찰의 진압과정에서 진압봉 등에 맞아 십수 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에 해도2동 사무소 인근에 있던 시민 300여명은 경찰의 과잉진압을 비난하며 경찰 책임자 사과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맨몸으로 경찰대열을 형산로터리까지 밀어냈다.

앞서 경찰은 밤 9시 50분쯤에 포스코로 진출하려는 3000여명의 민주노총 조합원들을 물대포를 쏘며 강제진압에 들어갔다. 갑작스런 경찰의 몰아치기 공격에 당황한 노동자 대열은 잠시 저항하다 곧 뒤로 돌아 오거리 방향으로 물러섰으나 뒤쫓아온 경찰의 무차별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경찰은 노동자들을 방패와 몽둥이로 가격하며 쫓아갔고 순식간에 50여명이 길바닥에 쓰러지고 아스팔트 곳곳에 피가 흘러내렸다. 인도에서 지켜보던 시민들에게도 경찰은 예외없이 진압봉으로 무차별 공격을 했다. 곧 시위대열은 오거리 방향으로 물러가고 잠시 후 여기저기서 비명과 고함소리가 들렸다.

"사람 다 죽는다. 구급차 빨리 보내줘."
"여기 사람이 크게 다쳤어. 넘어진 사람을 방패로 또 찍어."

한 시민은 기자를 붙들며 "부상당한 노조원을 후송할 것을 경찰에 요구했는데도 지휘관인 함아무개는 "노조원은 데리고 가지 못 한다"며 부상자를 외면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 광경을 본 해도2동 한 주민(69세)은 "(경찰을 향해) 니 X들은 아비도 없냐. 너희들이 인간 백정이지 사람이냐"고 소리쳤다. 또 해도2동 주민인 김상률(50)씨는 "경찰이 인도에 있던 주민들도 이렇게 무자비하게 때려도 되나"면서 "해도 주민들이 앞장서서 경찰에게 따집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과 노동자들의 공방은 밤 늦도록 계속됐다.
경찰과 노동자들의 공방은 밤 늦도록 계속됐다. ⓒ 추연만

"방패에 고무패킹은 어디갔나" 경찰 방패의 위험성을 알리는 권 아무개(47세) 시민.
"방패에 고무패킹은 어디갔나" 경찰 방패의 위험성을 알리는 권 아무개(47세) 시민. ⓒ 추연만

해도 주민 수십 명은 직접 상처를 보이며 경찰을 향해 "책임자가 나서라"고 요구했다. 잠시 후 이상억 남부경찰서장은 주민들의 항의에 "시위대에게 해산하라고 하라"는 말만 남기고 떠났다.

이에 격분한 시민 300여명은 밤 10시 20분부터 "해도 주민들도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 "경찰은 포항은 떠나라"며 맨몸으로 경찰 대열을 형산로터리로 밀쳐내기 시작했다. 시민들에게 500여미터 떠밀려 경찰은 결국 밤 11시경 로터리로 밀려나고 도로도 원할히 소통됐다.

이에 앞서 경찰과 시민들과의 충돌은 저녁 8시에도 있었다. 경찰이 방패 끝을 아스팔트에 가는 장면이 목격되자 일부 기자들이 촬영에 들어가고 일부 시민들도 "이건 진압용이 아니라 살상용이 아니냐"고 거칠게 항의했다.

이 과정에 경찰 대열 뒤쪽에 있던 어느 지휘관이 "다 죽여라"는 등 거친 말을 내뱉자 격분한 시민 100여명이 "시민을 다 때려 죽이라니" "경찰 책임자 나오라"며 30분간 격렬 항의에 들어간 것.

한편 민주노총 조합원과 경찰과의 2차례 물리적 충돌로 노조원과 경찰의 부상자는 각각 170명, 70여명에 이르며 경찰 1명과 노조원 2명은 중상이다. 경찰은 시위를 이끈 전국건설노조연맹 유기수 사무처장 등 16명을 현장에서 연행했으며 앞으로도 계속 강경진압 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 추연만

"하중근을 살려내라" 노동자대회에 참석한 포항건설노조원들
"하중근을 살려내라" 노동자대회에 참석한 포항건설노조원들 ⓒ 추연만

이날 민주노총은 포항건설노동자 고 하중근 조합원을 추모하고 살인폭력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를 오후 3시 포항 동국대학병원 앞에서 열었다.

