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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의 '수해 골프' 논란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매년 반복돼 왔다.
정치인들의 '수해 골프' 논란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매년 반복돼 왔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지난 7·26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은 '수해골프 파문'으로 큰 곤욕을 치렀다. 선거 며칠 전 홍문종 경기도당위원장을 포함해 경기도당 고위관계자들이 강원도 수해지역 정선에서 골프를 쳐 물의를 빚었기 때문이다.

최근 열린우리당도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 김혁규 의원, 김태랑 국회 사무총장 등 여권 고위 인사들이 일부 출입 기자들과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입은 충주지역의 골프장을 찾은 것으로 알려져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매년 이맘 때면 정치인들의 부적절한 골프 회동이 자주 도마 위에 오른다. '골프 정치'라는 말이 시사하듯이 정치인에게 골프는 단순한 스포츠 이상의 의미가 있어서 그런지 수해, 태풍 등 각종 재난에도 정치인들의 라운딩은 멈추지 않았다. 사실 '수해 골프' 논란은 매년 반복돼 온 것이다.

여론을 들끓게 했던 수해·재난 기간 중의 정치인들의 '골프 사랑(?)'을 들춰본다.

소문난 골프광 JP, 구설수에 자주 올라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는 알아주는 골프광이다. 5·16 쿠데타 직후 배워 40년 넘게 쳐오고 있는데 실력 역시 수준급이다. 골프 애정이 대단해 주변에서 골프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를 내면 "내가 건강을 잃으면 그 사람들이 책임진 데"라고 반문하며 오히려 골프 예찬론을 펼쳤다.

그러나 일본 교과서 왜곡 문제로 시끄러울 때 일본 혼마 회장으로부터 1000만원대의 혼마 골프채를 선물 받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등 골프와 관련된 구설수에도 자주 오르 내렸다.

2000년 7월 23일, 당시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는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본 경기 용인시의 은화삼 골프장에서 친분이 있던 탤런트 최영한(본명 최불암)씨의 초청으로 이용만 전 재무장관 등과 골프를 쳤다. 당시 골프장 인근에서 수해 복구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어서 잡음이 컸다. 대표 정치지도자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당시 한나라당은 "JP가 3김 중에서 제일 잘하는 것이 골프이기 때문"이라는 등 독설을 퍼붓기도 했다.

태풍 '루사' 피해로 전국이 수해복구로 몸살을 앓던 2002년 9월에는 한나라당 박혁규 의원(경기도 광주)이 '제2회 국회의원배 및 수재민돕기 자선골프대회'라는 이름을 내걸고 '골프 대회'를 추진해 비난을 받았다.

2002년엔 한나라당이 골프로 몸살 앓아

당시 박 의원은 국회 재해대책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어 논란이 더 커졌다. 골프대회에는 181명이 참여했는데 수재의연금은 200여만원에 불과했고 대회 개최에 들어간 비용은 2000만원이 넘어 수재민을 도운다는 핑계로 지역유지들이 골프를 쳤다는 비판이 대두됐다.

한나라당은 박 의원의 골프 대회 한달 전에도 백상승 경주시장이 물난리 중 골프를 쳐 행정자치부로부터 경고조치를 받은 적이 있어 더욱 곤혹스런 입장이 됐다.

백 시장은 경주 외동읍 구어리 자동차 도장공장이 산사태로 붕괴되고 논밭과 가옥이 물에 잠기는 등 집중호우 피해가 잇따른 상황에서 친지들과 골프를 쳤다. 6·13 지방선거를 통해 경주시장으로 선출되고 두달도 안된 시점이라 비판 여론이 더 거셌다.

2003년 9월에는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태풍 '매미'가 한반도를 강타할 때 제주도에서 골프를 치며 휴가를 보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당시 태풍으로 남부지방 농촌이 큰 피해를 입는 등 예상보다 피해가 심각했으나 김 부총리는 항공기 운행이 재개된 후에도 바로 서울로 돌아오지 않았다.

재경부는 "(부총리가) 제주에서도 계속 전화로 태풍 피해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고 해명했지만 오히려 여론을 악화시켰다.

참여정부와 끈질긴 골프 악연

유난히 잦은 참여정부의 '골프 구설수' 속에 이해찬 전 총리는 골프와 악연이 가장 깊었다. 대표적으로 총리 시절이던 지난 해 7월, 전국에 집중호우 경보와 주의보가 내려 진 가운데 제주에서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 이기우 총리비서실장 등과 라운딩을 해 물의를 빚었다.

재해·재난 업무를 총괄하는 중앙안전관리위원장인 총리가 수해 피해 지역을 둘러보지 않고 골프를 쳤다는 사실에 국민적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이 전 총리는 골프와 관련해 그 전에도 수차례 구설에 올랐다. 2004년 6월 군부대 오발사고 희생자 조문 전 골프모임을 가져 비판을 받았고 2005년 식목일에는 강원도 속초와 양양 일대에 대형 산불이 번지는 가운데 골프를 치기도 했다.

대형 산불 속에서 골프를 치고 집중호우 때도 라운딩을 해 '물·불 안가리고 라운딩'하는 총리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이 전 총리는 올해 3·1절이자 철도파업 첫날 또 골프를 쳐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정치인들이 골프 좋아하는 이유는?

정치인들은 대개 골프를 좋아한다. 골프를 못치면 정치가 안된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주한미국대사 시절 "한국에서 골프를 모르면 아무 것도 못한다"는 권유에 늦깎이 골퍼가 되기도 했다.

과거에 정치인들은 요정, 룸살롱 등 고급음식점에서 밀실정치를 펼쳤다. 그러나 전두환·노태우 정권 때 두 대통령이 자주 골프장을 드나들면서 필드로 무대가 옮겨졌다. 노태우 정부의 3당 합당이나 97년 대선을 앞두고 이뤄진 DJP 연대 역시 골프장에서 물꼬가 트였다.

정치인들이 골프를 선호하고 '골프 정치'를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골프 자체가 재밌기도 하지만 밀실 정치보다 모양새가 낫고 정치인 중에 장년층이 많아 건강에도 좋다는 인식이 있다. 또 골프를 즐기는 정치인이 워낙 많은 까닭에 당내 선거나 계파 관리에도 효율적이다.

그러나 정치인들의 지난친 골프 사랑은 문제를 낳기도 한다. 수해나 각종 사건, 사고 때 필드를 찾는 국회의원들이 적지 않고 피감기관 또는 후원 그룹 등과 골프를 치며 정치자금 수수, 기업 로비 등의 말썽을 일으키기도 했다. 정치인들의 윤리 의식이 아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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