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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후 하늘색 모습을 한 또 다른 멋진 자태의 잠자리 한 마리가 나타났다. 서로 다른 성의 잠자리였던 모양이다. 이내 두 마리의 잠자리는 한 몸이 되어있었다. '녀석, 사랑하는 짝을 만나기 위해 더운 여름 날 목욕재계하고 그렇게 멋진 몸단장을 한 것일까?'
두 녀석이 하나가 되어 하늘을 날려 하니 몸이 무거웠던 것일까. 자꾸만 앉을 자리를 찾았다. 계단 스테인레스로 된 난간에 내려앉으려 하나 미끄러운 모양이다. 시멘트 난간도 마찬가지이다. 자꾸만 미끄러져 안착을 하지 못한다.
집안에 있는 아들을 급히 불렀다.
"빛이야, MP3 갖고 있지? 빨리 가져와봐."
"아빠, 왜요?"
"급하게 사진 찍을 일이 있어"
"네."
기계치인 나는 아들의 MP3조차 조작할 줄 모른다. 어서 셔터만 누를 수 있게 해달라고 아들에게 부탁했다. 그리고 한여름 한참 열애 중인 잠자리를 찾았다. 두 몸 하나가 되어 벽에 쉬고 있는 잠자리를 발견하고 셔터를 눌렀다.
사진을 올려놓고 보니 선명하지 못하다. 내밀한 사랑의 장면을 그대로 노출하는 것이 잠자리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것이 될테니 오히려 별도의 흐림 사진 처리가 필요 없을 만큼 적당하게 찍힌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