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갤리온
어른이 된다는 것은 참 슬프고 힘든 일을 동반한다. 어릴 적에는 빨리 자라고 싶어 엄마 몰래 어른 흉내를 내곤 했다. 하지만 막상 어른이 되고 보니 어른들의 세계가 그렇게 행복하고 즐거운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른의 세계는 어린 시절 꿈꿔왔던 것과는 다른 진짜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마음은 이미 세상을 많이 살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생각일 것이다. 어른이 된다는 건 '나이가 들고 언젠가는 죽는다'는 명백한 진리를 내포하고 있다. 그리고 무거운 책임감에 눌려 달콤한 꿈을 잃어버린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이 듦'을 한탄하고 세월의 화살에 슬퍼한다.

어떻게 나이 들 것인가

이 책의 저자인 김혜남씨는 정신분석 전문의로 20여 년의 세월을 산 중년의 여성이다. 그녀는 5년 전쯤 자신이 심각한 병을 앓고 있음을 발견하고 '사는 게 무엇인가, 죽음을 어떻게 맞아야 할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자신이 환자들을 상담하면서 깨달은 삶의 진리와 인생의 아름다운 여정을 조용한 어조로 토로한다.

"우리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참으로 많은 것을 잃는다. 어머니의 자궁과 이별하는 '출생의 충격'을 시작으로 포근한 어머니의 품을 잃고, 행복한 어린 시절을 잃고, 꿈 많은 학창 시절을 잃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고, 젊음을 잃는다. 그러다 결국은 이 세상과 작별하는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래서 어쩌면 더 이상 잃을 게 없다고 생각한 순간에도 또 무언가를 잃어버리는 게 인생이다.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려서 아프고 괴로운데 그런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냉엄한 현실뿐이다. 살아남기 위해 수많은 경쟁을 거쳐야 하며, 어떤 것도 대가 없이 그냥 주어지는 법이 없다. 나이 들수록 책임감으로 더욱 고달파지면서 인간미마저 잃게 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산다는 것은 슬프고 고되다. 그러나 우리가 어떻게 슬퍼하고 어떻게 떠나 보내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의 모습은 달라진다."


이렇게 많은 것을 잃으면서 나이 들어가는 것이 당연한 진리일진대, 늙어감에 대해 너무 슬퍼하고 괴로워하는 것보다 차라리 이를 즐기는 편이 더 이롭다. 내 맘 같지 않은 사람들과 내 뜻대로 안 되는 세상을 인정하고 그 다양성에 동참해 보자. 그러면 더욱 너그러운 마음으로 인간은 모두 제각기 독특한 영혼을 가진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런 사고 방식은 타인에 대한 미움과 원망, 질투와 분노를 다스릴 힘을 준다. 나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며 살고 있으며 또 다른 누군가가 나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것이 인생이다. 그러므로 괜한 미움에 몸을 떨며 괴로워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미워하더라도 조금만 미워하고 얼른 그 상처를 잊어버리는 것이 더 현명하다.

우리는 서로 알게 모르게 상처를 주고받으며, 한편으로는 사랑과 믿음이라는 따뜻한 마음도 나누며 산다. 그래서 이 세상이 살만한 것이다. 미움, 분노, 질투, 원망 등의 부정적 자세만 있다면 그 사람은 세상을 비관하다가 정신적인 난관에 빠지고 만다.

어차피 한 번 살다가는 인생에서 이런 과정을 겪을 필요가 뭐가 있겠는가. 이 세상에는 밝고 아름답고 행복한 일들도 많다. 힘든 일에 얽매여 자신을 망가뜨리기보다 그저 물 흐르듯이 세상의 밝은 측면을 발견하며 사는 모습이 더 행복하다. 그래서 '행복을 꿈꾸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성장의 끝이 아니라 과정이다. 산다는 것은 죽을 때까지 멈추지 않는 성장의 과정이다. 그리고 그 성장의 목적은 바로 우리 삶에서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이며,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배우는데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차근히 배워 나간다.

지나가 버린 것들을 떠나 보내고 새로운 것들을 맞아들이는 법, 서로 사랑하며 감사하는 법, 그리고 인생의 작은 행복을 느끼고 즐기는 법을… 비록 내가 더 많이 배우지 못할지라도 나는 그것에 만족하고 싶다. 왜냐하면 그게 바로 나니까."


나이가 들면서 잃어버리는 것에 대해서도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인간은 언젠가 모든 것을 잃고 다른 세상으로 떠날 운명을 타고났다. 누구에게나 이 세상에서 내가 지닌 모든 것들, 부와 권력, 자부심, 젊음, 건강,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두 잃는 순간이 온다. 그 순간까지 그저 한 생명을 누리며 이 세상에 '소풍 온 것'처럼 살다 가면 된다.

건강한 어른이란...

저자는 건강한 어른은 '떠날 수도 있고 혼자 남겨질 수도 있으며, 관계의 소중함을 깨닫고 다른 사람들과의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사랑도 하고 다른 사람에게 기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 건강한 어른은 자신이 사랑스럽고 가치 있으며 성실하다고 느끼며 자아 정체성이 있고 자기 자신의 인생을 가꿀 줄 안다고 믿는다.

우리 마음속에 인생에 대한 비관적 태도나 지나간 과거에 대한 집착, 괴로움이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면 그곳을 청소해 보자. 훌훌 털어 낸 자리에는 행복과 사랑, 너그러움, 배려, 온정 등의 따뜻한 마음들이 내려앉을 것이다. 어차피 한 번 살다가는 인생, 괴로움에 자신을 학대하며 살 필요가 뭐가 있는가.

어른아이로 산다는 것

지민석 지음, 시드앤피드(2017)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