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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P센터 파견대 >
< OP센터 파견대 > ⓒ 노블하우스
유프라테스 강과 티그리스 강은 중동을 관통하는 두 개의 커다란 강이다. 이 두 강 사이의 지역은 그리스어로 '메소포타미아'라고 부르는 곳으로, 5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이 두 개의 강은 지금도 중동 지역에서 중요한 물줄기이다. 이 중에서 유프라테스강은 터키에서 발원해서 시리아와 이라크를 거쳐서 페르시아만으로 빠져나간다. 1년에 25억톤의 물이 흐르는 이 강은 건조한 지역인 시리아와 이라크에게 물을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유프라테스강의 상류에는 세계에서 3번째로 큰 댐인 아타튀르크댐이 있다. '아나톨리아 개발계획'의 일환으로 건설된 이 댐의 물을 이용해서 터키는 전력생산과 농업생산량 증대를 동시에 노리고 있다.

중동의 운명을 가른 아타튀르크댐

문제는 이 댐 때문에 시리아와 이라크로 흘러가는 물의 양이 격감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터키는 이 댐의 이용으로 토지가 비옥해지고 경제가 발전하겠지만, 시리아의 북부는 이전보다 더한 가뭄과 기아에 시달리게 된다. 그리고 여기에 불만을 품은 시리아의 과격파들은 모종의 음모를 꾸미기 시작한다.

때를 같이해서 이 지역에서 오래 전부터 탄압 받아온 쿠르드족도 움직이기 시작한다. 같은 민족이지만 같은 영토에 살지 못한 채 터키, 시리아, 이라크, 이란 등지로 흩어져 살던 쿠르드족들이 독립을 위한 무장투쟁으로 들어선다.

그들의 첫 번째 목표는 아타튀르크댐. 댐을 파괴해서 가뭄에 시달리는 시리아에 물을 공급하는 것이다.

톰 클랜시의 장편소설 < OP 센터 파견대 Acts Of War >는 과격하지만 있을 법한 가정으로 시작한다. 톰 클랜시는 <공포의 총합>, <패트리어트 게임>, <레인보우 식스> 등으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작가이다.

그는 이번에 작품의 무대를 다시 중동으로 옮겨서 독립을 원하는 쿠르드족의 무장투쟁 그리고 이에 맞서는 미국의 위기관리센터인 OP 센터의 활약상을 그리고 있다.

톰 클랜시의 작품들을 가리켜서 흔히 '테크노 스릴러'라고 부른다. '법의학 스릴러'와 함께 세분화된 현대추리소설의 한 흐름을 보여주는 장르이다. 또한 자본주의의 발달과 맥을 같이하는 추리소설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르이기도 하다. 이 장르에 해당하는 작품들에는 뚜렷한 특징이 있다.

첫째로 작품 속의 범죄는 더 이상 개인이 아닌 조직 또는 국가차원의 범죄라는 점이다. 자본주의 사회가 발달하면서 실제로 많아져 가는 조직범죄와 국가간의 음모를 다룬 작품들이 대다수다.

그리고 이런 장르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뛰어난 두뇌회전뿐 아니라 강인한 신체적 능력과 냉정하고 비정한 판단력까지 보유한다는 점이다. 고전추리소설에서 '범인이 누구일까?'가 중요한 의문이었다면, 현대의 테크노 스릴러에서는 '범죄집단의 최종 목표가 무엇일까?'에 관심이 몰린다.

범인의 정체는 초반에 알 수 있지만 범인의 목적이 무엇인지는 마지막에 가서야 밝혀지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등장인물들은 뛰어난 육체와 두뇌활동의 결과로 최후에 이 음모를 분쇄한다는 설정이다.

대범한 테크노 스릴러

톰 클랜시의 네 번째 OP 센터 시리즈인 < OP 센터 파견대 >도 이런 구성을 따른다. 미국의 OP 센터 요원들이 모종의 임무를 갖고 터키와 시리아의 접경지대에 파견된다.

때를 같이해서 쿠르드인들은 시리아에 물을 돌려주기 위해서 아타튀르크댐을 파괴한다. 그러자 중동의 정세는 순식간에 대치 상황으로 빠져든다.

시리아와 터키는 정규군을 모두 모아서 국경으로 보내고, 이스라엘은 최고 경계태세를 갖춘다. 요르단은 탱크부대를 국경으로 이동시키고, 이라크는 이를 틈타서 쿠웨이트에 눈독을 들인다.

빠른 사건 전개, 미국과 중동을 넘나드는 커다란 스케일, 거기에 더해서 톰 클랜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해박한 군사지식과 국제정세의 동향을 작품의 곳곳에 풀어놓는다. 이런 점들이 딱딱하다고 느껴질지 모른다. 하지만 시간에 따라서 빠르게 변해가는 등장인물들의 운명을 따라 가다보면 손에서 책을 놓기가 어려워진다.

재미있기는 하지만 읽다보면 찜찜한 면이 있다. 이 작품의 기본적인 시선은 미국의 입장이다. 미국 측의 등장인물들은 중동의 정세와 테러리스트를 모두 자신들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재단하고 대응하려고 한다.

"우리는 인류역사상 가장 훌륭한 나라를 만들었네"
"전세계 어디에서건 미국인을 납치하거나 미국 항공기를 폭발시킨 나라에 전쟁을 선포한다"


미국의 등장인물들은 이런 식의 대화와 독백을 늘어놓는다. 톰 클랜시는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작가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 만큼의 인기를 갖고 있지 못하다. 그 이유야 여러 가지 있겠지만, 톰 클랜시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미국식의 패권주의에 독자들이 거부감을 갖는 것도 한 원인이 될 수 있다.

옥의 티... 곳곳에 숨어있는 '미국 우월주의'

이런 찜찜함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읽다보면 묘하게도 미국 측의 등장인물에게 감정이 이입된다. 동시에 이들을 동정하고 이들이 대변하는 미국의 입장에 어느 정도 동감하게 되기도 한다.

톰 클랜시도 미국인인 이상, 그가 노린 것이 바로 이런 점 아니었을까. 그는 전 세계에 수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고, 그의 작품은 영화화해서 흥행에 성공하기도 했다.

독자들이 그의 작품을 읽으면서 미국의 등장인물을 동정하고 미국의 입장에 공감한다면, 그는 '성공했다'라고 생각할지도 모를 일이다.

덧붙이는 글 | 톰 클랜시, 스티브 피체닉 공저. 신두석 옮김. 노블하우스 출간.


OP 센터 파견대

톰 클랜시.스티브 피체닉 지음, 신두석 옮김, 노블하우스(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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