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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도대교-왼쪽에 붉은 다리는 예전에 지어져 현재는 섬에서 나올때만 이용하고, 오른쪽의 하얀색의 다리는 섬으로 들어가고 나오는데 있어 양방향으로 이용하고 있었다.
ⓒ 문필성
진도하면 우리는 흔히 진돗개만을 생각하기 쉽다. 그도 그럴 것이 진도 인구는 4만 1000여명(2002년)인 반면 진돗개가 6만여마리가 서식하고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사람보다 개가 많은 섬 진도. 그러나 이번에 취재를 떠난 진도는 개를 보기 위함이 아니라 또다른 생명과 삶이 숨쉬는 전복 양식장을 찾아보기 위해서였다.

뜨거운 태양 아래 늠름히 서있는 진도대교를 지나 30여분을 찾아 들어간 곳은 진도 고군면 완포에 있는 새끼 전복(치패-이하 새끼전복) 양식장. 그곳은 다 큰 전복(성패)을 상품화 시키는 곳이 아니라 새끼 전복을 키워 필요한 양식업자들에게 판매하는 곳이었다.

가족과 떨어져 지내며 양식장을 관리하고 있는 사람좋은 주인아저씨는 웃으며 나를 맞이해주었고 양식장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친절하게 설명도 해주었다. 가장 먼저 그가 안내한 곳은 전복 부화장이었다.

전복양식의 첫 단계는 전복알의 수정과 알이 부화한후 배양판(전복치패 부착기)에 부착시키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이때 쓰이는 전복은 환경변화에 적응성이 강한 까막전복이나 참전복으로 각장 12cm 이상의 성숙한 모패(어미전복)를 쓰게 된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5월경에 전복 종패를 선별하여 암실에 넣어둔 후 알을 낳게 한단다 .이것을 채란이라고 하는데 이때 전복의 산란을 유도하기 위해 다 자란 전복을 물밖으로 꺼내어 두시간 정도 적당히 말린다고 한다. 그러면 전복은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필사적인 종족 번색을 위한 몸부림을 치게 된다. 이 때 전복을 물속에 넣으면 적당한 자리를 찾아 알을 낳게 된다고 한다.

물속에 있는 알은 맨눈으로는 보기 어렵지만 약 일주일 정도 있으면 눈곱만큼 작은 새끼 전복이 되어 전복 특유의 습성(물건에 붙으려는 성질) 때문에 배양판을 넣어두면 스스로 붙게 된다고 한다. 그때부터는 옅은색 파란 곰팡이처럼 새끼전복이 덕지덕지 붙게되고 이 배양판을 다른 수조에 옮겨 담아 키운다.

물론 전복의 채란 방법에는 위의 원시적인(?) 방법 외에도 수온자극, 간출자극, 자외선조사해수자극, 정충해수첨가법, pH상승, 과산화수소 첨가 및 오존통기해수 방법 등을 사용한다고 한다. 산란된 알은 수온이 높을수록 수정능력을 조기 상실할 가능성이 크므로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수정을 마쳐야 한다.

▲ 전복이 알을 낳게 하기 위한 암실. 전복은 밤에 알을 놓기 때문에 알을 놓을 시기가 되면 이곳 어두운 암실에 놓아둔다고 한다.
ⓒ 문필성
전복 부화장을 나와 그가 안내한 곳은 양식장 내부였다. 양식이라 함은 보통 바다 한가운데서 커다란 그물 속에 물고기를 가두어 놓고 키우는 가두리 양식만 생각하기 쉬운데, 이곳은 목욕탕수조를 여러개 놓아둔 것처럼 생긴 수조모양의 양식장이었다. 수조 안에는 끊임없이 기포가 올라오고 있었고 전복이 붙어서 생활 할 수 있는 배양판이 있었다. 그 배양판과 수조벽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작은 생명체들의 움직임은 경이롭기까지 하였다.

▲ 목욕탕 대형 욕조를 연상시키는 양식장 내부.
ⓒ 문필성
▲ 전복 배양판- 배양판 옆에 붙은 푸른색 곰팡이 처럼 보이는 것이 새끼전복이다.
ⓒ 문필성
▲ 백원짜리 동전과 전복- 새끼 전복은 정말 작았다. 그래도 어떤곳이라도 붙으려는 힘은 대단했다.
ⓒ 문필성
3~4개월이 지난 전복은 제법 전복의 행색을 갖추게 되고 먹이 활동도 하게 되어 날마다 먹이와 산소공급 그리고 수질과 수온 유지가 절대적으로 중요해진다. 새끼전복은 다 큰 전복보다 산소 소비량이 훨씬 많아 산소공급을 원활히 해 주지 않으면 죽기 십상이다. 이 때문에 양식장의 수조는 산소발생기에서 나오는 산소로 인해 항상 부글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먹이 활동도 왕성해 지는 시기이므로 먹이 주는 일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예전에는 새끼 전복의 먹이로 부착성규조류와 감태, 미역의 포자 등을 먹이로 주었으나 요즘에는 전복용 사료가 따로 나온다고 한다.

