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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오전 전교조는 서울 영등포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조선일보의 기사(<전교조 투쟁방향 등 주요 사안 운동권출신 8~10명 지휘(8/3)> <전교조 이념 너무 평향됐다(8/2)> 등)가 흑색선전, 색깔공세, 근거 없는 비난으로 내용이 채워진 광적인 보도형태라고 지적했다. 이수호 전 위원장이 조선일보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전교조가 7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조선일보> 등 보수신문의 왜곡·허위 보도에 전면전을 선포했다고 한다. 또한 전교조 수석부위원장은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서 손해배상 및 형사고발을 추진할 것이라고 한다.

이 신문의 왜곡·과장 보도에 대한 '전면전'이나 '법적 대응'은 전혀 낯선 일이 아니다. 그런데 과연 <조선일보>는 이런 것에 겁을 내기나 하는 걸까?

<조선일보>가 이미 우리 사회에서 막강한 권력으로 자리잡았다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신문이 끊임없이 왜곡·과장 보도에 대해 비판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권력 비판의 사명을 가진 더 큰 '언론권력'의 아이러니를 고민해야 할 정도다.

실패를 거듭한 <조선>과의 전면전

겉으로 보자면 이제껏 <조선일보>에 '전면전'을 선포한 측이 성공한 적이 별로 없다. 2001년 김대중 정부는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불사하며 '전면전'을 벌였다.

하지만 대표적인 족벌신문인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사주를 탈세혐의로 구속까지 시키긴 했지만, 후반기에 측근과 대통령 자식들의 비리로 정권이 추락하는 바람에 '전면전'에서 성공하지 못하고 족벌신문은 오히려 비리정권에 대한 '비판신문'으로 등극함으로써 건재를 과시했다.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계기로 <조선일보>에 반대하는 여러 시민단체들도 옥천에서의 성공을 본보기삼아 활발히 활동하였지만 지금까지의 결과를 보자면 그리 성공하였다 할 수 없다. 또한 2001년 <한겨레>가 족벌신문에 대한 대해부를 시도함으로써 언론권력의 정당성에 대한 용감한 '전면전'을 벌였지만, 당시의 큰 파장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결과를 낳지 못했다.

<조선일보>를 보는 사람들도 '1등 신문'을 본다는 나름대로의 자부심이 있다. 구독의 시작이 경품에 의해서건, 강요에 의해서건, 타성에 의해서건 현재의 구독이 스스로의 선택임을 믿고 싶어한다는 말이다.

특히 김대중 정부 이후부터는 정부와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신랄하면 할수록 '비판신문'의 역할에 대한 높은 만족감을 나타내는 사람이 무척 많아졌다. 물론 이 신문의 잘못에 대한 지적은 '비판언론에 대한 탄압'으로 간단히 물리칠 수가 있다.

전면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조선일보>

▲ 지난 2004년 서울 광화문 조선일보사 부근 동화면세점앞에서 열린 '친일에서 숭미까지 조선일보 84주년 규탄대회'.
ⓒ 오마이뉴스 권우성
<조선일보>에 대한 전교조의 '전면전'은 심정적으로는 이해가 된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결코 그런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또 부수를 늘릴 기회가 왔다고 생각할 것이다. 싸움 구경은 신문 지면에서라도 재미있는 법이다. 그리고 언론이라는 특성상 여론전에서 전교조는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어찌보면 이런 '전면전'은 오히려 <조선일보>가 바라는 바일지도 모르겠다.

<조선일보> 바꾸기는 결코 '전면전'으로 되지 않는다. 다른 신문도 마찬가지겠지만, <조선일보>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바로 구독 부수의 감소다. <조선일보>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원천이 바로 구독 부수가 아니겠는가?

그런데 지난 몇 년간의 <조선일보> 반대·절독운동은 성공하지 못했다. 네거티브 방식은 오히려 기존 구독자의 반발을 사서 충성도를 높여준 결과를 낳았다. '조중동'이라는 말 자체에도 냉소적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많다.

전교조에 굳이 충고를 하자면, 제대로 된 정론지라고 여겨지는 신문을 스스로 엄정하게 선정해서 구독운동을 벌여나가는 것이 <조선일보>를 변화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 말하고 싶다. 물론 이것은 '옥천전투'와 마찬가지로 장기적인 싸움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 '1등 신문'이 아니라도 괜찮은 신문이 많지 않은가? 스스로 조합비를 내고 있는 9만명의 조합원은 결코 영향력이 작지 않다. 지금부터라도 '정론지 구독 운동'을 적극적으로 벌여나가기 바란다. 왜곡을 일삼는 족벌신문들이 진정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이런 식의 차근차근한 대응이다.

'제대로된 언론' 키우기 운동을 시작하자

개인들의 구독 운동이 당장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면 당분간 전교조 조합비에서 신문 구독비를 지원하고 조합원들이 무료로 구독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을 방법일 것이다. 학교에서 NIE(신문활용교육)도 적극 도입하여 제대로 된 신문 읽기 교육을 실시하는 것도 병행해야 한다.

<조선일보>를 애써 끊게 하더라도 <동아일보>나 <중앙일보>로 바꾸면 무슨 소용인가? 현재 우리나라 신문시장의 환경을 감안하더라도 <조선일보> 하나를 타깃으로 삼는 것보다는 자본이 지배하는 신문시장에서 억눌려 있는 정론지를 키워서 특정 언론의 영향력을 감소시키고 다양한 여론의 광장을 조성하는 것이 정상적인 언론 환경을 만드는 근본 해결책이다.

물론 왜곡과 과장보도를 바로잡는 기본적인 노력은 당연히 필요하다. 당당한 법적 대응도 필수적이다. 하지만 '전면전'으로 그것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이미 <조선일보>는 누구도 '전면전'을 벌여서 이길 수 없을 만큼 막강한 권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지충호씨 개인정보 유출사건에서 보듯이 이제는 법 위에 군림하려 하고 있지 않은가?

햇볕정책이 북한에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조선일보>를 변화시키려는 외부의 압력은 오히려 이 신문을 더 대중들에게 각인시키고 덩치를 키워주는 역할을 했다.

족벌신문과는 달리 양육강식의 신문시장에서 생존에 힘겨워하는 다른 신문들을 키우는 따뜻한 햇볕이야말로 <조선일보>가 걸쳐 입은 두터운 곡필의 외투를 벗어 던지게 만들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전교조가 그 일에 앞장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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