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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물줄기가 스프링클러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다.
시원한 물줄기가 스프링클러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다. ⓒ 조수일

"남들은 무더위를 피해 산과 바다, 계곡으로 떠나지만 우린 당당히 맞서 싸워 물리칩니다. 열대야, 우린 그런 거 모릅니다."

연일 30도를 웃도는 무더위와 열대야가 이어지는 혹서기다. 가만히 앉아있기만 해도 등줄기에 땀이 흘러내리고 무력감으로 기운을 잃기 쉬운 혹서기를 이겨내기 위해 군대에서 색다른 시도를 하고 있다.

9일 오전, 부산 해운대에 있는 육군 53사단 기동대대 연병장. 평소 같으면 교육훈련이 한창 진행돼야 할 시간임에도, 공용화기 집체교육을 받던 장병들이 박격포와 기관총 등 장비를 챙겨들고 막사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교관 류종은(32) 대위는 "훈련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오전 일과를 빨리 시작, 선선한 시간대에 훈련을 집중하고 휴식 시간도 10분 늘렸다"고 설명했다.

장병들을 따라 막사 안으로 들어가려다 현관 입구에서 '물세례'를 맞았다. 비라도 오는가 싶어 하늘을 쳐다봤더니, 지붕에서 시원한 물줄기가 떨어지고 있다.

이창석(49) 기동대대 주임원사는 "뜨거워진 막사와 생활관(옛 내무반) 온도를 낮추기 위해 지붕에 파이프형 스프링클러를 설치했는데 지붕을 식히고 온도를 낮추는 데 효과만점"이라고 설명한 뒤 "보기만 해도 시원하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막사 지붕으로 올라갔다. 60여m의 일자형 스프링클러가 끊임없이 뿜어내는 시원한 물줄기가 막사 지붕을 식힌 뒤 창문 아래로 향하고 있었다. 기동대대를 비롯해 6개 부대에서 일자형 및 회전형 스프링클러를 설치한 결과, 생활관 온도를 2~3도 정도 떨어뜨리는 효과를 보고 있다고 한다. "잠 못 이루는 열대야, 우린 그런 거 몰라요"라는 부대원들의 말이 과장이 아니었다. 이 같은 방식이 사단 전 부대로 확대될 전망이다.

무더위와의 전쟁은 취침시간에 더 치열하다. 막사와 생활관의 모든 출입문과 창문을 활짝 여는 것은 기본. 지휘관실과 각 사무실에 있던 선풍기들도 이때는 생활관으로 헤쳐 모인다. 그 결과 생활관당 3~4대의 선풍기가 체온을 식혀준다. 생활관 취침 인원도 조정하고 체육관과 도서관 등으로 장병을 분산해 잠을 재운다. '열대야와의 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햇볕 가림막에 얼음조끼까지. "더위. 문제 없습니다!"
햇볕 가림막에 얼음조끼까지. "더위. 문제 없습니다!" ⓒ 조수일

"선풍기, 일과 후 생활관으로 헤쳐모여"… 수중기마전에 복도 냉장고까지

생활관 복도 곳곳엔 아이스크림 가게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쇼케이스형 냉장고가 자리 잡고 있다. 안에는 얼음물과 수건이 가득하다. 교육훈련과 경계근무를 마치고 복귀할 장병들에게 제공될 청량제다.

뿐만 아니라, 탄약고 경계근무를 서는 병사들의 복장이 예사롭지 않다. 단독군장 위에 조끼를 하나 더 걸친 모습이다. 다름 아닌 '얼음조끼'다. 기동대대 1중대의 원성재(22) 병장은 “며칠 전부터 얼음조끼를 입고 근무하고 있는데 무더위를 못 느낀다"고 말했다.

조끼 밑으로 손을 넣는 순간 한기가 느껴질 정도. 기동대대장 문병호(43) 중령은 "시험 삼아 4세트를 구매해 착용하게 한 결과 냉기가 2시간 정도 지속돼 병사들의 반응이 예상 밖으로 뜨겁다"며 "9세트를 더 구매해 취사병 및 야외에서 작업하는 장병들에게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뜨거운 뙤약볕에 노출되는 경계근무자들에게 얼음물과 얼린 수건을 반드시 지참하게 하고 있다. 기동대대를 비롯한 전 부대의 초소에 햇볕 가림막도 설치됐다.

아무리 더워도, 군인에게 체력 단련은 빼놓을 수 없는 필수 과제. 오후 4시가 넘으면 부대 곳곳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달리는 장병도 많다. 체력단련 프로그램인 'Run Together'에 사단장을 비롯한 장병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결과다. 본부근무대의 진영곤(23) 일병은 "입대 전 0.1톤이 넘는 몸무게를 20kg정도 감량한 것은 모두 달리기 덕분"이라며 80Kg대 진입이 목표라고 밝혔다.

9일 오후 송정해수욕장에 설치된 하계 전투수영장에서는 수중기마전도 벌어졌다. 더위와 전쟁 중임을 감안한 훈련이다. 200여명의 장병들은 모래밭에서 PT체조와 구보, '전투수영'을 한 뒤 수중기마전을 벌였다. 해운대연대의 이경무(21) 상병은 "군에 와서 해수욕도 즐기고 기마전으로 단결도 도모할 수 있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수중기마전으로 체력도 단련하고, 단결심도 배양하고, 피서도 하고~.
수중기마전으로 체력도 단련하고, 단결심도 배양하고, 피서도 하고~. ⓒ 조수일

덧붙이는 글 | 조수일 기자는 53사단 공보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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