7000명이 참석한 대회에서 민주노총 조준호 위원장은 "하중근 열사의 죽음 앞에서 노무현 정부가 1500만 노동자들에게 용서를 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면서 "그러나 정부는 꿀 먹은 벙어리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시신 부검을 통해 경찰의 살인행위를 확인하고도 아직 발표를 미루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그는 "하중근 열사와 58명 구속자를 낸 실질적인 책임자인 포스코는 노사교섭에서 오만방자한 최후 통첩안을 던지며 노조를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이제 더 이상 요구도 기대도 하지 않을 것이며 오늘을 기점으로 살인정권과 악덕 포스코와의 사활을 건 투쟁을 시작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어 단병호 민주노동당 국회의원도 "하중근 동지가 싸늘한 시신으로 영안실에 누운 지 9일, 부검한 지 1주일이 됐다"며 "아직 어떤 결과도 나오지 않고 경찰과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포스코는 입을 다물고 심지어 사실을 왜곡시키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한 사람의 노동자가 공권력으로 무참히 살해돼도 어느 누구도 사과 한마디 없으니 어떻게 문제가 해결되겠는가"며 "노 대통령은 인권변호사로 대통령 자리에 오른 사람으로서 과거를 돌아보며 사죄를 하고 폭력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해 직접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회 마지막, 지갑렬 포항지역건설노조 위원장 대행은 "비록 소중한 동지를 잃었지만 하중근 열사는 우리 곁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다"면서 "포스코는 '소리 없이 세상을 움직인다'는 광고처럼 소리 없이 동지들의 생명을 빼앗고도 아무런 책임감도 느끼지 않는단 말인가"라고 되물었다.

덧붙여 그는 "얼마나 많은 노동자가 죽어야 살인적인 탄압을 멈출 것인가"며 "노동해방 세상을 위해 포항지역건설노조가 선봉에 서서 투쟁할 것"을 다짐했다.

본 대회를 마친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하중근 열사가 일하던 포스코 앞에서 추모제를 지낼 것"을 밝히며 '포스코 앞까지 평화 행진'에 들어갔다.

이어 고 하중근씨 영정과 만장을 앞세운 행진대열이 오후 5시 30분쯤에 형산로터리 입구에 이르렀으나, 경찰측이 이미 컨테이너 6개로 도로를 막은 탓에 행진은 더이상 진행되지 못했다.

이에 일부 노조원들은 죽봉 등으로 2시간에 걸쳐 저지선을 뚫으려 했으나 물대포와 소화기 분말을 뿌리며 막는 경찰에 막혔다.

이후 해도2동 사무소 앞으로 집결한 행진대열은 경찰과 대치상태를 보이다가 저녁 8시와 10시쯤에 경찰과 격렬하게 충돌했으며, 두 번째 경찰의 강제진압에 포항 오거리로 밀려나 밤 12시가 되서야 자진해산했다.

민주노총은 12일과 19일 포항에서 고 하중근씨 추모문화제와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키로 했고 경찰도 강경대응을 밝힌 가운데 포항건설노조 파업사태는 장기화될 전망이다.

컨테이너에 막힌 고 하중근 조합원 영정
컨테이너에 막힌 고 하중근 조합원 영정 ⓒ 추연만

거리행진. 민주노총은 "하중근 열사가 일하던 포스코 앞에서 추모제를 지낸다"는 뜻을 밝혔다.
거리행진. 민주노총은 "하중근 열사가 일하던 포스코 앞에서 추모제를 지낸다"는 뜻을 밝혔다. ⓒ 추연만

일부 노조원들이 형산로터리 입구에서 경찰이 컨테이너로 만든 저지선을 뚥으려하자 경찰이 물대포와 분말소화기를 뿌리며 저지하고 있다.
일부 노조원들이 형산로터리 입구에서 경찰이 컨테이너로 만든 저지선을 뚥으려하자 경찰이 물대포와 분말소화기를 뿌리며 저지하고 있다. ⓒ 추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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