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길벗어린이
여행을 하면서 꼭 필요한 게 있다면 무엇일까? 지도이다. 특히 사람들이 흔하게 다니는 곳이 아닌 오지를 여행할 때 지도는 없어서는 안될 도구이다. 그렇다면 지도는 언제부터, 누가, 왜 만들기 시작했을까?

그런 지도에 대한 모든 것을 알기 쉽게 다양한 지도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 있다. 서울대학교에서 지리학을 가르치고 있는 류재명의 <종이 한 장의 마법 지도>이다.

지도를 '마법'과 같다고 말하고 있는 그는 지도를 제대로 알고 찬찬히 들여다보면 종이 한 장에 그려진 지도 속엔 세상이 생생하게 살아서 움직인다고 한다.

세상이 생생하게 살아 움직인다는 그의 말을 믿고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겼다. 그러나 경도와 위도의 개념도 잘 알지 못하고 있는 지리의 문외한에게 세상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세상을 담고자 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열정과 노력을 바라볼 수 있었다.

또한 옛날엔 지도를 어떻게 만들었으며, 경도와 위도는 어떻게 정해졌고, 지구의 크기는 어떻게 해서 누가 재게 되었으며, 위도와 경도는 왜 필요하고,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가 하는 사실들을 많은 자료사진을 곁들인 저자의 손쉬운 설명을 통해 알아가는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그리고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에 대한 우리의 일반적인 생각의 오류를 알게 되었다. 흔히 우리들이 알고 있고, 동화책에서도 읽었던 김정호에 대한 사실은 그는 지도를 만드느라 고생만 하다가 억울하게 감옥에서 죽었다 하는 정도이다.

정말 그럴까? 저자는 그건 일제가 꾸며낸 거짓말이라고 말한다. 김정호의 억울한 죽음을 강조하는 이면에는 일제의 음흉한 미소가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거기엔 '개국을 반대했던 대원군은 이처럼 어리석은 사람이다. 일본이 와서 다스리고 있으니 이런 억울한 일은 없을 것이다. 너희 조선인은 발견하지 못한 훌륭한 업적을 우리가 찾아주었으니 앞으로 우리말을 잘 들어라' 하는 간악한 의미가 숨어 있다고 말한다.

그럼 김정호는 어떻게 살았을까? 흔히 알고 있는 우리의 상식은 김정호는 미천한 신분이었을 것이다. 김정호는 감옥에서 죽고 그가 만든 지도는 모두 불태워졌을 것이다. 또 김정호는 전국 방방곡곡을 직접 돌아다니며 대동여지도를 만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최한기의 <청구도>에 김정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렇게 나와 있다.

"친우 김정호는 어려서부터 지도와 지리지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오랜 세월 지도와 지리지를 수집했고 여러 지도의 도법을 서로 비교해서 청구도를 만들었다."

또 대원군 시절에 병조판서와 공조판서를 지냈던 신헌이 쓴 <대동방여도> 서문엔 김정호는 비변사나 규장각에 소장되어 있는 지도 등을 수집하고 지리서를 참고하여 하나의 새로운 지도를 만들도록 했는데 이를 김정호에게 위촉하여 완성하였다고 적고 있다.

이를 보면 김정호가 억울하게 옥살이 하다가 죽었다는 말은 하나의 낭설임이 분명하고, 대동여지도 또한 다른 지도와 지리서를 참고하고, 미흡한 점은 직접 현장답사를 하여 만든 지도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저자는 김정호의 위대성을 이렇게 말한다.

"김정호가 진짜 위대한 이유는 일찍이 국토에 대한 기초 연구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제대로 된 지도를 만드는 일에 일생을 바쳤기 때문이다."

지도를 만드는 일은 단시일 내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랜 세월 시행착오와 답사를 걸쳐 만들어지는 게 지도이다. 그만큼 인내와 열정이 요구되는 일이 지도를 만드는 작업이다. 또한 한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정도로 그 가치가 중요시되기도 한다.

그래서 일본은 일제 때 우리의 자원과 토지를 효과적으로 수탈하기 위해 한반도 전체 지형도를 만들기도 했다. 또한 프랑스의 카니시 집안에선 4대에 걸쳐 프랑스 지도를 만들어 완성하기도 했다.

류재명의 <종이 한 장의 마법 지도>엔 지도에 관련된 모든 이야기가 아주 재미있게 담겨있다. 또 딱딱하고 지루하게만 생각되어질 지도와 관련된 사실들을 다양한 예시와 자신의 경험을 그림을 통해 풀어놓음으로써 독자들이 지도와 친해지는 방법들을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어른도 보면 유익하지만 공부하는 학생들이 한번쯤은 봤으면 하는 책이다. 특히 지도와 지리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사람이 보면 금방 친숙함을 갖게 될 것이다.

종이 한 장의 마법, 지도 - 지도에 담긴 모든 이야기

류재명 지음, 신명환 그림, 길벗어린이(2006)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너! 나! 따로 가지 말고 함께 가자.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