현재 시중에 나온 전복용 사료는 일본산, 국산, 중국산이 주류를 이루고 가격도 천차 만별이라고 한다. 한 제조업체의 사료라고 해도 그 크기와 용도가 다양하며 전복의 크기에 따라, 각 수조 안에 들어있는 개체수에 따라, 먹이량이 달라지기 때문에 먹이를 주는 것도 나름대로의 '노하우'가 필요하다고 한다.

▲ 전복 사료- 그 종류와 크기가 다양하다.
ⓒ 문필성
바닷물은 어떻게 끌어쓰는지 묻자 주인 아저씨는 나를 양식장 앞에 있는 바닷가로 안내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전설 속에서는 등장할 법한 커다란 뱀 몸뚱이처럼 생긴 거대한 수관이었다. 이 수관은 겉보기에도 꽤나 깊은 곳까지 드리워져 있는 듯 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양식에 있어서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은 수질유지라고 한다. 이를 위해서 이곳 양식장에서는 바닷속으로 1.6㎞에 달하는 거대한 수관을 설치하여 바닷물을 끌어 올리고 있었다. 일차로 집수된 바닷물은 커다란 침수통에서 일차 여과를 거친 뒤 이차 삼차로 여과기를 통과한 다음 양식장에 공급이 된다.

수질 관리를 위한 양수기 관리, 여과기와 침수통 청소 역시 먹이를 주는 것 보다 더 손도 많이 가고 마음이 더 쓰이는 일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는 일년 365중에 단 하루도 마음 편히 일손을 놓을 때가 없다고 한다.

▲ 대형 수로를 바다 깊은 곳까지 집어넣어 깊은 곳에서 바닷물을 끌어들이고 있었다.
ⓒ 문필성
▲ 바닷물정화를 위한 대형 물탱크. 그 안에서 복잡한 정수 작업이 이루어진다.
ⓒ 문필성
수온과 일조량 또한 전복에게 중요하다. 그래서 설치한 것이 햇빛 가리개. 일정한 일조량과 수온을 유지 하기 위해서 양식장 수조위에 가리개를 설치하고 하루에 몇번씩 걷고 덮기를 여러번 반복해야 한다. 너무 많은 햇볕으로 인해 수조에 물이끼가 심하게 끼어 전복들이 폐사하는 경우나 낮은 수온으로 먹이 활동저하를 방지하고, 적정수온(10~23도)을 유지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이 햇볕 가리개는 우천시에 과다한 빗물의 유입을 막는 데도 효과적이라고 한다. 과다한 빗물이 양식장 수조에 유입될 경우 염도가 낮아져서 전복들이 집단 폐사할 수도 있기 때문에 우천시 유입되는 빗물에도 신경을 써야 한단다.

만약 전복 한 마리가 수조 안에서 죽게 되면 죽자마자 부패가 시작되어 순식간에 커다란 수조 전체의 전복들이 폐사를 하게 됨으로 반드시 죽은 전복이 발견되면 재빨리 물을 빼내고 나머지 전복을 옮겨 놓은 뒤 수조를 소독해야 한다고 한다.

이처럼 여러가지 풍파를 겪은 뒤 작지만 당당한 상품의 가치를 지니고 다른 양식장으로 팔리는 때는 10월 말에서 11월경. 그때가 되면 한해의 노력에 대한 결실을 맺게 되는 것이다. 비록 이윤을 목적으로 키운 전복들이지만 다른 양식장으로 팔리는 새끼 전복들을 보면 마치 자식을 여의는 기분이 든다고 주인 아저씨는 넌지시 웃으며 전했다.

▲ 수온 유지와 일조량 조절을 위한 햇빛 가리개. 하루에도 몇번씩 덮고 걷기를 반복해야 한다.
ⓒ 문필성
▲ 끈임없이 기포가 올라오는 수조. 저안에 많은 생명이 자라고 있다.
ⓒ 문필성
뜨거운 여름 한나절, 작열하는 태양열 속에 친절한 주인아저씨와 양식장을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온몸에 땀이 흥건하였다. 비록 다 큰 전복들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작은 새끼들이라서 더더욱 신기한 전복들. 취재를 끝내고 나오며 악수를 나눈 주인아저씨의 팔은 맨살이지만 까만 옷을 입은듯 여러 해 동안 세월에 그을린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그렇게 가족들을 위해 일하는 한 가장의 어깨가 햇볕아래에 찬란하게는 아니지만 아름답게 익어가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우리가 아무런 생각없이 바라보는 물건에도 누군가의 노고는 반드시 있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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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자의 최신기사저는 학원 강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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